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 취급받는 韓요양보호사들...간호사 대접받는 獨요양보호사들

박유민 기자 / 기사승인 : 2021-02-18 12: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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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받지 못하는 요양보호사들] (3) 장기요양보험 적자구조 해소해야

돌봄을 공적영역으로 끌어들인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지 13년이 흘렀지만 돌봄서비스 질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은 빠르게 늙어가는 한국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돌봄을 위해서는 현재 사회실정에 맞는 제도와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이후 장기요양보험료율은 2010년~2017년까지 8년간 건강보험료의 6.55%로 동결됐다가 최근 3년간 매년 인상되면서 올해 11.52%까지 높아졌다. 2016년부터 발생한 적자를 적립금으로 메우는 게 한계가 있다보니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했던 것이다. 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마저도 2~3년 내에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요양보험료율은 최근 3년간 매년 인상되면서 올해 11.52%까지 높아졌다.


일각에서 장기요양보험 지출의 효율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기요양기관의 부정수급 등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으로 인해 정부 지원금이 줄줄 새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동민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 장기요양보험 제도는 '사회보험' 방식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출뿐 아니라 수입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현재 장기요양제도의 재정악화 문제를 논의할 때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점만 집중 거론되고 있지만 장기요양보험 재정적자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보험료를 내는 생산활동인구 자체가 줄어든데 따른 요인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에 연동돼 있다. 즉,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의 11.52%가 장기요양보험료로 부과되고 있다. 보험료는 갈수록 줄어드는 경제활동인구인 젊은층과 중년층에서 부담하고, 늘어나는 노년층은 피부양자로 보험료를 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같은 비대칭 구조에서 재정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동민 교수는 "지금의 장기요양보험 제도는 마치 자동차가 없는 사람에게 자동차 보험료를 내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으며 "장기요양보험료를 건강보험료에 연동하지 말고, 소득의 일정비율로 별도 부과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료를 내는 사람과 보험혜택을 받는 사람이 다른 구조에서는 지출 억제만으로 재정을 확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처럼 장기요양을 사회보험방식으로 운영하는 독일과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노인돌봄을 위한 '개호보험'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운영되는 강제적 사회보험이다. 40세 이상의 모든 일본 거주자는 가입대상이며, 65세 이상은 1호, 40세부터 65세 미만은 2호으로 분류돼 보험을 적용한다. 수급자 본인은 서비스 비용의 10% 수준을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은 보험자인 지방정부가 보험급여비로 부담한다. 보험급여비는 자체 예산에서 12.5%를 충당하고, 나머지 재원은 1호 보험 가입자로부터 18%, 2호 보험 가입자로부터 32%, 중앙정부로부터 보조금의 형태로 25%, 도도부현 정부로부터 12.5%를 지원받는다. 부모 혹은 자신이 혜택을 보는 40세 이상을 중심으로 보험료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독일은 우리나라처럼 의료보험 가입과 동시에 장기요양보험에 자동가입되며 독일은 건강보험료와 별도로 소득의 3.05%를 장기요양보험료로 징수한다.

대상자에 대한 연령제한이 없다는 점도 우리와 다르다. 우리나라는 장기요양보험 수급대상을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의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로 제한돼 있다. 반면 독일은 어린이도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험료를 내는 젊은 부모도 자녀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 독일과 일본은 한국에 비해 장기요양보험제도 가입자와 대상자가 비교적 일치한다. 

독일과 일본은 가입자와 대상자의 일치를 통해 보험료 인상에 대한 반발을 줄여 재정수입을 현실화하고 있다. 이런 재정 안정성은 서비스 질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일본에서는 2009년부터 장기요양 제공인력에게 처우 개선비를 제공하고 있다. 이 대상을 점차 확대해가는 추세이며 교육 및 훈련을 받은 개호직원에게 그 능력에 따라 더 높을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캐리어 패스' 요건도 추가했다. 독일에서는 보험료 인상을 통해 전문 요양보호사 인력을 1만3000명 충원하는 한편 전문 요양보호사는 일반 의료간호사와 같은 대우를 해주고 있다.

서동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저 부담 저 복지' 구조"라며 "우리나라도 장기요양보험을 건강보험 재정과 분리해 소득에 일정비율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서 재정을 확충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조치들이 있어야 질좋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확충이 돌봄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돌봄'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돌봄 제공자가 지역사회에서 소외되는 현재의 인식으로는 재정확충이 이뤄진다고 해도 돌봄 제공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나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미니인터뷰] 9년간 치매 아버지 돌본 조기현 작가
"반쪽짜리 돌봄서비스...20대 통째로 날렸다"


▲<아빠의 아빠가 됐다>의 작가 조기현씨

"우리나라 장기요양보험 지원규모가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9년간 50대 치매 아버지를 돌본 경험으로 쓴 자전적 에세이<아빠의 아빠가 됐다>의 작가 조기현 씨가 꺼낸 말이다.  

조기현 작가는 "아버지도 장기요양보험 수급자였지만 막상 치매로 24시간 돌봄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장기요양보험으로 받은 혜택은 일주일에 고작 하루 8시간씩 3일동안 돌봄서비스를 받은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는 고스란히 본인이 돌봐야 했다고.

이렇듯 '반쪽짜리' 돌봄서비스를 받다보니 그는 20대 젊은 나이에 자신의 모든 꿈을 접고 아버지를 돌보는데 전적으로 매달려야 했다. 그 시간이 무려 9년이나 됐다. 조 작가는 "저처럼 젊은 나이에 부모나 가족을 온종일 돌봐야 하는 영케어러들은 사실 갑작스럽게 자신의 인생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돌봄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면 저같은 사람들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인이 아니더라도 산재나 만성질환 등으로 장기요양이 필요한 사람도 많은데, 우리나라 장기요양보험 제도는 아예 늙거나 장애인이 되지 않으면 돌봄서비스를 아예 받지 못하게 돼 있다"며 현 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조 작가는 요양보호사들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가 가사 도우미 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돌봄서비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가 어떤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치료만큼 돌봄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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