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주개발은행(IADB)이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대출을 공공자금으로 매입하고, 이를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새로운 기후재정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은 향후 수조원 규모의 기후재원을 조달하는 핵심수단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비나시 퍼사드 IADB 기후특별보좌관은 올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이번주 독일 본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이 구상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 개발도상국의 감축 및 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자금 지원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예정인데, IADB가 추진하는 녹색대출 매입 구상은 이러한 기후재정 논의의 일환으로 소개된다.
퍼사드의 제안은 IADB와 같은 공공개발은행이 개발도상국 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이미 대출된 '성과 좋은' 녹색대출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해당 대출은 민간 은행이 이미 상환을 받고 있는 저위험 자산이지만,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연기금 등 보수적 투자기관은 직접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이때 IADB가 해당 대출을 인수하고, 개발도상국의 낮은 신용도를 대신 보증함으로써 민간 기관투자자들도 참여 가능한 구조로 '재포장(securitization)'이 가능해진다. 퍼사드는 "중남미에만 500억달러 규모의 성과 좋은 녹색대출이 존재한다"며 "그 자산을 매입하면 신규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다" 말했다.
매입이 이뤄지면 기존 대출기관은 프리미엄을 받고 자금을 회수하며, 이 자금은 반드시 새로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사용되어야 한다. 퍼사드는 이를 통해 "성공적 프로젝트 경험을 가진 개발자들이 연속적으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방식은 공공개발은행의 우량 신용등급을 활용해, 민간자본의 기후재정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IADB는 COP30 이전 수개월 내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5억달러에서 10억달러 규모의 초기 대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기후재정 컨설팅기업 등의 민간 전문가들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시스템아이큐 (Systemiq)의 마티아 로마니 파트너는 "이 구상은 실용적이면서도 혁신적이며, 재정 제약이 예상되는 미래 환경에서 민간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현실적 수단"이라고 말했다.
로마니는 "이번 계획은 현지 민간은행의 대출을 유동화(securitization)해 기관투자자 기준을 충족시키고,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의 동력으로 만드는 방식"이라며 "현지 은행과의 직접 협력을 통한 시도가 새로운 점이며, 중남미 지역에서 시범사업이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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