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러 갔다가 美범죄자된 300명...10일쯤 전세기로 귀국예정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9-08 15:09:26
  • -
  • +
  • 인쇄
▲이민 당국에 의해 조사를 받고 있는 현대차-LG엔솔 합작 배터리공장 노동자들(사진=EPA 연합뉴스)

미국에서 불법체류자로 내몰려 체포·구금된 300명의 한국인 근로자들이 이르면 10일(현지시간) '자진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는 방향으로 해결될 전망이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는 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들의 귀국 시점에 대해 "수요일(10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미국에 재입국할 때 불이익이 없도록 추방이 아닌 자진출국 형식으로 귀국하도록 한미 실무당국간 의견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 4일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하면서 비롯됐다. 미 이민당국은 장갑차와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노동자 475명을 불법체류자로 체포·구금했다. 이 가운데 300명이 한국인으로 밝혀지면서 우리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이들의 체포이유는 여행용 전자여행허가제(ESTA) 비자와 상용·관광 비자인 B1, B2 비자로 입국한 사람들이 근무하는 것은 법위반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자진출국하거나 강제추방, 이민재판 등 3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가장 빨리 석방하는 방법은 '자진출국'이다. 강제추방을 당하면 불법 혐의에 대한 당국 조사가 마무리 된 뒤에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고, 향후 재입국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조 총영사는 ICE와의 교섭에서 일괄적으로 '자진출국' 절차를 통해 구금자들을 석방하면 전세기를 태워 귀국시키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이를 ICE가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진출국은 미국 이민 당국에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향후 미국 입국에 불이익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불법체류로 체포·구금된 상태에서 자진출국을 선택하는 것이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따라 8일 미국을 방문하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을 만나 구금자들에 대한 향후 불이익을 얼마나 최소화할지 주목된다. 조 장관은 이와 함께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비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것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언론들도 이번 사태가 한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로 투자할 계획이었던 한국 기업들은 이번 이민 당국의 급습으로 대미 투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필수 불가결한 경우를 제외한 미국 출장을 보류 검토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소셜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일로 한국과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이 나라에 배터리에 대해 아는 인력이 없다면 우리가 그들을 도와 일부 인력을 불러들여 우리 인력이 배터리 제도든 컴퓨터 제조든 선박 건조든 하도록 훈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300명이 체포될 당시 "내 생각에는 그들은 불법체류자였고, (이민 당국은) 자기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답했던 것과 사뭇 다른 뉘앙스다. 

아무튼 이번 사태는 미국이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국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른 나라를 관세로 압박해 공장을 짓도록 강제하면서 이 공장건설을 위해 현장에 투입된 외국인 근로자들을 불법체류자로 단속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미 투자를 결정한 한국 기업들은 국내 기술인력 파견 대신 현지인을 고용하고 이들에게 기술까지 가르쳐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이번 단속도 조지아주 공화당 의원인 토리 브래넘이 이민 당국에 신고하면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 기업들의 험로가 예상된다. 브래넘은 한국기업들이 조지아주 세제혜택만 누리고 조지아 주민들을 고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공화당 지지자들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8일 미국 조지아주 이민 단속에 의한 한국인 노동자 체포·구금 사태와 관련해 "관련 현황을 파악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할 것이며 향후 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 협조해서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한국거래소 '한국형 녹색채권' 상장수수료 면제 1년 연장

'한국형 녹색채권' 상장수수료 면제가 1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정부의 녹색채권 활성화 정책 지원을 위해 '한

셀트리온제약 'ESG위원회' 신설..."위원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

셀트리온제약은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돌입했다고 11일 밝혔다.ESG위원회는 ESG 경영을 총괄하는

kt ds '2025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 대상' 종합대상 수상

KT그룹 IT서비스 전문기업 kt ds가 한국HRD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 대상'에서 최고등급인 '종합대상'을 받았다고 11일 밝혔다.대한민국

SPC, 음성에 '안전 스마트공장' 짓는다..."인명사고 근절"

SPC그룹은 생산시설에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3000억원을 들여 충청북도 음성군에 '안전 스마트 신공장'을 짓는다고 11일 밝혔다.'안전 스마트 신공

LG U+, CDP평가 기후대응부문에서 최고등급 ‘리더십 A’ 획득

LG유플러스가 2025년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Carbon Disclosure Project)로부터 기후변화 대응부문 평가에서 2년 연속으로 최고등급인 '리더십 A'를 획득했다

네이버, 종이보증서 대신 '디지털보증서' 발급..."탄소저감 기대"

네이버가 제품 구매일지와 보증기간 등의 정보가 입력된 디지털 보증서 '네이버 컬렉션'을 출시했다고 11일 밝혔다. 종이 보증서를 대체하는 이 디지털

기후/환경

+

북극곰 온난화로 위협받자…생존 위해 'DNA' 바꾼다

지구온난화로 생존이 위협받는 북극곰의 유전자에서 기후변화에 적응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됐다.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팀은 기온이 오를수록 그

동남아 해상풍력 중심지로 급부상...글로벌 기업들 몰린다

동남아시아가 해상풍력 개발에 속도를 내며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환경 정책

日 아오모리 앞바다 또 6.7 지진...불안감 커지는 열도

일본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또다시 규모 6.7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현지매체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12일 오전 11시44분쯤 규모 6.7로 추정되는 지진이

탄소감축해도 경제성장...세계 각국 '탈탄소 성장' 가시화 뚜렷

경제규모가 커졌지만 탄소배출은 오히려 감소하는 이른바 '탈탄소 성장'이 몇몇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탄소배출이 비례적으로 늘

[주말날씨] 눈구름대가 몰려온다...토요일 전국에 '눈비'

북쪽에서 찬공기가 유입되면서 12일 아침기온이 뚝 떨어진 가운데 동해안을 중심으로 내리던 눈이 13일부터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이번 주말에는 많은

[날씨] 무거운 눈이 '펑펑'...이번에 '습설'이 닥친다

첫눈에 폭설로 시작한데 이어, 이번 주말에는 많은 양의 '습설'이 내릴 것으로 예보돼 있다. 습설은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는 무거운 눈이어서 많은 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