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전쟁이 터진 기회를 틈타, 슬그머니 인상한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된서리를 맞게 생겼다.
5일 이재명 대통령은 싱가포르와 필리핀 국빈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휘발유 가격에 대해 '최고가격 지정제' 시행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최고가격을 일률적으로, 전국적으로 지정하기 어렵다면 지역별·유류 종류별로 적용하는 등 현실적 방법을 찾아 신속하게 지정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는 7개월분의 비축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200원씩 뛰는 것에 대해 '기회를 틈탄 폭리'라고 판단하고, 시장 감시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부당하게 요금을 올려받는 것에 대해 방치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각 주유소에서 매입하는 기름값에 대한 가격정보를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34.32원이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1800원을 넘어간 것은 2022년 8월 12일(1805.9원) 이후 약 3년7개월 만이다. 서울 평균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리터당 1889.07원을 기록했다.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전쟁 발발 즉시 인상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미 수입된 휘발유를 유통하는 것이어서 전쟁이 국내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을 시차없이 인상시킬만한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국내 원유 비축분은 208일에 이르고 있어, 적어도 7개월 정도까지는 국내 유가 변동성이 크지 않기도 하다.
그런데도 국내 기름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대통령까지 직접 단도리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아직 객관적으로 심각한 차질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폭등했다"며 "아침 점심 저녁 가격이 다 다르고, 리터당 200원 가까이 올린 곳도 있다고 들었다"며 제재 방안을 주문한 것이다.
이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석유사업법 23조에 보면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최고 가격을 지정하도록 돼 있다"며 "오늘 오후 가격을 점검해 높은 경우 고시를 통해 최고가를 지정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최고가격 지정제'는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한 법률을 근거로 비상 상황에서 특정물품의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는 조치다. 휘발유와 경유에 '최고가격 지정제'가 도입되면 가격 상한선이 설정되고, 이를 위반하면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또 가격이 높은 주유소는 가격담합 조사를 받을 수 있고, 심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을만큼 강력한 조치다.
이에 한국주유소협회는 정부의 조치에 우려를 드러내면서, 주유소 마진을 감안해 가격을 지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주유소는 정유사의 공급 가격에 4~5%의 마진을 붙여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