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불법체류자로 내몰려 체포·구금된 300명의 한국인 근로자들이 이르면 10일(현지시간) '자진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는 방향으로 해결될 전망이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는 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들의 귀국 시점에 대해 "수요일(10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미국에 재입국할 때 불이익이 없도록 추방이 아닌 자진출국 형식으로 귀국하도록 한미 실무당국간 의견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 4일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하면서 비롯됐다. 미 이민당국은 장갑차와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노동자 475명을 불법체류자로 체포·구금했다. 이 가운데 300명이 한국인으로 밝혀지면서 우리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이들의 체포이유는 여행용 전자여행허가제(ESTA) 비자와 상용·관광 비자인 B1, B2 비자로 입국한 사람들이 근무하는 것은 법위반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자진출국하거나 강제추방, 이민재판 등 3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가장 빨리 석방하는 방법은 '자진출국'이다. 강제추방을 당하면 불법 혐의에 대한 당국 조사가 마무리 된 뒤에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고, 향후 재입국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조 총영사는 ICE와의 교섭에서 일괄적으로 '자진출국' 절차를 통해 구금자들을 석방하면 전세기를 태워 귀국시키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이를 ICE가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진출국은 미국 이민 당국에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향후 미국 입국에 불이익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불법체류로 체포·구금된 상태에서 자진출국을 선택하는 것이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따라 8일 미국을 방문하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을 만나 구금자들에 대한 향후 불이익을 얼마나 최소화할지 주목된다. 조 장관은 이와 함께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비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것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언론들도 이번 사태가 한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로 투자할 계획이었던 한국 기업들은 이번 이민 당국의 급습으로 대미 투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필수 불가결한 경우를 제외한 미국 출장을 보류 검토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소셜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일로 한국과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이 나라에 배터리에 대해 아는 인력이 없다면 우리가 그들을 도와 일부 인력을 불러들여 우리 인력이 배터리 제도든 컴퓨터 제조든 선박 건조든 하도록 훈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300명이 체포될 당시 "내 생각에는 그들은 불법체류자였고, (이민 당국은) 자기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답했던 것과 사뭇 다른 뉘앙스다.
아무튼 이번 사태는 미국이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국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른 나라를 관세로 압박해 공장을 짓도록 강제하면서 이 공장건설을 위해 현장에 투입된 외국인 근로자들을 불법체류자로 단속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미 투자를 결정한 한국 기업들은 국내 기술인력 파견 대신 현지인을 고용하고 이들에게 기술까지 가르쳐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이번 단속도 조지아주 공화당 의원인 토리 브래넘이 이민 당국에 신고하면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 기업들의 험로가 예상된다. 브래넘은 한국기업들이 조지아주 세제혜택만 누리고 조지아 주민들을 고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공화당 지지자들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8일 미국 조지아주 이민 단속에 의한 한국인 노동자 체포·구금 사태와 관련해 "관련 현황을 파악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할 것이며 향후 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 협조해서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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