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이란이 상대국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타격하면서, 국제유가가 일주일 사이 13% 넘게 급등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 가능성을 언급하며 추가 대응을 시사했고, 전문가들은 전쟁 확산이 전세계 에너지 흐름과 공급망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습은 지난 주말 시작됐다. 이스라엘 무인기들이 이란 남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의 천연가스 처리시설 2곳과 수도 테헤란 인근 주요 석유 저장소를 타격했다. 이란은 하이파 정유소를 미사일로 반격해 일부 송유관 가동을 중단케 했다. 해당 시설들 모두 자국 내 연료 공급과 수출 기반을 담당하는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 에스마일 코우사리는 14일(현지시간) "우리는 적을 응징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다"며 "군사적 대응은 전체 대응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거론했는데, 이 해협은 세계 해상 석유 운송의 약 3분의 1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실제 봉쇄가 이뤄질 경우 이스라엘-이란 충돌 전 63달러 정도였던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이란이 해협을 폐쇄할 경우 유가가 최소 1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란 역시 원유 수출의 상당량을 해당 해협을 통해 운송하고 있어 완전한 폐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RBC캐피털마켓 헬리마 크로프트 전략총괄은 "미국 제5함대가 바레인에 주둔 중이기 때문에 이란이 실제로 해협을 완전히 차단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유조선 공격, 해역 기뢰 설치 등 간접적 방식의 위협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 타격에 따른 실질적 피해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시장은 불확실성 자체로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케플러(Kpler) 원유분석 책임자 호마윤 팔락샤히는 "정유시설 공격은 시장의 심리를 크게 흔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우디와 요르단 등 이스라엘산 가스를 수입하던 국가들도 공급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의 주력 원유 수출항인 카르그섬에서도 일부 유조선이 입항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이는 중국향 원유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다.
이스라엘 측도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지중해 연안 가스전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산 가스를 공급받던 이집트와 요르단은 대체 공급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의 경우, 정부가 밝힌 전략 비축유는 약 6개월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의 원재료 수입과 제조원가 부담도 향후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장기화되면 기업 투자 위축과 소비심리 악화 등 실물경제 전반에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 내에서는 주말 사이 사용했던 수준으로 공격을 계속 이어간다면 자국 보유 미사일이 1주일 분량에 불과하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제3국으로 확전될 경우 국제사회의 개입 여부와 대응 등이 에너지 시장의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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