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앗아간 봄...인도-파키스탄 50℃ 폭염 '맹위'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5-18 15:29:08
  • -
  • +
  • 인쇄
300년에 한번 오던 폭염, 기후위기로 3년에 한번꼴
불평등·경제피해 확산..."조기경보시스템 구축해야"
▲더위를 식히고 있는 파키스탄 카라치의 한 보행자 (사진=연합뉴스)

파키스탄과 인도 일부 지역에서 봄이 사라지고 있다. 여름이 시작하기도 전에 기온이 50℃ 넘게 오르면서 펄펄 끓는 '살인폭염'이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앞으로 이같은 기상이변이 100배 더 잦아질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올 3월부터 석달째 파키스탄과 인도 서북부 지역에서는 122년 관측사상 최악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영국 국립기상청 메트오피스는 1900년부터 지금까지 기상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당 지역의 4~5월 기온 분석에 착수했고, 18일 그 결과를 공개했다.

메트오피스에 따르면 현재 파키스탄과 인도 일부지역에서 벌어지는 '열파현상'은 312년에 한번꼴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도는 2010년에 50℃가 넘나드는 찜통더위가 발생한 적이 있다. 폭염의 강도뿐 아니라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메트오피스는 앞으로 3년마다 비슷한 규모의 열파현상이 해당 지역을 덮칠 것으로 전망하며 '기후위기'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은 불평등을 확산시키고 있다. 2021년 파키스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세계 배출량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국제기후위기 독립평가기관인 저먼워치는 파키스탄을 극한 기상이변으로 발생한 피해규모가 8번째로 큰 국가로 지목했다. 일례로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 산간지방은 수원이 모두 말라붙어 주민들은 녹슨 수도관에서 흘러나오는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다. 이 까닭에 2000여명이 콜레라에 감염됐고 6명이 숨졌다.

경제 피해도 심각하다. 지난 13일 인도 대외무역총국(DGFT)은 밀 수출을 전면 금지시켰다. 올 4월 '인도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펀자브 지방의 밀 수확량이 1헥타르(㏊)당 500kg이나 감소하면서 인도의 밀 가격이 20~40% 폭등한 데 따른 특단의 조치였다. 올 4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식량가격지수'는 158.5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2.1에 비해 수직상승하며 식량발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른 피해는 지속적으로 누적될 전망이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온도와 습도 상승으로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총 2500억달러(약 317조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2030년에 이르면 인도 국내총생산(GDP)이 4.5%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폭염으로 좌초자산으로 전락하는 사회기반시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7일 파키스탄 길기트 지역에 위치한 하사바드 다리는 파키스탄 북부 쉬스퍼 빙하가 이상고온으로 녹아내리면서 발생한 홍수로 붕괴됐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규모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책을 강구할 수 있는 '기후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인도와 파키스탄 정부는 접경지역 강 수위를 비롯한 정보와 연구자료를 유엔(UN) 전문기구인 세계기상기구(WMO)와 함께 공유하며 협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WMO는 지난 3월 '세계 기상의 날'을 맞아 기후조기경보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국내 일부 지방자치단체들도 이상고온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경기도는 이달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폭염대책기간'으로 지정하고 각종 폭염 종합대책을 시행한다고 18일 밝혔다. 인명피해 우려지역 774개소를 재해 우려지역으로 지정하고, 공무원과 이·통장을 현장관리책임자로 지정해 기상특보시 위험상황을 신속히 전파, 통제와 주민대피를 시행할 예정이다. 또 41개소에 둔치주차장 침수 신속알림시스템, 하천진입 차단시설, 침수위험 지하차도 출입 자동차단시설을 설치해 모니터링과 자동 통제가 가능한 현장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D현대오일뱅크, 폐수 처리비 450억 아끼려다 1761억 과징금 '철퇴'

환경부가 특정수질유해물질인 페놀이 함유된 폐수를 불법적으로 배출한 HD현대오일뱅크에 대해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재발의된 '기업인권환경실사법'에 기후실사도 의무화해야"

올 6월 재발의된 '기업인권환경실사법'에 기후대응 관련조항이 빠져있어, 이를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인권환경실사법'은 기업의 인권과 환

아워홈, 실온에서 분해되는 ‘자연생분해성 봉투’ 2종 개발

아워홈은 ESG 경영 강화를 위해 친환경 제품 2종을 개발해 전국 단체급식, 외식 매장에 도입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친환경 제품은 자연생분

남양유업 ‘찾아가는 친환경 교실’ 참가 초등학생 1000명 모집

남양유업은 서울·경기권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친환경 교실' 하반기 교육신청을 오는 9월 9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다고 28일 밝

SPC, 야간근로 8시간 제한...新근무제 9월부터 시범운영

SPC그룹이 각 계열사별로 생산직 야간근로를 8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새로운 근무제도를 9월부터 시범 운영한다고 27일 밝혔다.SPC그룹은 이재명 대통령

대한항공-아시아나, 폐유니폼으로 만든 파우치 판매수익금 전액 기부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업사이클링(Up-cycling·새활용) 보조배터리 파우치를 제작해 판매한 수익금 전액을 포함한 기부금을 사단법인 소

기후/환경

+

강릉, 식수고갈 직전에 '숨통'...바닥난 상수원 하류의 물로 '콸콸'

강릉 시민들의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5.9%까지 떨어져 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제한급수를 시작하려던 찰나에 하류 남대천의 물을 저수지

바다의 포식자 '상어의 위기'...이빨이 사라질 수 있다

해양 산성화로 인해 상어의 이빨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독일 하인리히 하이네대학 막시밀리안 바움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산성

"재발의된 '기업인권환경실사법'에 기후실사도 의무화해야"

올 6월 재발의된 '기업인권환경실사법'에 기후대응 관련조항이 빠져있어, 이를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인권환경실사법'은 기업의 인권과 환

英 141년만에 가장 더운 여름…10년새 평균기온 1.54°C 상승

영국은 올여름 10년전에 비해 평균기온이 1.54℃ 상승하면서 1884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영국 기상청은 지난 2

산림벌채로 20년간 열대지방 50만명이 사망...왜?

지난 20년간 벌채 등 토지개간으로 국지적 기온이 상승하면서 열대지방에서 50만명이 사망했다고 연구결과가 나왔다. 숲이 사라지면서 기온이 오르고

토양 미생물에서 '슈퍼박테리아' 잡을 항생물질 발견

일반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 황색포도알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생물질이 발견됐다.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이 자생 방선균 '스트렙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