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또 침수됐다"...새벽 3시까지 빗물 퍼낸 상인들 '울분'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8-09 17:35:53
  • -
  • +
  • 인쇄
침수 피해 상인들 "문제 해결 안돼 답답"
수도권 물폭탄…추가 비 예보 '피해 확대' 우려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상가. 전날 쏟아진 폭우로 입은 침수 피해를 복구하느라 상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상가 바닥은 아직도 물이 흥건했다. 입구쪽에 위치한 과일 상가는 젖은 박스와 과일들을 모조리 옮기고 있었다.

지난 8일 시간당 100㎜가 넘게 쏟아진 폭우로 은마상가가 물에 잠겼다. 상인들은 발목까지 차오른 빗물을 퍼내기 위해 새벽 3시까지 뜬눈으로 지새워야 했다. 상가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이천희 대표(51)는 "기계와 가구들이 모두 젖어서 버려야 한다"며 "피해가 온전히 복구되려면 1주일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은마상가 침수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0년째 이곳에서 상가를 운영중인 최금래(63)씨는 "20년 전에도 폭우로 상가에 물이 어깨까지 차오른 적이 있었다"며 "혹시나 그때 상황이 또 올까 무서워 집에 갈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또 "몇년이 지났는데도 침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8일 내린 폭우로 인해 침수된 대치동 은마상가 바닥은 9일에도 빗물이 흥건했다. ©newstree


폭우는 상가 인근 도로도 삼켰다. 대치사거리를 걷다보니 곳곳에 방치된 차량이 수두룩했다. 간밤에 도로가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면서 운행이 불가능해지자 운전자들이 차량을 두고 가버린 것이었다. 버스도 마찬가지였다. 9일 오전 현재 차량들은 곳곳에 방치된 차들을 피해 간신히 도로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날 오후2시까지 수도권에 접수된 침수 차량 피해건수는 4791건에 달했다. 

전날 대치동사거리 학원을 갔던 이승준(17) 학생은 "학원 끝나고 나오는 길에 인근 도로가 모두 침수돼 있었다"며 "지하철 입구도 봉쇄돼 허리까지 차오는 물을 헤치고 집을 가야했다"고 설명했다.

▲ 전날 폭우로 대치동 사거리 도로에 방치된 버스와 승용차들이 9일 오전까지 그대로 놓여있다.  ©newstree


도로보다 지대가 높은 인근 상가들도 폭우 피해를 입었다. 폭우 당시 대치상가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서 일했다는 아르바이트생 박성지씨(24)는 "8일 오후 9시 즈음에는 계단 밑까지 물이 찼는데 한시간이 지나자 상가 안까지 물이 밀려들어왔다"고 말했다.

도로가 허리까지 잠긴 탓인지, 9일에도 1층 상가들은 정전 상태가 이어졌다. 상인들은 언제 복구되는지 알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야말로 '개점휴업' 상태였다. 상점에 들렀다가 침수된 상황을 보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적지않았다. 


▲도로에 있던 차량이 물에 떠내려와 인도 옆 상가계단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newstree

침수 피해는 비단 대치동뿐 아니라 강남, 서초, 논현 등 지대가 낮은 강남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부터 신고된 주택 침수피해는 무려 650여건이다. 피해는 주로 지하나 반지하 주택에서 발생했다. 

현재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이재민은 총 840명이다. 하지만 오는 11일까지 수도권에 100∼3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고 있어, 비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하나금융 'ESG스타트업' 15곳 선정...후속투자도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지원하는 '2025 하나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에 선정된 스타트업 15곳이 후속투자에 나섰다.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동대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후보 4명으로 좁혀졌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으로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및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다고 2일

[최남수의 ESG풍향계] 조정기간 거친 ESG...내년 향방은?

올 한 해 ESG는 제도적으로 조정기간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SEC(증

기후/환경

+

껌은 '미세플라스틱 폭탄'...플라스틱 성분인데 규제 사각

껌이 플라스틱 성분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때문에 껌을 씹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미세·나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사람잡는 '칠레 연어'...항생제 범벅에 열악한 노동환경까지

칠레의 주요 수출품인 연어가 양식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

'청정호수'인줄 알았는데...50년간 미세플라스틱 쌓였다

인간의 접근이 거의 없어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인도의 호수에서 50년간 미세플라스틱이 차곡차곡 쌓여왔던 것으로 확인됐다.카사라고드와 마니팔 지

[날씨] 첫눈부터 10㎝ '펑펑'...한파에 빙판길 '조심'

올해 첫눈부터 최대 10㎝가 넘는 많은 눈이 쌓이겠다.3일 서해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리겠다. 이날 낮부터 밤 사이에는 충남 남부 내륙과

올해 모기 개체수 28%나 줄었다...이유는?

올해 우리나라 모기 개체수가 지난해에 비해 28%나 줄었다. 원인은 모기도 견디기 힘들만큼 폭염이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질병관리청은 모기 발생시

동남아 홍수·산사태로 1100여명 희생...원인은 '기후변화·난개발'

우기에 접어든 동남아시아가 역대급 폭우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현재까지 1100명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앞으로 희생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