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거 아니었어?"…과자 속 '플라스틱 트레이'가 사라진다

박유민 기자 / 기사승인 : 2021-06-04 16:31:33
  • -
  • +
  • 인쇄
[환경의 날: 지구를 지키는 작은 발걸음들]
제과업체들, 변화촉구하는 소비자에 부응
▲ 제품 안에 식품과 함께 들어 있는 플라스틱 트레이(사진=연합뉴스) 

식품업체들이 대대적으로 과자나 김 등 제품 안에 식품과 함께 들어 있는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하고 나섰다. 유통 중 품질 유지를 위한 필수재처럼 여겨졌던 플라스틱 트레이가 '불필요한 쓰레기'라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플라스틱 트레이는 없어도 상관없는 것"이라며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한 여러 과자와 김 제품들을 여러 각도와 높이에서 총 240번의 낙하 실험을 해봤는데, 제품이 손상되지 않고 대부분이 온전했다"고 4일 밝혔다. 실험에 사용한 제품들은 롯데제과 '엄마손파이'와 '카스타드', 해태제과의 '홈런볼', 농심 '생생우동' 등이었다.

이 결과에 대해 소비자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상품파손 막으려는 것 같지만 사실상 부피 커 보이게 하려는 것"이라며 식품업계의 과대포장 문제를 꼬집었다. 환경단체 및 소비자들 사이에서 변화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자 식품업계들은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가장 발 빠른 대응을 보인 것은 롯데제과다. 롯데제과는 문제가 됐던 카스타드와 엄마손파이 플라스틱 트레이를 오는 9월 이전에 종이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칸쵸, 씨리얼의 컵 제품에 쓰이는 플라스틱 포장을 올해 안에 다른 소재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롯데제과에서만 연간 350t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홈런볼이 쉽게 부서지기 때문에 트레이 제거나 변경은 불가하다고 했던 크라운제과도 플라스틱 트레이 교체를 약속했다. 크라운제과는 내년 9월 제품 생산을 목표로 충남 아산에 친환경 과자 공장을 신축할 계획인데, 이 공장에 홈런볼 생산라인을 새롭게 설치할 때 플라스틱을 대신할 새로운 친환경 소재를 개발해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홈런볼 용기의 친환경 소재 적용은 내년 하반기까지 완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농심도 2022년 7월까지 '생생우동' 제품 내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지난달 23일 밝혔다. 당장 도입이 어려운 이유에 관해 묻자 "트레이 제거 후 식품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플라스틱 트레이를 그냥 제거해버리면 끝나는 게 아니라 설비 자체를 바꿔야 하므로 시간이 소요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 농심의 '둥지냉면' 등 다른 건면 제품에도 트레이 제거 계획에 관해 묻자 농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고려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다른 식품업체들도 불필요한 트레이 제거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없거나 '반짝' 실행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리온은 지난달 부터 '초코칩쿠키'내 트레이를 5mm 줄인 트레이를 적용했다. 이는 단지 기존 트레이 플라스틱 양의 5%를 줄인 수치이다. 제거 계획에 대해서는 "트레이 없이도 제품 깨짐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포장기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외에도 '오!감자'안에 들어 있는 플라스틱 소스 통에 대해서는 "'오!감자'가 찍어 먹는 콘셉트의 스낵이라 플라스틱 용기를 대체할 수 있을지 조사해보겠다"고 말했다.
 
▲동원F&B의 '양반김 들기름 에코 패키지'


CJ제일제당도 '비비고 구운김'의 트레이 제거를 검토중이지만 당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과자나 건면 같은 다른 제품과 달리 기름이 나오는 김의 원재료 특성상 트레이가 있어야 품질 유지가 가능하다"며 "식품의 안전성과 품질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고 설비 자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동원F&B는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한 '양반김 들기름 에코 패키지'를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패키지로 1봉당 4.7g의 플라스틱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품 역시 플라스틱 트레이만 제거하고 다시 비닐로 재포장 돼 있어 '이중포장' 문제는 여전하다.

풀무원 관계자도 "김 제품관련 일부 제품에 트레이 제거 계획이 있다"면서 "빠르면 3개월 이내에도 가능할 것 같다"는 답변을 내놨다.

기업들의 움직임에 환경운동연합은 "아직도 플라스틱 트레이 문제를 회피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며 "이들 기업에 변화와 책임을 요구하기 위해 '플라스틱 기습공격'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브라질, COP30 앞두고 '열대우림 보전기금' 출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열대우림 보전 주도에 나선다.6일(현지시간) COP30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 기후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KT "고객보호조치에 총력…펨토셀 관리체계 대폭 강화"

KT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서버가 감염된 것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서 드러나자, KT는 "네트워크 안전 확보와 고객

"녹색경제로 이행가려면 정책·기술·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2에서는 정책·기

KT, 서버 43대 해킹 알고도 '은폐'…펨토셀 관리체계도 '부실'

KT가 43대의 서버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을 지난해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은 6일 정부

KCC글라스, 국내 최초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출시

KCC글라스가 국내 최초로 조류충돌 방지기능을 갖춘 유리 '세이버즈(SAVIRDS)'를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세이버즈는 특수 '샌드블라스팅(Sand Blasting)' 기법

기후/환경

+

강수량 600㎜·풍속 220㎞ '괴물태풍'...'갈매기'에 베트남 쑥대밭

태풍 '갈매기'가 필리핀에서 최소 323명의 사망·실종자를 내고 베트남까지 휩쓸고 있다.7일(현지시간) AFP·AP·로이터 통신과 관영 베트남

기후변화로 사하라 사막 초원되나?…"21세기말 강수량 75% 는다"

기후변화로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사하라 사막 강수량이 2100년에는 2배에 달할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미국 일리노이 시카고대학(UIC) 연구팀이 21세

"NDC 60%는 실현 가능...50~53%는 탄소중립과 불일치"

정부가 제시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가운데 60% 감축안만이 2050년 탄소중립과 정합하며 실현 가능한 경로라는 분석이 나왔다.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중국 에너지 전환 속도내지만..탄소배출 정점 더 늦어져

중국의 탄소배출 정점이 당초 예상했던 2030년 이전보다 늦은 2030년대 초반에 찍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6일(현지시간) 알자지라는 국제 에너지&

HSBC, 석유·가스 감축 '속도조절'…'2050 탄소중립' 그대로

HSBC가 석유·가스 등 고배출 산업에 대한 2030년 감축 목표를 완화하고,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장기 목표만 유지하기로 했다.6일(현지시간) HSBC는 공

기후위기 속 맥주의 생존법… 칼스버그 ‘열에도 강한 보리 유전자’ 발견

덴마크 맥주기업 칼스버그(Carlsberg)가 기후변화에도 견디는 '내열(耐熱) 보리 유전자'를 발견했다.6일(현지시간) 칼스버그연구소는 "보리 유전체에서 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