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찮은 청소와 설거지, 빨래를 로봇이 대신해준다면? 영화같은 일이 현실에서 펼쳐질 날이 머지 않았다. 중국에서 개발된 리쥬(Leju) 로봇은 방바닥에 놓여있는 물건을 줍고, 세탁기 앞에서 빨래도 한다. 사과나 달걀을 집을 수 있을 정도로 힘조절이 가능한 로봇도 등장했다. 심지어 러닝화를 싣고 사람들과 나란히 마라톤을 하는 로봇도 있다.
사람의 모양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몰려오고 있다. 인공지능(AI) 두뇌를 지닌 이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한다. 로봇이 단순히 산업용으로 사용되던 단계를 넘어서 인간의 일상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 차세대 시장을 잡기 위한 기술패권 경쟁은 이미 시작됐고, 중국이 가장 앞서가고 있다. 중국의 스마트로봇 등록기업 수는 지난해 기준 45만개에 달했다. 정부 주도로 휴머노이드 개발에 집중해왔던 중국은 올 연말까지 1만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할 정도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20년간 로봇산업에 1380억달러(약 190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계획이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생산은 유비테크, 유니트리, 리쥬 등 주요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조립·물류·요양·가사 등 다양한 목적의 휴머노이드를 상용화 단계로 진입시키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제조라인에 투입되거나 노인시설 등지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시장규모는 약 1조1400억원에 이르며, 중국 내 생산량은 올해 전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람과 같이 마라톤을 하는 휴머노이드도 등장했고, 격투기를 하는 로봇도 있다. 중국 기업들은 대중적인 이벤트를 통해 자사의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산업이나 서비스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지 가늠해보는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공공분야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 실증사업을 속도감있게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 달리, 미국은 민간기업 주도로 휴머노이드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 휴머노이드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진화시키고 있다. 가장 앞서가고 있는 기업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 5000대를 자사 공장에서 시험운영할 계획이다. 공장작업에 적합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한 피규어AI(FigureAI)는 지난해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부터 6750만달러를 투자받아 연간 1만2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구축했다.
미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용 범위는 교육과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확장되고 있다. 미국 교육청은 소프트뱅크의 페퍼(Pepper) 로봇을 초중등 수업에 도입했으며, IT전시회와 테마파크 등 대중 콘텐츠 산업에도 활용하고 있다. 센서와 언어모델 발전으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로봇 콘텐츠 수요도 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경쟁은 속도와 구조에서 차이가 있다. 중국은 부품 국산화·제조 단가 절감을 통해 빠르게 대량 보급 체계를 구축하는 반면, 미국은 생성형AI·로봇운영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중심 생태계 구축에 주안점을 두는 모습이다. 실제로 중국은 산업현장, 미국은 디지털 서비스 중심의 상용화를 진전시키고 있다.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용 분야는 산업에서 가정까지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공정에서 반복작업용으로 투입하거나 인구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요양시설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택배운반이나 집안일을 하는 로봇에 대한 수요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감정케어 기능까지 염두에 둔 '동반자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도 있다.

이처럼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장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이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현대차는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를 통해 부품 운반 로봇을 생산라인에 투입할 예정이며, 삼성은 로봇 관련 조직을 통합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해 탑승형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내재화에 나섰다. LG는 CES에서 AI 기반 도우미로봇 Q9을 공개하고, 미국 로봇업체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양산력과 기술통합 측면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가전·모빌리티 등 기존 산업 역량과 휴머노이드를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가 과제로 남아있다. 중국은 인구감소에 대응하고 첨단제조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고, 미국은 생성형AI와 로봇 기술을 결합해 디지털 서비스 생태계를 선점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각국의 휴머노이드 개발은 기술뿐 아니라 산업정책과 지정학까지 맞물린 '미래 주도권 경쟁'의 연장선에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섣부른 기대를 견제하는 신중론도 있다. 중국 유니트리 CEO 왕싱싱은 "휴머노이드가 진짜로 일상에 진입하는 '챗GPT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핵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돌파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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