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2공항 서면평가부터 '삐걱'...탄소체크하는 '환경평가' 통과할까

김진정 기자 / 기사승인 : 2021-07-23 11: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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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에서 실사 통해 온실가스 배출점검
탄소배출 따지는 기후영향평가 내년 하반기 시행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환경부에 제출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반려당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점검하는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할 수 있을지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일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 비행안전이 확보되는 조류 및 그 서식지 보호 방안에 대한 검토 미흡 △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시 최악 조건 고려 미흡 및 모의 예측 오류 △ 다수의 맹꽁이(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 예측 결과 미제시 △ 조사된 숨골에 대한 보전 가치 미제시 등을 이유로 반려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23일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계획의 타당성과 적정성 등을 살펴보는 것"이라며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한 것은 제시된 사안에서 부실한 부분을 보완하라는 뜻"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이후에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서도 심사한다"면서 "온실가스 배출량과 태양광 시설 등 탄소 저감량을 실사를 통해 세부적으로 비교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영향평가(Environmental Impact Assessment)는 1977년에 제정된 '환경영향평가법'에 근거해 개발사업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사전에 예측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도시개발을 비롯해 도로, 철도, 공항, 관광단지, 폐기물처리시설 등을 추진할 때는 반드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외에도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 

실사까지 진행하는 환경영향평가는 서면평가에 그치는 환경영향평가서보다 훨씬 허들이 높은 편이다. 강원도가 1982년부터 추진했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수십년의 논의끝에 결국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지난 2019년 백지화되고 말았다. 사업시행시 설악산의 자연환경과 생태경관 그리고 생물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앞으로는 개발사업의 탄소배출까지 점검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소배출량 문제는 국회에서 기후환경평가 수정안 등이 마련되면 추가적으로 심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1일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2022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기후환경영향평가 등을 강화하는 법안을 준비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탄소중립 2050'을 선언한 마당에, 이를 검토하지 않고 공항건설을 승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탈공항 움직임이 일고 있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는 지난 5월 단거리 국내선 운항을 금지했다. 스웨덴도 지난 4월 스톡홀름의 브롬마공항을 폐쇄했다. 네덜란드는 암스테르담과 벨기에 브뤼셀간 항공노선을 없애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민간 차원에서 탄소배출량이 많은 비행기를 타지말자는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7년 스웨덴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지금 영국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항공기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은 지구 전체 탄소배출량의 2.5% 비중이다. 우리나라 민간항공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연간 170만톤(t)이 넘는다. 24시간 운영해야 하는 공항 특성상 비행기 운항에서만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도 아니다.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지난 2019년 에너지사용량이 5055톤줄(TJ)에 달했다. 약 12000톤에 가까운 석유를 태워야 만들 수 있는 에너지량이다.

제주 제2공항의 전략영향평가서에 따르면 2055년 연간 운항횟수가 12만5148회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온실가스 배출로 환산하면 34만65t에 이른다. 그만큼 우리나라 민간항공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 늘어나는 셈이다. 공항 운영에 들어가는 에너지까지 합치면 온실가스 배출은 더 늘어난다. 제주 2공항에 이어 가덕도 신공항, 새만큼 신공항 등 줄줄이 대기중인 공항들이 건설되면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2050'을 실현하기 더 힘겨울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보면, 사전평가라고 할 수 있는 '전략환경평가서' 관문도 통과하지 못한 제주 제2공항이 '환경영향평가'와 '기후환경평가'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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