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어떻게 훈련시킬까?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6-30 08:30:02
  • -
  • +
  • 인쇄
[AI 휴머노이드, 어디까지 왔나 ②]
▲사람의 동작을 따라하는 로봇

팔을 뻗어 컵을 들고, 무릎을 살짝 굽혀 바닥의 리모컨을 줍는 동작을 우리는 매일 반복하지만, 로봇에게는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걷고, 물건을 집고, 움직이는 모든 동작에는 수십 개의 관절, 수백 개의 신경신호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로봇은 이 동작을 어떻게 배우는 것일까?

가장 원시적인 방식은 로봇이 사람의 동작을 따라하게 하는 것이다. 우선 인간이 시범을 보인다. 사람 한 명이 특수제작된 수트를 입고 로봇 앞에서 반복해서 팔을 흔들고, 허리를 돌리고, 상자 하나를 옮기면, 움직임 하나하나가 모션캡처(Motion Capture) 기술로 기록된다. 마치 배우의 연기를 캡처해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입히는 것처럼, 사람의 몸이 로봇의 교과서가 되는 셈이다.

중국의 로봇기업 휴머노이드로봇상하이(Humanoid Robot Shanghai)는 고정밀 관성 모션캡처 수트를 이용해 로봇에게 정밀한 손놀림과 균형잡힌 걷는 법을 가르친다. 사람처럼 섬세하게 움직이는 로봇의 비결은 결국 '정확한 데이터’에 있다는 것이다.

▲UC샌디에이고 연구진이 개발한 동작추적모델 장착 로봇 (자료=Zixuan Chen)

물론 단순히 흉내만 내서는 한계가 있다. 로봇이 사람처럼 다양한 동작을 자유롭게 하려면, 하나의 두뇌로 수많은 동작을 조합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UC샌디에이고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동작추적모델(GMT, General Motion Tracking)을 개발했다. 수천 개의 인간 동작 데이터를 학습시켜, 걷기·발차기·쪼그려 앉기·춤 등 다양한 동작을 하나의 알고리즘이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GMT는 기존 휴머노이드에게 적용됐던 기술들과 다르게 동작별로 여러 '전문가 알고리즘'을 배치해놓고, 상황에 맞춰 누가 가장 잘할지를 고르게 한다. 마치 운동선수에게 부족한 동작만 반복 훈련시키는 것처럼, 어려운 동작일수록 집중적으로 반복 학습시켜 더 잘하게 만든다.

미리 학습을 시켜놓는 방식을 넘어, 실시간으로 사람의 동작을 따라하도록 하는 '텔레오퍼레이션(Teleoperation)' 방식도 개발됐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와 사이먼프레이저대 연구진은 사람이 움직이는 대로 로봇이 동시에 따라 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팔뿐 아니라 무릎, 허리, 발까지 전신을 동작을 그대로 복제한다.

▲사람의 동작을 실시간 따라하는 '텔레오퍼레이션' 휴머노이드(자료=GE)

연구팀은 "복잡한 주방에서 사람은 손과 발, 팔꿈치까지 써서 물건을 옮기기에, 우리는 로봇도 그렇게 하길 원한다"고 말한다. 개발한 트위스트(TWIST)라는 시스템은 실제 사람이 몸을 쓰는 방식 그대로 로봇에게 전달해, 현장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휴머노이드를 실현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시도가 있다. 사람의 '의도'까지 미리 읽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앉은 사람이 막 일어나려는 순간 로봇이 먼저 자세를 바꿔 받쳐주는 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킹사우드대학교 연구팀은 근육(EMG)이나 뇌파(EEG) 신호를 분석해, 사람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재활 로봇이나 낙상방지 시스템, 노인 보조기기 등에 특히 유용하다. 사람의 움직임을 흉내내는 단계를 넘어, 행동을 '예측'하고 미리 대응하는 것이다. 움직임을 보고 배우는 것에서, 신호를 감지해 먼저 움직이는 단계로 진화한 셈이다.

이처럼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업계에서는 모션캡처, 실시간 조종, 생체신호 분석, 인공지능(AI) 학습 등 수많은 기술을 총동원하고 있다. 결국 로봇에게 필요한 것은 팔이나 다리만이 아니라, 움직임을 해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뇌라는 점도 시사한다.

아직 로봇은 춤을 출 때 어딘가 어색하고, 걸음걸이도 불완전하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인간을 따라 배우고 있다. 사람의 데이터를 먹고, 동작을 흉내내고, 예측까지 하는 로봇들. 그렇게 로봇은 점점 무섭게 빠른 속도로 인간화되어가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