탄소중립 담당부서가 왜 동물복지 산하에?...생뚱맞은 농림부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12-12 09:38:08
  • -
  • +
  • 인쇄
▲농림축산식품부 조직도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육성해야 할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를 담당할 부서를 동물복지환경정책관 산하에 배치해 의아스럽게 만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는 '농촌탄소중립정책과'다. 그런데 이 과는 현재 '동물복지환경정책관' 산하에 있다. 동물복지환경정책관에는 농촌탄소중립정책과 외에 동물복지정책과, 반려산업동물의료팀, 개식용종식추진단이 있다. 모든 과가 '동물'과 관련이 있는 곳에 '농촌탄소중립정책과'만 예외다.

농촌탄소중립정책과의 주요 업무는 영농형 태양광을 비롯해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 등 농촌의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업무내용이 '동물'과 전혀 상관없다보니 생뚱맞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부서는 원래 '농촌정책국' 산하에 '농촌재생에너지팀'으로 있었는데 지난 2022년 12월 동물복지환경정책관 밑으로 옮기면서 '농촌탄소중립정책과'로 명칭이 변경됐다. 농촌과 관련된 업무는 모두 '농촌정책국'에 몰려있는데 '농촌탄소중립정책과'만 덜렁 정책국에서 빼버린 것이다. 

농림부의 이같은 처사는 다른 정부부서의 조직편제와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탄소중립을 담당하는 부서는 산업정책관 산하에 산업환경과이고, 해양수산부에서 탄소중립을 맡고 있는 기후환경국제전략팀은 해양환경정책관 산하에 있다. 또 국토교통부에서 탄소중립 업무를 맡고 있는 '녹색도시과'도 도시정책관 밑에 배치돼 있다.

이같은 지적에 농림부 관계자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원래 속해 있던 농촌정책국이 너무 비대해져 농촌탄소중립 관련 정책수요, 산업규모 등을 고려해 다른 곳에 배치한 것"이라며 "탄소중립이나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 비중이 높아지면 환경정책국을 별도로 신설하는 것을 염두에 둔 조직개편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림부의 이같은 해명은 '현재 농림부는 탄소중립 업무에 중점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 영농형 태양광은 현재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방편으로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전력망이 포화돼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영농형 태양광은 수도권 농지를 분산전력망으로 쓸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농지면적의 5%에만 영농형 태양광을 실시해도 현재까지 설치된 26기가와트(GW)의 누적설비용량을 넘어서는 34GW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기후위기와 고령화로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이 늘면서 식량안보도 흔들리는 추세인데, 영농형 태양광은 농가소득에 보탬이 되고, 기상재해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는 기능도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해 식량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게다가 농축산 부문의 연간 메탄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40%를 웃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4배나 높은 강력한 온실가스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 150여개국이 2030년까지 메탄배출량을 2020년 대비 30% 줄이는 '글로벌 메탄서약'까지 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20년 메탄배출량 2980만톤의 30%인 894만톤을 줄여야 한다. 이 가운데 농축산 부문 감축량은 375만톤에 달한다. 이 계획을 실현해야 할 농림부가 '탄소중립'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엉뚱한 곳에 배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중립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가 동물복지환경정책관 산하에 있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라며 "농림부가 영농형 태양광 등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 신임 대표이사 박윤영 후보 확정...내년 주총에서 의결

KT 신임 대표로 박윤영 후보가 확정됐다.KT 이사회는 지난 16일 박윤영 후보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이날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박윤영 전

'삼성가전' 전기료 공짜거나 할인...삼성전자 대상국가 확대

영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절전을 넘어 전기요금 할인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삼성전자는 이탈리아 최대 규

[ESG;스코어]서울 25개 자치구...탄소감축 1위는 '성동구' 꼴찌는?

서울 성동구가 지난해 온실가스를 2370톤 줄이며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감축 성과를 기록한 반면, 강남구는 388톤을 감축하는데 그치면서 꼴찌

대·중견 상장사 58.3% '협력사 ESG평가 계약시 반영'

국내 상장 대·중견기업 58.3%는 공급망 ESG 관리를 위해 협력사의 ESG 평가결과를 계약시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소기업중앙회가 올 3분기까지

KGC인삼공사, 가족친화·여가친화 '인증획득'

KGC인삼공사는 성평등가족부가 주관하는 가족친화인증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여가친화인증을 획득했다고 15일 밝혔다.가족친화인증제도는 일

LS전선, 美에 영구자석 공장 세운다..."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LS전선이 미국 내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Chesapeake)시에 투자 후보지를 선정하고 사업타당성을

기후/환경

+

李대통령 "한전 왜 발전자회사로 나눴나"…발전사 통폐합에 속도?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한국전력 발전부문이 5개 자회사로 나뉜 것에 의문을 던졌다.이 대통령은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

李대통령 "태양광보다 2배 비싼 해상풍력 왜 짓나?"

이재명 대통령이 에너지 현안을 점검하면서 정치적 입장을 떠나 '경제성'과 '과학'에 근거한 접근방식을 요구했다.이 대통령은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산불 연기 마시면 폐질환 '위험'...연기속 곰팡이 포자 때문

산불 연기에 섞인 곰팡이 포자가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미국 아이다호대 산불과학자 레다 코브지어 박사 연구팀은 산불 연기

수위가 낮아지는 美 오대호...우후죽순 짓는 데이터센터가 원인?

미국 오대호 주변에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건립되면서 오대호 수위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2019년 이후

정부 '일회용컵' 무상제공 금지 추진...100~200원에 판매

정부가 플라스틱 일회용컵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플라스틱 일회용컵 무

겨울에도 비 내리는 북극...기온은 '최고' 해빙은 '최저'

전세계 평균보다 4배 빠르게 오르는 북극은 올해도 최고기온을 경신했다.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 제20회 북극 연례보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