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기행] 줄서서 맛본 '한치빵'..."제주의 맛이네"

김현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7-05 17:57:06
  • -
  • +
  • 인쇄
제주산 곡물 반죽에 제주산 한치 다져넣어
▲제주에서 생산된 메밀과 보리, 한치, 치즈를 넣어 만든 '제주 한치빵'

제주 서귀포시의 대표적 관광지 '용머리해안'에 가면 제주의 명물 '한치빵'을 만날 수 있다. 제주에서 생산된 메밀과 보리로 만든 반죽에 잘게 다진 한치와 생모짜렐라 치즈를 넣은 이 빵을 맛보기 위해 가게 앞은 온종일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졌는데도 불구하고 이 가게는 항상 붐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맛이길래 기다림을 감수하는 것일까. 그 맛이 궁금해 긴 줄 끝에 섰다. 약간의 기다림끝에 받은 '한치빵'의 맛은 붕어빵보다 훨씬 부드럽다. 다진 한치의 씹히는 식감도 미각을 자극했다. 메밀보리 반죽안에 모차렐라 치즈를 넣어서 그런지 씹을수록 고소함에 온 입안에 퍼졌다. '1개 3000원이나 해?' 싶었던 마음은 사라지고 '1개 3000원이나 할만하군' 싶었다.

제주도에서 '한치빵'이 처음 선보인 것은 3년전이다. 당시 달랑 한군데뿐이던 한치빵 가게는 지금 20여군데로 늘어났다. 입소문이 나면서 가맹점으로 확산된 것이다. '한치빵'을 제주도에 퍼뜨린 사람이 궁금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박유철 치즈몽땅제주한치빵 대표. 때마침 용머리해안점을 찾은 박 대표를 운좋게 만날 수 있었다.

다부져보이는 인상의 박 대표는 처음부터 한치빵을 만든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함덕 해수욕장에서 레저사업을 하던 그는 겨울에만 붕어빵 장사를 했다. 그는 "3년전 붕어빵 장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경험이 없다보니 태우기 일쑤였다"면서 "당시 제주에 문어빵이 유행했었는데 저는 한치를 넣은 빵을 만들어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 제주는 문어보다 한치를 한수위로 여긴다. '한치가 쌀밥이라면 오징어는 보리밥이고, 한치가 인절미라면 오징어는 개떡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치는 오징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훨씬 부드럽고 감칠맛이 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제주에서 나는 한치뿐만 아니라 제주에서 생산되는 메밀과 보리로 반죽을 하자고 생각했다"면서 "모짜렐라 치즈도 제주에서 만들어진 것이니 '한치빵'은 제주가 통째로 들어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렇게 탄생한 한치 모양의 한치빵은 입소문을 타고 금방 유명해지면서 가맹점 문의가 쇄도했다. 제주도에 '한치빵' 가맹점이 20곳으로 늘어난 이유다. 

▲'한치빵'속 치즈가 길게 늘어난다.

박 대표는 서울이나 대도시에 가맹점을 낼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한치가 나지 않는 도시에서 한치빵을 만드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육지에 한치빵 가맹점을 낼 계획이 없다"고 딱 잘라말했다. 

대신 박 대표는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빵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박 대표는 "재작년 경주에서 한치빵을 팔고싶다는 분에 계셨는데 한치빵 대신 경주의 상징인 다보탑이 찍힌 '십원빵'을 만들도록 레시피를 제공한 적이 있다"면서 "이를 계기로 경주에는 다보탑이 그려진 십원빵, 거제에는 풍차가 그려진 십원빵, 부산에서는 광안대교가 그려진 십원빵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안동에서는 하회탈이 새겨진 빵을 판매해볼 계획이다.

박 대표의 고집(?) 때문에 앞으로 한치빵을 먹으려면 꼭 제주도로 가야 한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육지에는 한치빵을 내지 않을 것"이라며 "제주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진짜 제주의 맛을 지킬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한치빵을 사러오는 사람들은 끊이질 않았다. 맛도 맛이지만 'SNS 인증샷'을 찍기 위해 한치빵을 찾는 젊은이들도 적지않았다. 가게 근처에서 한치빵을 들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맛은 어떤지 물어봤다. "생긴 것도 너무 귀엽고 맛도 좋다" "제주 바다를 보며 한치빵을 먹으니 정말 제주도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답이 돌아왔다.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도 한치빵을 한입 크게 베어먹었다. 그러자 박 대표는 대뜸 "맛있게 먹는 방법이 따로 있다"며 먹는법을 가르쳐줬다. 먼저 한치빵의 윗부분부터 살짝 잡아 뜯어낸다. 그러면 빵속에 숨어있던 치즈가 길게 모습을 드러낸다. 죽 늘어난 치즈를 빵에 돌돌 감아먹으면 한치빵을 더욱 맛깔나게 즐길 수 있다고.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한카드, 개인정보 19만건 '술술'…유출사실 3년간 몰랐다

신한카드에서 가맹점 대표자의 휴대폰번호 등 19만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외부 해킹이 아닌 내부 직원에 의한 유출인

삼성重 사망사고에 사과…반복된 인명사고에 비판 잇따라

삼성중공업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공식 사과와 함께 사고 선박에 대한 전면 작업중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 "속도감 있는 실행으로 판을 바꾸자"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가 "위기 속에 더 큰 기회가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도약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강조하면서 신년 아젠다로 5대

이재용 삼성 회장이 귀국 1주일만에 달려간 곳

주식시장에서 '11만전자'를 회복한 22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사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생산현장으로 달려갔다.삼성전자는 이날 이재용 회장이 경

오리온 3세 경영 본격화...담서원 1년만에 부사장 승진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씨가 입사 4년 5개월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승계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오리온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美 쿠팡 주주가 집단소송 제기..."정보유출 공시의무 위반"

3000만명이 넘는 회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상대로 미국의 주주가 미국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내에는 쿠팡 소비자가 거의 없기에

기후/환경

+

유럽 교회의 오르간 조율기록이 기후온난화 추적 데이터?

유럽의 각 교회에서 오르간을 조율할 당시 기록된 기온이 기후온난화를 장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자료가 되고 있다.영국 노팅엄 트렌트

AI로 도로살얼음까지 예보...정부 '4차 기후위기 대응대책' 확정

겨울철 '도로위 암살자'로 불리는 살얼음(블랙아이스)를 인공지능(AI)를 활용해 12시간전에 예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취약계층이 폭염과 한파로

그린란드 쓰나미 원인 밝혀졌다…"해저지진 아닌 빙하붕괴"

그린란드에서 발생한 대규모 쓰나미가 해저 지진 때문이 아니라 빙하 붕괴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22일(현지시간) 스페인 환경&

美트리는 전기료 천만원...英트리는 재생에너지 전력

영국은 올해 크리스마스가 전력부문에서 역대 가장 낮은 탄소배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20일(현지시간) 가디언이 영국 전력망 운영을 분석한

기후부, 에너지시스템 AI전환 추진…'기후·에너지 DX·AX 전담반' 출범

정부가 에너지시스템 분야의 인공지능(AI) 전환을 본격 추진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

기후부, 환경 연구개발 현장 중심 전환…탄소중립·순환경제 기술 발굴

환경 연구개발이 산업 현장과 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2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3차 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