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사료도 등급이 있는데...시멘트는 왜 등급이 없나?"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1-26 17: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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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시멘트 성분표시 및 등급제 도입 토론회
발암물질과 인분 범벅된 시멘트가 '친환경' 지칭
▲시멘트공장에 쌓여있는 폐타이어들


각종 발암물질은 물론 인분까지 뒤섞인 '쓰레기 시멘트'가 주거환경을 위협하고 있어 시멘트에 대한 '폐기물 성분표시'와 '등급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강훈식 의원(더불어민주당), 그리고 환경단체들의 공동주최로 2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폐기물 시멘트 성분표시 및 등급제 토론회'에서 쓰레기 시멘트의 심각성이 제기되자, 정책적 대안으로 이같은 의견들이 제시됐다. 함께 한 시민단체는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환경재단, 한국여성소비자연합 등이다.

노웅래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2020년 시멘트 생산량 대비 폐기물 사용량이 17%로 2005년 5%에서 11%p 급증했고,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섞여들어가는데 관리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라며 "의원실 여론조사 결과 시멘트 성분표시에 대한 찬성 응답이 87%, 등급제 찬성은 91%에 달해 더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고 밝혔다.

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이사장은 "광주 붕괴사고 이후 보름이 넘었는데 실종자들이 나타나지 않고 우리가 편안하게 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시멘트 사용처를 제한하는 용도별 등급제로 안전성을 확보하고 소비자에게 정보를 공개해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은 구자건 전 연세대 교수는 시멘트 기업들이 값싼 폐기물로 만든 시멘트를 '친환경 시멘트'로 둔갑시켜 활용하는 상황에 대해 "시멘트의 유해성 및 위험성은 이미 국제적으로 입증됐으므로 폐기물 시멘트를 '친환경 시멘트'라고 명명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밝혔다. '친환경 시멘트'는 폐기물을 시멘트에 섞어넣어 처치곤란의 산업 부산물을 줄여준다는 이유로 붙여진 이름이다.

구 교수는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에 대한 건강영향평가도 '누적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월의 경우 새로 들어서는 폐기물 매립장이 기존 시멘트 공장과 맞물리게 되면 각각은 건강영향평가를 통과했더라도 두 가지 오염원이 겹치면서 주민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약국 저 약국에서 각각 한 종류의 약을 구매할 때 복용해도 괜찮다 하더라도 5알을 한꺼번에 삼키면 문제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최병성 환경운동가이자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폐기물 시멘트는 쓰레기 처리가 곤란한 환경부와 연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시멘트업계의 야합으로 만들어졌다"며 "여기에 국민건강에 대한 고려는 없으며, 시멘트 등급제와 성분표시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강조했다.

최병성 상임대표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발암물질인 6가 크롬 외에 시멘트 제품에 대한 중금속 기준이 하나도 없으며, 특히 수은, 납, 카드뮴보다 독성이 큰 탈륨(TI)의 경우 조사조차 하고 있지 않다. 반면 스위스는 시멘트 제품에 탈륨 기준을 정하고 있고, 프랑스 역시 탈륨 외 총 16가지 중금속을 관리하고 있다.

쓰레기 시멘트는 비단 중금속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 시멘트 업체의 2020년 하수처리 오니 반입량은 2016년 대비 18배 늘었다. 이처럼 원료도 연료도 아닌 인분이 섞인 시멘트는 계속해서 실내 수분을 빨아들인 뒤 가스를 뿜어낸다. 이 가스에 새집증후군과 아토피를 유발하는 암모니아(NH3)가 포함돼 있다. 최 대표는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는 1년 중 집안 공기가 가장 안 좋을 때가 장마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09년 환경부 국정감사 이래 지속적으로 이같은 문제가 제기됐지만 10년째 개선이 없다"며 "환경부가 시멘트업계에 드러내놓고 특혜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례로 만성 기관지염과 폐렴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NOx)의 경우 유리제조업 180ppm, 철강 170ppm, 폐기물 소각시설은 40~50ppm인데 비해 시멘트 소성로만 무려 270ppm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또 환경부는 국내 산적한 폐타이어를 처리하기 위해 시멘트 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줬다고 밝혔지만 계속해서 영국, 미국, 호주, 이탈리아, 괌 등지에서 폐타이어를 수입해서 쓰고 있다.

최 대표는 "경제적으로 따져보아도 연간 폐기물 시멘트의 경제적 가치는 1740억~5031억원, 즉 국민 1인당 3450~1만원에 불과하다. 깨끗한 시멘트는 압축강도도 더 높아 안전하다"며 "1만원 하는 개 사료도 등급이 있는데 수억·수십억하는 아파트가 등급이 없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추태호 부산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재 유통되는 시멘트에 탄소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에 역행하는 폐기물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국민 모두에게 공지해야 한다"며 시멘트 등급제를 즉시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추 교수는 소비자 선택권과 생산자 제조권을 위해 시멘트 등급을 1~5등급으로 나눠 지침이나 법규로 제정할 것을 제안했다. 1등급 시멘트는 아파트, 오피스텔과 다세대 주택, 2등급은 단독주택, 3등급은 1등급 공공시설물, 4등급은 2등급 공공시설물, 5등급은 3등급 공공시설물 등이다.

이에 대해 김경민 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입법조사관은 "성분표시제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규제 측면이 강한 등급제보다 인센티브 측면의 인증제가 적합해 보인다"며 "등급으로 부정적 낙인을 찍기보다 인증을 통해 시장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우려하던 부분들이 충족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Copyright@news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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