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헝다그룹...중국發 리먼사태? 찻잔속 태풍?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9-23 15:42:01
  • -
  • +
  • 인쇄
부채 3000억弗 헝다 부동산규제에 유동성 위기
中 조용한 해결 원해...대마불사 신화 계속될 것
즉각적 금융위기보다 장기적 실물경기 침체 우려


중국의 2대 부동산 개발그룹인 헝다(恒大·에버그랜드)가 채무불이행에 직면하면서 중국판 '리먼사태'라는 우려까지 제기됐지만 실상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997년 설립된 헝다그룹은 중국의 부동산 광풍을 등에 업고 급성장해 현재 중국 280여개 도시에 1300여건의 건설사업을 진행중이다. 건설사업 외에도 전기자동차 헝치(恒馳), 헝다그룹 산하 스포츠단 소속 광저우FC, 헝다빙촨(恒大氷泉) 생수 등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그런데 2020년 8월 중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의 일환으로 '3대 레드라인'을 제시하면서 헝다그룹은 직격탄을 맞았다. 3대 레드라인은 △예수금 제외 자산부채율이 70% 이하일 것 △순부채율이 100% 이하일 것 △단기부채 대비 현금성 자산이 1배 이상일 것인데, 헝다그룹은 이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해 은행 대출이 막혔다.

결국 헝다그룹은 수중에 남은 현금이 150억달러(약 18조원)에 불과해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졌다. 헝다그룹의 주가는 11년만에 19% 폭락했고, 현재 부채가 3000억달러(약 350조원)에 달한다. 당장 23일까지 5년물 채권의 이자 8350만달러(약 993억원)를 내야 하고, 29일에는 7년 만기 달러채권에 대한 이자 4750만달러(약 562억원)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내 여파는 심각할 전망이다. 이미 아파트 대금을 지불한 160만여명의 선분양자들이 입주를 기다리고 있고, 헝다그룹의 소매금융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도 8만여명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헝다그룹은 128개 중국내 은행 및 121개 비(非)은행계 금융기관과도 연관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만약 중국 정부가 헝다발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할 경우 정부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처럼 헝다발 금융위기는 중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헝다발 금융위기가 글로벌 시장으로 번질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영·호주가 '오커스'(AUKUS)를 결성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고, 코앞에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둔 마당에 중국 정부가 이 사태가 커지도록 손놓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내부적으로 사태를 진화시켜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헝다그룹은 대부분 중국내 금융기관과 연관돼 있고, 대외채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제은행들에 미치는 직접적인 충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AMP캐피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셰인 올리버는 "가장 큰 위협은 중국 내수경제에 미치는 영향이고, 그로 인해 세계경제에 미칠 연쇄반응"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2020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했다. 그중 부동산시장 규모는 중국경제의 4분의 1에 달한다. 중국 부동산 건설업 수요가 급락하면 철광석 등 건설자재에 대한 수요도 함께 떨어지면서 세계 원자재 시장에 큰 충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리버는 "금융적인 경로로 오는 즉각적인 충격보다는 장기적으로 실물경제에서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추후 비슷한 사태를 막기 위해 투명성과 이해도를 높인 부동산 시장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금융권, 부동산업계, 정책결정자 등 각계가 참여해 지역적, 국내적, 국제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업정보교환서비스 플랫폼을 주문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폐기하고 동결하고...트럼프, 100일간 환경규제 145건 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100일동안 145건에 달하는 기후·환경 관련 규정을 폐지했다.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기묘해지는 3월 기후...제2의 '경북 산불' 발생 가능성 2배 높아졌다

얼마전 경북에서 발생한 산불이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지만 기후변화로 강수량과 습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고 강풍의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앞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