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전력 인프라 비용이 일반 가정과 소상공인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등 초대형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하는 한국도 비슷한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에너지 분석기관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형 전력수요자가 자체 납부하는 요금만으로 전력망 강화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미국 내 20개 대형 부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들 대부분이 송전선과 변전소, 발전소 신설에 필요한 총비용보다 적은 금액을 전기요금으로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차액은 전기요금에 반영돼 일반 소비자나 소상공인에게 전가되거나, 전력회사의 손실로 처리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대형 수요자 증가로 발생하는 설비투자 비용은 결국 다른 요금제 사용자들이 떠안게 된다"고 우드맥킨지의 벤 허츠-샤르겔(Ben Hertz-Shargel) 연구원은 말했다.
한국의 상황도 유사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용인반도체 클러스터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국내 최대 규모의 전력 인입시설이 구축될 예정이다. 전력공급을 위해 초고압 송전선과 변전소 신설이 불가피하지만, 현행 요금체계상 이러한 비용이 얼마나 대형 수요자에게 귀속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한국전력은 발전망 및 송배전망 구축에 따른 재무 부담으로 지난해 4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와 산업계는 "국가 전략산업을 위한 불가피한 투자"라고 설명하지만, 에너지 소비자 단체들은 가정용 및 소상공인 요금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1년간 주택용 전기요금은 세 차례 인상됐으며, 정부는 올 하반기 추가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 일부 주는 관련 비용 전가를 막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텍사스는 전력 공급과 유통을 분리해, 소비자가 유통망과 무관한 발전사업자로부터 전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드맥킨지는 이 제도가 일반 소비자에게 전력망 투자비용이 전가되는 구조를 완화한다고 평가했다.
우드맥킨지는 보고서에서 "대형 부하가 원인인 인프라 투자항목을 전력회사 재무제표에서 분리하고, 제3자 발전사업자와의 계약을 통해 비용을 전가하지 않는 방식이 가장 안전하다"고 제안했다. 이는 한국에서도 민간 PPA(전력구매계약) 확대나 청정에너지 전용요금제 도입 논의와 맞물릴 수 있다.
용인반도체 클러스터처럼 초대형 산업단지가 빠르게 늘어나는 한국에서도 전기요금의 공정한 비용분담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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