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재 투기로 식수·바다 몽땅 오염...한전 석탄발전소에 필리핀 지역민 '분통'

장다해 기자 / 기사승인 : 2025-07-15 10:04:35
  • -
  • +
  • 인쇄
▲석탄재로 인해 색이 변해버린 발전소 인근 바다 (사진=필리핀기후정의운동)

한국전력공사가 필리핀에서 운영하는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호흡기 질환과 어획량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솔루션이 입수해 15일 공개한 '필리핀기후정의운동'의 5월 피해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건립된 필리핀 세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석탄재와 오염물질이 인근 수자원과 대기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필리핀 세부 석탄화력발전소는 한전의 해외발전사업 프로젝트 중 최초의 상업발전소로, 한전이 석탄 조달부터 생산, 판매 등 전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한전은 2005년 필리핀 현지 전력회사인 SPC파워코퍼레이션과 공동으로 KSPC를 설립했다. 2011년 200메가와트(MW)급의 세부 석탄화력발전소가 준공돼 상업 운전이 개시됐고, 이는 필리핀 비사야스 지역의 네그로섬과 세부섬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석탄재와 오염물질이 인근 수자원과 대기질에 영향을 미치면서 어린이와 성인 모두 천식, 폐렴, 피부질환 등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마을 보건소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어획량 감소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발전소 인근 해역에서 활동하던 어민들은 과거 얕은 바다에서도 15킬로그램이 넘는 어획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거의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이같은 어족자원 감소가 석탄재와 오염물질의 해양 투기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관련돼 있다고 보고 있다. 

식수 문제도 거론된다.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던 샘물은 발전소 인근 석탄재 투기 이후 변색되고 악취가 발생했다. 일부는 피부 자극 증상까지 유발하고 있다. 특히 보고서는 발전소 건설 초기부터 일부 가구에 이주 권고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업자 측이 사전에 피해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증거라고 꼬집었다. 또 당시 공청회와 정보공개 과정에서 주민 참여는 제한적이었으며, 실제 보상이나 모니터링 결과는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지 단체 체인지 나가(CHANGE Naga)의 대표 라퀴엘 에시리투는 보고서에서 "수질이 변하고, 피부병이 발생하고 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도미나도르 바사야 주니어는 "우물물이 석탄재 탓에 검게 변했지만, 주민 의견을 제대로 듣는 주체가 없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청한 주민은 "이 모든 피해에도 불구하고 나가 지역의 전기요금은 여전히 높으며, 석탄발전소는 주민들에게 어떤 보상도, 혜택도 주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전의 발전소 건설을 지원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실질적인 구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2년 ADB 내부 컴플라이언스 리뷰는 해당 사업이 환경, 정보공개, 주민 의견수렴 등 내부 정책을 위반했음을 인정하고 시정 권고를 제시했다. 그러나 5년간의 공식 모니터링 이후에도 그 절반은 이행되지 않은 채 종료됐다. 피해 주민에 대한 명확한 보상 조치도 없는 상황이다. 

한전은 2022년부터 세부 석탄발전소에 대한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전세계적인 탈석탄 금융 흐름 속에서 석탄발전소에 대한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앞서 1~3차 입찰은 모두 실패했다. 

한전은 필리핀 외에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한국전력과 금융기관들이 이에 대한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한전의 석탄발전소가 위치한 다른 국가와 지역에서도 피해는 확대될 전망이다.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의 아일린 리퍼트 연구원은 "글로벌 자본은 석탄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고, 한전의 미래 자금 조달 가능성도 이러한 변화에 발을 맞추느냐에 달려 있다"며 "한전이 글로벌 자본 시장에 접근하려면 석탄에서 즉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석탄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시, 투자자와 규제기관의 한전에 대한 신뢰가 저하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생태계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도 계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후보 4명으로 좁혀졌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으로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및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다고 2일

[최남수의 ESG풍향계] 조정기간 거친 ESG...내년 향방은?

올 한 해 ESG는 제도적으로 조정기간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SEC(증

'개인정보 유출' 쿠팡 수천억 과징금 맞나...SKT 사례보니

쿠팡이 3370만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생겼다.2023년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법 위

기후/환경

+

올해 모기 개체수 28%나 줄었다...이유는?

올해 우리나라 모기 개체수가 지난해에 비해 28%나 줄었다. 원인은 모기도 견디기 힘들만큼 폭염이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질병관리청은 모기 발생시

동남아 홍수·산사태로 1100여명 희생...원인은 '기후변화·난개발'

우기에 접어든 동남아시아가 역대급 폭우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현재까지 1100명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앞으로 희생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2

英, 모잠비크 가스전 11.5억달러 지원 철회...기후위기 위험 때문?

영국이 11억5000만달러, 우리돈 약 1조6876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모잠비크 천연가스 프로젝트 지원금을 철회했다. 1일(현지시간) 피터 카일 영국 기업부

남극 오존층 구멍이 작아지고 있다...6년來 최저 크기

남극 오존층 구멍이 최근 6년 내에 가장 작게 형성됐다.1일(현지시간) 유럽의 지구관측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올해 남극 오존

[날씨] 칼바람에 한반도 '꽁꽁'...3일 체감온도 -12℃로 '뚝'

2일 한반도로 유입된 북서풍의 영향으로 기온이 급속하게 떨어지면서 최강한파가 찾아오겠다.이날 아침 중국 북부에서 확장된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탄소제도 공유하는 국제연합 출범..."각국 운영경험 교류협력 기구"

전세계 규제기반 탄소시장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연합체가 공식 출범했다.1일(현지시간) 미국 E&E뉴스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