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기후연구에 '불똥'...유럽, 러시아 과학계 지원금 중단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4-12 15:43:12
  • -
  • +
  • 인쇄
서방제재로 잇단 연구 프로젝트 취소
연구자들 "영구동토층 연구 재개해야"
▲러시아 북동과학기지 (사진=EU-INTERACT)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이 러시아 학계에 자금지원을 중단하면서 기후위기 연구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독일 정부자금으로 운영되는 막스플랑크 생물지구화학 연구소가 러시아 북동과학기지에 대한 지원금을 끊었다. 2000년부터 연례 초청행사에 참석하던 세계 과학자들의 발길도 끊겼다.

러시아 북동 시베리아 콜리마강 부근에 위치한 북동과학기지는 북극에서 벌어지는 기후변화를 분석하는 주요 연구기관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세력으로부터 지원받던 연구기금이 동결되면서, 연구소는 기후변화가 북극의 영구동토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장비와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극 영구동토층은 사계절 내내 모든 퇴적물과 토양이 얼어있는 땅이다. 해당 지역은 동·식물, 미생물 등 북극의 생명 잔해가 저장된 유기토양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 매장된 탄소량은 대기중에 나와있는 탄소의 2배인 1조5000억톤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로 영구동토층마저 녹아내리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새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극의 영구동토층은 '기후위기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특히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최대 84배에 달한다. 게다가 전세계 영구동토층의 3분의 2가 러시아 영토에 위치하고 있어 북동과학기지의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다. 국제 공동연구팀 '영구동토층 탄소 네트워크'(Permafrost Carbon Network) 테드 슈어 생태학자는 "러시아 영구동토층에 대한 정보가 끊어진다면 전세계 영구동토층에 대한 이해를 끊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와 서방 연구기관들은 과학의 발전을 위해 긴밀히 공조해왔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강제합병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독일만 해도 지난 3년간 300개 이상의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러시아에 1억2200만달러(약 1510억원)를 지원했다. 하지만 이번 러-우 전쟁으로 서방세계가 러시아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 이 모든 연구 프로젝트들이 동결되거나 아예 취소될 위기에 처해있다.

일례로 유럽연합(EU)은 이온 입자가속기와 중성자 반응로 등을 포함해 새로운 청정에너지 연료 개발을 목표로 한 러시아 최첨단 연구시설에 대해 지원금 2740만달러(약 340억원)를 회수했다. 또 저탄소 자재나 배터리 기술 등 에너지 전환에 투입되던 1670만달러(약 197억8000만원) 규모의 지원금이 동결됐다.

이에 연구자들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기후위기 대응이 지연되고 좌초될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의 러시아인 지리학자 드미트리 스트렐레츠키 연구원은 "EU가 과학자들을 겨냥하고 자금줄을 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과학자들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폐기하고 동결하고...트럼프, 100일간 환경규제 145건 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100일동안 145건에 달하는 기후·환경 관련 규정을 폐지했다.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기묘해지는 3월 기후...제2의 '경북 산불' 발생 가능성 2배 높아졌다

얼마전 경북에서 발생한 산불이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지만 기후변화로 강수량과 습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고 강풍의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앞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