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을 뻗어 컵을 들고, 무릎을 살짝 굽혀 바닥의 리모컨을 줍는 동작을 우리는 매일 반복하지만, 로봇에게는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걷고, 물건을 집고, 움직이는 모든 동작에는 수십 개의 관절, 수백 개의 신경신호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로봇은 이 동작을 어떻게 배우는 것일까?
가장 원시적인 방식은 로봇이 사람의 동작을 따라하게 하는 것이다. 우선 인간이 시범을 보인다. 사람 한 명이 특수제작된 수트를 입고 로봇 앞에서 반복해서 팔을 흔들고, 허리를 돌리고, 상자 하나를 옮기면, 움직임 하나하나가 모션캡처(Motion Capture) 기술로 기록된다. 마치 배우의 연기를 캡처해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입히는 것처럼, 사람의 몸이 로봇의 교과서가 되는 셈이다.
중국의 로봇기업 휴머노이드로봇상하이(Humanoid Robot Shanghai)는 고정밀 관성 모션캡처 수트를 이용해 로봇에게 정밀한 손놀림과 균형잡힌 걷는 법을 가르친다. 사람처럼 섬세하게 움직이는 로봇의 비결은 결국 '정확한 데이터’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흉내만 내서는 한계가 있다. 로봇이 사람처럼 다양한 동작을 자유롭게 하려면, 하나의 두뇌로 수많은 동작을 조합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UC샌디에이고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동작추적모델(GMT, General Motion Tracking)을 개발했다. 수천 개의 인간 동작 데이터를 학습시켜, 걷기·발차기·쪼그려 앉기·춤 등 다양한 동작을 하나의 알고리즘이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GMT는 기존 휴머노이드에게 적용됐던 기술들과 다르게 동작별로 여러 '전문가 알고리즘'을 배치해놓고, 상황에 맞춰 누가 가장 잘할지를 고르게 한다. 마치 운동선수에게 부족한 동작만 반복 훈련시키는 것처럼, 어려운 동작일수록 집중적으로 반복 학습시켜 더 잘하게 만든다.
미리 학습을 시켜놓는 방식을 넘어, 실시간으로 사람의 동작을 따라하도록 하는 '텔레오퍼레이션(Teleoperation)' 방식도 개발됐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와 사이먼프레이저대 연구진은 사람이 움직이는 대로 로봇이 동시에 따라 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팔뿐 아니라 무릎, 허리, 발까지 전신을 동작을 그대로 복제한다.

연구팀은 "복잡한 주방에서 사람은 손과 발, 팔꿈치까지 써서 물건을 옮기기에, 우리는 로봇도 그렇게 하길 원한다"고 말한다. 개발한 트위스트(TWIST)라는 시스템은 실제 사람이 몸을 쓰는 방식 그대로 로봇에게 전달해, 현장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휴머노이드를 실현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시도가 있다. 사람의 '의도'까지 미리 읽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앉은 사람이 막 일어나려는 순간 로봇이 먼저 자세를 바꿔 받쳐주는 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킹사우드대학교 연구팀은 근육(EMG)이나 뇌파(EEG) 신호를 분석해, 사람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재활 로봇이나 낙상방지 시스템, 노인 보조기기 등에 특히 유용하다. 사람의 움직임을 흉내내는 단계를 넘어, 행동을 '예측'하고 미리 대응하는 것이다. 움직임을 보고 배우는 것에서, 신호를 감지해 먼저 움직이는 단계로 진화한 셈이다.
이처럼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업계에서는 모션캡처, 실시간 조종, 생체신호 분석, 인공지능(AI) 학습 등 수많은 기술을 총동원하고 있다. 결국 로봇에게 필요한 것은 팔이나 다리만이 아니라, 움직임을 해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뇌라는 점도 시사한다.
아직 로봇은 춤을 출 때 어딘가 어색하고, 걸음걸이도 불완전하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인간을 따라 배우고 있다. 사람의 데이터를 먹고, 동작을 흉내내고, 예측까지 하는 로봇들. 그렇게 로봇은 점점 무섭게 빠른 속도로 인간화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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