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역대급 봄철 폭염에 '기후 비상사태'...정전에 물부족까지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5-04 10:30:41
  • -
  • +
  • 인쇄
4월 기온 122년만에 47℃까지 치솟아
"폭염은 기후재앙의 맛보기에 불과해"
▲기후변화로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유례없는 폭염현상은 10일 정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사진=US StormWatch 트위터)


기후변화로 인도와 파키스탄에 봄철 폭염이 심각해지면서 물·전기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의 보도에 따르면 4월 이상폭염으로 인도와 파키스탄 전역에서 대규모 에너지 부족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기온상승은 기후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인도 대륙 전역의 기온은 여름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인도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주말 비카네르(Bikaner)의 기온은 47.1℃로, 4월 기온이 122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파키스탄 신드주(Sindh)의 도시 제코바바드(Jacobabad)는 지난 토요일 49℃까지 오르면서 4월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인도 북서부 일부 지역은 지표면 온도가 무려 60℃를 넘어섰다는 사실이 인공위성에 포착됐다.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에 따르면 기록된 최고기온은 인도 아마다바드(Ahmedabad)의 남동쪽과 남서쪽으로, 지상 최고기온은 약 65°C다. 이는 평소 지표면 온도가 45°C에서 55°C 사이인 이 시기에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상 고온현상이 이어지면서 인도와 파키스탄의 전력은 수요를 버티지 못하고 있다. 일부지역 주민들은 극심한 더위 속에서 몇 시간씩 이어지는 정전까지 견뎌야 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29일 인도의 전력수요가 20만7111메가와트(MW)로 상승하며, 사상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인도는 60년만에 최악의 전력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인도 자국내 석탄 공급이 크게 떨어지고 수입가가 급등하면서 자르칸드, 하리아나, 비하르, 펀자브, 마하라슈트라 등 인도 여러 지역에서 8시간 이상 전력공급이 중단됐다. 인도철도(Indian Railways)는 인도 전역의 석탄 운송속도를 높이고자 600편 이상의 승객 및 우편운행을 취소했다.

약 20만명이 거주하는 파키스탄의 도시 터바트도 유례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 몇 주간 기온이 거의 50℃를 오르내리고 있어 주민들은 밤 시간 외에는 일을 거의 할 수 없는데다, 현재 매일 최대 9시간씩 전력이 차단되는 등 전기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서 에어컨과 냉장고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터바트에 거주중인 나치르 아흐메드는 "너무 더워서 4월처럼 느껴지지 않았다"며 "지옥에서 살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터바트는 지난해 5월에도 세계 최고기온인 54℃를 기록한 지역이지만 아흐메드는 "올해 기온이 더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폭염은 이미 밀과 각종 과일, 채소 등 농작물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인도 일부 지역에서는 밀 수확량이 최대 50%까지 떨어지면서 식량부족에 대한 두려움이 악화되고 있다.

사과와 복숭아 과수원으로 유명한 파키스탄의 바루치스탄주(Balochistan) 마스퉁(Mastung) 지역도 수확량이 줄어들었다. 사과나무 꽃은 한 달 이상 일찍 개화하고 계절에 맞지 않는 건조한 더위 속에서 죽었다. 최근에는 18시간동안 정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마스퉁의 과수원에서 종사하는 농부 하지 굴람 사르와르 샤와니(Haji Gulam Sarwar Shahwani)는 "날씨가 농작물에 이렇게 큰 피해를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정부의 도움도 없다, 과일도 거의 자라지 않고 있으며 농부들은 날씨 때문에 수십 억 달러의 손해를 보았다"고 호소했다.

셰리 레만(Sherry Rehman) 파키스탄 기후장관은 파키스탄 전역에 기후 비상사태가 발생하면서 "실존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레만 장관은 "저수지와 큰 댐까지 말라붙어 물 공급원은 부족하다"며 "고온현상이 농작물뿐만 아니라 물 공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폭염으로 북부지역의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수천명이 홍수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레만 장관은 "이상기후 현상은 계속될 것이고, 세계 지도자들이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 규모와 강도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폭염은 국제사회에 울리는 경종"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인도 전역의 폭염은 앞으로 기후변화로 닥칠 재앙의 맛보기에 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비얀트 티와리(Abhiyant Tiwari) 구자라트재해관리연구소(GIDM) 프로그램관리자는 "극심한 폭염은 더이상 미래의 위험이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탄소배출' 투자기준으로 부상...'탄소 스마트투자' 시장 커진다

탄소배출 리스크를 투자판단의 핵심변수로 반영하는 '탄소 스마트투자'가 글로벌 자본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17일(현지시간) 글로벌

현대차 기술인력 대거 승진·발탁...R&D본부장에 만프레드 하러

현대자동차의 제품경쟁력을 책임질 수장으로 정준철 부사장과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이 각각 제조부문장과 R&D본부장 사장으로 승진됐다.현대자동

KT 신임 대표이사 박윤영 후보 확정...내년 주총에서 의결

KT 신임 대표로 박윤영 후보가 확정됐다.KT 이사회는 지난 16일 박윤영 후보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이날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박윤영 전

'삼성가전' 전기료 공짜거나 할인...삼성전자 대상국가 확대

영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절전을 넘어 전기요금 할인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삼성전자는 이탈리아 최대 규

[ESG;스코어]서울 25개 자치구...탄소감축 1위는 '성동구' 꼴찌는?

서울 성동구가 지난해 온실가스를 2370톤 줄이며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감축 성과를 기록한 반면, 강남구는 388톤을 감축하는데 그치면서 꼴찌

대·중견 상장사 58.3% '협력사 ESG평가 계약시 반영'

국내 상장 대·중견기업 58.3%는 공급망 ESG 관리를 위해 협력사의 ESG 평가결과를 계약시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소기업중앙회가 올 3분기까지

기후/환경

+

"재생에너지 가짜뉴스 검증"…팩트체크 플랫폼 '리팩트' 출범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정보의 진위를 검증할 수 있는 팩트체크 플랫폼 '리팩트'(RE:FACT)가 출범했다.에너지전환포럼과 기후미디어허브는 18일 서울 종로

기상예보 어쩌려고?...美 백악관 "대기연구센터 해체 예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부가 국립대기연구센터(NCAR)를 해체하려는 움직임이다.17일(현지시간)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자신의 X(

기상청 "내년 9월부터 재생에너지 맞춤형 '햇빛·바람' 정보 제공"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을 위해 기상청이 내년 9월부터 일사량과 풍속 예측정보까지 제공한다. 기상청은 '과학 기반의 기후위기 대응, 국민 안전을 지

'전력배출계수' 1년마다 공표된다...2023년도 '0.4173톤' 확정

2023년 전력배출계수는 1메가와트시(MWh)당 0.4173톤(tCO2eq)으로 공표됐다. 18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월부터 '전력배출계수' 갱신 주기를 3년에서 1년으로

150개국 참여한 '국제메탄서약'...메탄규제 국가 달랑 3곳

지난 2022년 전세계 150개국이 2030년까지 메탄 배출을 30% 감축하는 '국제메탄서약'을 했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보인다.18일 본지

트럼프의 '청정에너지 보조금 삭감' 美감사국이 감사 착수

트럼프 행정부가 실시한 청정에너지 보조금 삭감이 적법했는지 감사를 받는다.미국 에너지부 감사국은 1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결정한 약 80억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