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전역이 역대급 폭염과 산불에 신음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4세 어린이가 열사병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고, 프랑스에는 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보건부는 이날 피렌체, 볼로냐 등 7개 주요 도시에 폭염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외출 자제를 권고했고, 일부 관광명소는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보건당국은 12일에 11개 도시, 13일에는 16개 도시에 적색경보를 발령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적색경보는 열파(Heatwave)와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해 노약자뿐 아니라 건강한 성인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수준의 폭염이 발생했을 때 발령된다. 실제로 폭염경보가 내려진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에서 4세 어린이가 주차된 차량 내부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고, 수일 뒤 숨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탈리아 나폴리 인근의 활화산인 베수비오 화산에서 산불까지 발생해 국립공원이 폐쇄되기도 했다.
프랑스도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프랑스 기상청은 낮 최고기온이 41.6℃를 기록한 보르도를 포함해 베르주라크, 코냑, 생지롱 등 남부 곳곳이 모두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폭염은 오는 2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적색경보 발령지역이 12곳에서 16곳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또 프랑스 오드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폭염과 가뭄에 바싹 마른 나무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파리의 1.5배 면적이 잿더미가 됐다.
스페인은 지난주부터 40℃를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고,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 10일에는 스페인 북서부 레온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로마 시대 채광지 '라디오스타 메둘라스'가 불타고 700여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이 산불은 고온과 시속 40㎞에 달하는 강풍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포르투갈 중부와 북부에서도 3건의 대형 산불이 발생했고, 발칸반도의 알바니아에서도 하루 사이에 40건이 넘는 산불이 발생해 약 3만4000헥타르(ha)가 불탔다. 이외에도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등에서 산불이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대피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전역을 강타한 이 폭염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꼽았다. 온난화 영향으로 지중해 해수온이 상승했고, 그 영향으로 유럽 상공에 고기압 세력이 발달하면서 장기간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기압에 의해 맑은 날이 이어지면서 육지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프랑스 기상청의 해양학자 티보 귀날도는 "지중해는 조수가 없는 바다여서 바람까지 불지 않으면 해수의 수직 혼합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열이 축적되면서 수온이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빌프랑슈-쉬르-메르 해양학 연구소 장피에르 카투소 연구소장은 "지중해 수온이 10년마다 0.4℃씩 상승하고 있으며, 추후 지중해의 '열대화'로 이어지고 산발적인 해양폭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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