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성 교수 "점진적 기본소득 확대로 소득격차 메워야"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12-08 16:40:41
  • -
  • +
  • 인쇄
국회기본소득연구포럼, 제6차 세미나 개최
불평등 핵심은 실질임금과 경제성장의 디커플링
▲8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2021년 제6차 세미나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긍정전략과 변혁전략'이 열렸다. 왼쪽부터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 후보, 김교성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광주시갑), 윤영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동남갑), 이동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


우리 사회의 소득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대표의원 소병훈, 책임연구의원 용혜인·허영) 주최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6차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긍정전략과 변혁전략' 세미나에서 '기본소득이 온다'의 공동저자 김교성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이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면서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고, 그에 따라 복지제도도 함께 확대됐지만, 불평등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는 "이같은 문제가 고용·임금 없는 성장으로 이어지면서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고 있고, 이는 빈곤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노동생산성, 경제성장, 일자리, 실질임금 순서로 그래프를 그려보면 악어가 입을 벌리듯 디커플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김 교수는 "한국은 대외적으로 경제·문화강국 이미지가 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최근 유행했던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의 주제는 대체로 불평등 관련이며, 너무나 오랫동안 최장노동기간, 성별임금격차, 자살율, 노인빈곤율, 저출산 등의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초등학생까지도 불평등이 구조화됐음을 깨닫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며 삶 자체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 복지국가 모델은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하며, 노동을 의무로 강조하기 때문에 착취적이고 억압적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기존의 사회보험은 남성 생계부양자 중심으로 몰성적이며, 자산조사를 동반한 신청주의에 기반하기 때문에 낙인효과가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늘어날지 줄어들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대체로 일자리의 질은 저하할 것으로 입을 모은다며 근로조건과 관계 없이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최저선을 구축하기 위해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삶의 최저 수준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며, 그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그는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긍정전략'과 '변혁전략' 두 가지 방식을 제시했다. 긍정전략은 근원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지만 실현가능성이 높은 전략, 변혁전략은 이상적이지만 실현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은 전략이다. 김 교수는 "처음부터 한번에 기본소득을 몰아주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기존의 아동, 청년, 노인 등에 대한 사회수당에서 대상과 급여수준을 확대해 나가는 '범주형 기본소득'에 무게를 실었다.

김 교수는 "기본소득은 참정권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동등하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고, 문화적 시민으로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헌법에 보장돼 있는 권리"면서 "다만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노동윤리나 가족윤리의 단단한 굴레를 깨야하기 때문에, 범주형 기본소득을 통해 기존 체제를 허물지 않으면서 자신의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 경험을 축적해나가야 한다"며 정치권이 더 큰 규모의 사회실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이동주 의원(비례)은 "소상공인들 간에서도 일시적인 재난지원금보다 구조적인 기본소득이라고 하는 정책으로 문제를 접근해보면 어떨지에 대한 생각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가 휩쓸고 가는 자리마다 불평등·불공정·양극화가 이슈가 되고 있어, 이제 구체적으로 어떻게 현실화시킬지 대안을 빨리 만들어야 할 단계"라고 밝혔다.

발제가 끝난 뒤 토론에서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눈 떠보니 선진국'이 회자가 됐지만 같은 시대를 살면서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잘 사는 사람들은 선진국이라 생각하고, 노동조건 등 모든 것이 악화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후진국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 가운데 하나는 범주형 기본소득을 국민에게 설득해서 안착시키는 것"이라며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