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를 20% 낮춘다고?...기발한 친환경 에어컨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7-26 17: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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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늘어나는 에어컨...탄소배출도 계속 증가
美스타트업들, 에너지효율 향상시킨 제품들 개발
우리나라를 비롯해 지구촌 곳곳이 폭염에 시달리면서 에어컨 수요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어 또다른 탄소배출의 요인이 되고 있다.

올해 전세계 에어컨 수요는 1990년에 비해 3배 늘었다. 삼성전자의 올 7월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급증했을 정도다. 그런데 폭염 등 이상고온으로 앞으로 에어컨 수요는 갈수록 증가해 2040년까지 2배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체 인구대비 에어컨 보유율이 현재 5~10%에 불과한 인도의 경우 2050년에 이르면 에어컨 보유율이 70~8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세계 40억명이 새로 에어컨을 장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냉·난방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자동차 운행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3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냉·난방시스템을 비롯해 전등 등 건물 유지관리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비중도 28%로 그 다음이다. 자동차는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으로 상당부분 대체될 것으로 보이지만, 에어컨은 현재 그렇지 못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앞으로 지구온난화 해결의 열쇠를 에어컨이 쥐고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최근 에너지효율을 대폭 향상시킨 에어컨들을 개발한 미국 스타트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레이디언트···설치시간 '15분' 친환경 에어컨

▲그레이디언트사의 에어컨 (사진=쿨링포스트)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그레이디언트'(Gradient)는 가정용 냉·난방 공조시스템(HVAC)을 개발하는 회사로, 2022년 1분기에 친환경 히트펌프(냉·난방 겸용)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석탄이나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100% 전력만 사용한다. 에너지효율은 일반 가정용 에어컨보다 2~3배 높아 전력 소모도 적다. 냉매도 기존 에어컨에 들어가는 수소불화탄소(HFCs)에 비해 탄소집약도가 70% 적어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였다.

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비용도 저렴하다. 그레이디언트의 히트펌프는 배관 작업없이 15분이면 설치 가능하다. 집약적인 디자인 덕에 창문을 가리는 일도 없고 공간활용도도 높다. 현재 그레이디언트는 1300만달러(약 150억원)의 벤처펀딩과 900만달러(약 104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은 상태다.

그레이디언트에 투자한 에이젝스 전략투자(Ajax Strategies)의 마일로 워너 상무는 "가정용 에어컨은 기후변화 관련 논의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는 항목 가운데 하나"라며 "그레이디언트가 발전된 친환경 기술로 기존 창틀 에어컨을 교체하면서 가정용 HVAC 업계에 큰 파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큰 투자 기회"라고 밝혔다.


◇ 스카이쿨···적외선 방출해 자연냉각



▲스카이쿨 방사냉각시스템 (사진=스카이쿨)


2016년 설립된 '스카이쿨'(Skycool)은 그레이디언트와 마찬가지로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회사다. 스카이쿨은 건물에서 발생한 열을 적외선 형태로 변환해 우주로 돌려보내는 '방사냉각시스템'을 개발했다.

방사냉각시스템은 일상생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연현상에 착안한 것이다. 지구상의 물체들은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통해 열을 방출하는데, 8~13ųm 길이의 파장인 적외선은 하늘 위 우주로 분산된다. 영상의 기온에서 밤사이 풀잎, 자동차 앞유리에 서리가 끼는 현상도 같은 원리에서다.

스카이쿨의 방사냉각시스템은 옥상에 설치하는 첨단 플라스틱 패널을 통해 작동한다. 이 패널은 건물 내 열기를 적외선 형태로 발산하며, 태양광의 97%를 반사해 외부 열의 유입을 차단한다. 건물 내부 열기는 펌프를 통해 전해수가 패널로 전달한다. 펌프를 가동하는 전력 외에 건물 냉방은 자연냉각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전력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스카이쿨은 자사의 패널을 수냉식 에어컨과 연동해 설치 3일만에 건물 온도를 5℃ 낮추기도 했다. 스카이쿨은 미국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한 라스베이거스에 경우 2층 높이의 가정집 기준 연간 전기요금을 21%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외 지역에서는 평균적으로 10~20% 정도 전력소비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블록파워···데이터 기반 친환경 리모델링SW



▲블록파워의 소프트웨어. 해당 건물의 에너지 소모량과 다른 비슷한 규모의 건물들의 평균치를 비교할 수 있다. (사진=블록파워)


2014년 설립된 '블록파워'(BlocPower)는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스타트업으로 미국 도시를 "더 친환경적으로, 더 똑똑하게, 더 건강하게 만들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블록파워는 앞서 소개된 개발사와 달리 오래된 아파트, 교회, 마을회관 등 건축물을 친환경적으로 개조하는 리모델링 전문업체다.

블록파워는 건축물의 친환경 전환이 귀찮고 비싼 일이 아니라, 편의와 수익성을 보장하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블록파워는 정부·금융·건축 자료를 동원해 어떤 방식의 친환경 전환이 건축물에 가장 큰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비교할 수 있는 자사 소프트웨어(SW)를 개발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블록파워는 현재까지 저소득층 거주지를 중심으로 1000여개의 건축물에 히트펌프를 설치해 냉·난방 시설을 개선했으며, 연간 전력소비 비용을 20~70% 줄였다. 현재 블록파워는 골드만삭스, 카포르캐피탈, 안데르센 호로위츠 등 유수의 투자사들로부터 6800만달러(약 785억원)를 투자받았다.

카포르캐피탈의 미치 카포르 이사는 "블록파워는 임팩트 투자(재무수익과 함께 사회 또는 환경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가 단순히 이타적인 희생에 불과하지 않다는 점을 증명한다"며 "미국 도심 내부의 건축물을 녹색전환하는 일은 지구를 지키고 더 밝고 건강하고 평등한 미래를 위해 중요한 부분이고, 블록파워가 이를 어떻게 실현하는지 보여주고 있고, 더 중요하게는 왜 해야만 하는 일인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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