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지마! 밀지마! 사람살려"…이태원 골목은 '통곡의 벽'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10-30 11:35:37
  • -
  • +
  • 인쇄
좁은 내리막길에 인파 밀려 참사
심정지·호흡곤란 환자만 300명
▲아스팔트 도로위에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시민에게 CPR을 하고 있는 모습 ⓒnewstree

"밀지마! 밀지마!"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압사사고 현장에 있었던 A씨는 당시 밀지말라고 소리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골목 인근 술집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아래쪽 사람들이 밀지말라고 소리쳤다"며 "몇분 뒤 그 말들이 비명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참사가 발생한 장소는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톤호텔 뒤편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이다. 해밀톤호텔 옆 좁은 내리막길로 길이는 40m, 폭은 4m 내외다. 성인 5∼6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좁은 곳에 수백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1시간 반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당시 골목길에 갇혀있던 20대 남성 B씨는 "온통 비명과 아우성으로 가득한 골목길에서 벽만 잡고 서있었다"며 "정말 숨을 쉬기가 어려워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곳은 번화가와 대로변을 잇는 골목이다 보니 세계음식거리가 있는 위쪽에서 대로변으로 나오려는 사람들과 이태원역에서 나와 위로 올라가려는 사람의 동선이 겹쳐 사람이 밀집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지하철역은 인파들로 가득해 지하철 플랫폼에서 입구까지 나오는데만 시간이 한참 걸렸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당시 현장에 있었으나 참변을 피한 생존자들은 갑자기 누군가 넘어지면서 대열이 무너졌고 그 위로 사람들이 계속 깔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손 쓸 틈도 없이 갑자기 일어난 사고에 갇혀있던 사람들은 빠져나가기를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소방과 결찰이 출동했지만 수많은 인파와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주차되어 있는 차들 때문에 사고현장으로 신속하게 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당시 소방차들은 라이트를 켜고 마이크로 비켜달라고 연신 소리쳤지만 수많은 차량들이 엉켜있어 100m 거리를 가는데만 몇분이 걸렸다. 그래서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사고 현장에 가까스로 도착한 소방과 경찰도 구조에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처음에 출동한 소방대원과 경찰들은 아래에 깔린 피해자들의 팔을 잡고 꺼내려했으나 워낙 많은 사람들에 깔려있다보니 꿈쩍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과 경찰은 가까스로 인파를 뚫고 골목길 위쪽부터 시민들을 빼기 시작했고 구조가 시작된 후 심정지, 호흡곤란 환자가 300명 가까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에는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구급대원이 턱없이 부족해 일반 시민들까지 가세했다. 당시 한 명의 피해자 옆으로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둘러쌓아 팔과 다리를 주무르고, 번갈아가면서 계속 CPR을 했다. 

당시 현장은 사상자의 지인들에게도 연락이 닿지 않는 아수라장이었다. 골목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뒤엉킨 탓에 핸드폰과 가방은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어 사상자의 신분을 확인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이나 전화도 터지지 않아 연락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 옆으로 일반 시민들이 발을 동동굴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고 2시간이 지난 오전 12시, 길거리에는 여전히 응급차로 병원에 이송되지 못한 환자들이 누워있었다. 그 시간동안 시민들은 CPR을 계속했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폴리스 라인 옆으로는 CPR도 하지 않은채 옷이나 긴 천으로 덮여져 아스팔트 도로에 그대로 눕혀져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당시 경찰과 소방관은 다른 시민들에게 사고현장의 신속한 대응을 위해 이태원에서 벗어나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가게들은 크게 틀어져 있는 노래를 끄지 않았고 몇몇 시민들은 경찰의 당부에도 계속해서 그 자리에 머물렀다. 심지어 응급차가 다니는 도로를 계속해서 건너고 사진을 찍고 문자를 보내는 이들로 가득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본격적인 사고 원인을 수사할 계획이다. 현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 최초 사고 경위가 불명확한 만큼 신고자나 목격자, 주변 업소 관계자의 진술 CCTV를 토대로 사고의 발단이 무엇인지 파악할 계획이다. 아울러 관할 지자체가 사전에 사고 예방 조치를 충실히 했는지도 따져볼 계획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성전자, 5년간 6만명 신규채용...'반도체·바이오·AI' 중심

삼성전자가 성장사업 육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앞으로 5년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매년 1만2000명씩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장기업 보고, 6개월로 바꾸자"...트럼프 주장에 美 또 '술렁'

미국 상장기업의 보고서가 분기에서 반기로 변경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장기업의

카카오, 지역 AI생태계 조성 위해 5년간 '500억원' 푼다

카카오그룹이 앞으로 5년간 5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지역 인공지능(AI) 생태계 육성에 투자한다고 18일 밝혔다. 카카오그룹은 지역 AI 육성을 위한 거점

[ESG;NOW] 올해 RE100 100% 목표 LG엔솔 '절반의 성공'

국내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내세우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 혹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하고 있

HLB, HLB사이언스 흡수합병..."글로벌 신약개발 역량 고도화"

글로벌 항암제 개발기업 'HLB'와 펩타이드 기반 신약개발 기업인 'HLB사이언스'가 합병한다.HLB와 HLB사이언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

[르포] 플라스틱을 바이오가스로?...'2025 그린에너텍' 가보니

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2025 그린에너텍(GreenEnerTEC)'의 주요 테마는 '바이오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었다.올해 4회를 맞이하는 그린에너텍

기후/환경

+

뜨거워지는 한반도...2100년 폭염일수 9배 늘어난다

한반도 기온이 매년 상승하고 있어 2100년에 이르면 여름철 극한강우 영향지역이 37%로 확대되고 강수량도 12.6%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또 폭염일수도 지

국민 61.7%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60% 넘어야"

우리나라 국민의 61.7%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60%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왔다.기후솔루션이 지난달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200

美 트럼프 법무부 '기후 슈퍼펀드법'까지 폐지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가 석유화학 대기업에 기후피해를 배상하게 하는 '기후 슈퍼펀드법'까지 폐지하려는 것으로 드러났다.17일(현지시

강릉 가뭄 '한숨 돌렸다'...'단비' 덕분에 저수율 23.4%까지 회복

한때 11%까지 내려갔던 강릉의 저수율이 지난 수요일 내린 폭우 덕분에 18일 오전 6시 기준 23.4%까지 회복됐다. 아직도 평년 저수율 71.8%에 크게 못미치는

폭염 '조용한 살인자'...유럽과 호주, 온열질환 사망자 급증

북반구와 남반구 할 것 없이 기후변화로 뜨거워진 폭염에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올여름 유럽에서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 3분의 2는 지구온난

[알림]'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어워즈' 6개사 선정...19일 시상식

기후변화에 맞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