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내 결론 내야 하는데…갈길 먼 '플라스틱 규제'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2-05 16:31:03
  • -
  • +
  • 인쇄
우루과이 첫 규제회의 큰 성과 없이 폐막
"한국 배출량 3위…정부가 리더십 보여야"

이대로 가면 플라스틱 생산량이 2050년까지 3배 늘어나는 '환경재앙'이 닥칠 전망이지만, 국제적인 플라스틱 오염규제를 만들기 위해 열린 정부간 1차 협상이 유의미한 진전 없이 지지부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최초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적인 플라스틱 오염규제 협약을 만들기 위해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에서 열린 회의가 지난 2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지난달 28일부터 진행된 이번 회의에는 잉거 앤더슨 유엔환경총회(UNEP) 사무총장을 비롯해 약 160개국 정부 대표단과 이해관계자 등 2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의 개최는 지난 2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 따른 결정이다. UNEA는 유엔환경계획(UNEP)의 사업계획 및 예산, 주요 환경 쟁점을 논의하는 최고위급 환경회담이다. 제5차 UNEA의 주요 쟁점은 '플라스틱 오염문제'였다. 참석한 회원국들은 폭넓은 협의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조약을 타결하고, 추후 세부적인 사항을 조정해 2024년까지 최종안을 확정할 수 있도록 정부간협상위원회(INC)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28일 우루과이에서 제1차 정부간 협상위원회 회의(INC1)가 진행됐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후 전세계가 합의한 가장 중요한 환경협약이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초장부터 각국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제대로된 협의를 도출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유럽연합(EU) 회원국, 우루과이, 가나 등 플라스틱 오염 종식 '우호국 연합'(The High Ambition Coalition)은 국제적으로, 또 의무적으로 통용되는 규제 틀을 지지했지만,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원유 및 석유화학 기업들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들은 각각의 개별 국가가 자발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밖에도 △금지대상의 종류와 범위 △생산금지나 폐기물처리 등 이행수단의 초점 △이행검토 및 모니터링 △과학·기술 협력 등이 논의됐지만, 우호국 연합 내에서도 언제 어떤 종류의 플라스틱을 얼마만에 퇴출시킬 것인지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아 무엇 하나 속시원한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라함 포브스(Graham Forbes) 그린피스 미국사무소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플라스틱 업계 의도대로라면, 향후 플라스틱 생산량은 10~15년 내에 2배, 2050년 3배까지 증가할 수 있고, 이는 환경과 인류에 큰 재앙"이라며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 대한 우호국 연합은 리더십을 발휘하여 플라스틱 위기에서 인간, 환경, 지역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보다 과감한 조치를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상 글로벌 협약을 만드는데 5년∼10년을 요구하는 데 비해 플라스틱 규제협약 논의 기간이 3년으로 잡힌 것은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고,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이 2060년에는 2019년 대비 약 3배에 달할 전망이다. 플라스틱의 전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도 현재의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여론조사·마케팅 리서치업체 입소스(Ipsos)에 따르면 전세계 소비자 4명 중 3명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플라스틱은 화석연료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라며 "각국이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뿐 아니라 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플라스틱의 꼭지를 잠가버려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한민영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 심의관을 수석대표로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가 참여하는 대표단이 참여했다. 우리 대표단은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물 관리까지 전 주기에 걸쳐 플라스틱 오염에 포괄적으로 대응하기로 한 유엔환경총회 결의에 따라 순환경제 달성을 촉진할 수 있는 협약이 성안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제는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3위라는 점이다. 연간 국내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은 88kg으로 미국(130㎏), 영국(99㎏)에 이어 3번째로 많다. 중국은 16㎏, 일본은 38㎏으로 나타나 아시아에서 한국이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더욱이 해당 협약이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 회의(INC5)가 2024년 10월 대한민국에서 개최 예정이니만큼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나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2021년 그린피스 플라스틱 사용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량 중 식음료 포장재는 78.1%였고, 상위 10대 식품제조사에서 배출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비율은 전체 플라스틱중 23.9%였다"며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함께 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 등 우리나라의 거대 식품제조기업들도 이러한 국제 사회의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고, 플라스틱 생산을 적극 줄여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다음 회의(ICN2)는 내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 HLB사이언스 흡수합병..."글로벌 신약개발 역량 고도화"

글로벌 항암제 개발기업 'HLB'와 펩타이드 기반 신약개발 기업인 'HLB사이언스'가 합병한다.HLB와 HLB사이언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

[르포] 플라스틱을 바이오가스로?...'2025 그린에너텍' 가보니

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2025 그린에너텍(GreenEnerTEC)'의 주요 테마는 '바이오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었다.올해 4회를 맞이하는 그린에너텍

현대이지웰, 글로벌ESG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 인증획득

현대이지웰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을 인증하는 '브론즈' 메달을 받았다.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

[궁금;이슈] 경찰 출두한 방시혁...투자자에게 IPO계획 숨겼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기

해군 입대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해군 통역장교로 복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해군 장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기후/환경

+

규제에 꽉 막혔던 '영농형 태양광' 숨통 트이나

인구소멸과 에너지전환 해법으로 제시됐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혔던 영농형 태양광이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영

방글라데시, 폭염에 年 17억달러 손실…"국제 재정지원 시급"

방글라데시가 폭염으로 연간 17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세계은행(World Bank)이 16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북극 '오존 파괴의 비밀' 풀었다...얼음 속 '브롬 가스'가 단서

얼음이 얼 때 발생하는 브롬가스가 북극 오존층을 파괴하는 원인으로 밝혀졌다.극지연구소는 북극 대기 경계층의 오존을 파괴하는 '브롬 가스'의 새로

'가뭄에 단비' 내리는 강릉...저수율 16.7%로 상승

지난 주말 내린 비로 최악의 사태는 피해간 강릉에 또 비가 내리면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7일 오전 6시 기준 16.7%로 전일보다 0.1%포인트(p) 높아졌다

구글 DC 하나가 57만톤 배출?…AI로 英 탄소감축 '빨간불'

영국에 설립될 구글의 신규 데이터센터(DC)가 연간 57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되자, 환경단체와 기후전문가들이 환경 영향에 대해 강력히

인천 온실가스 49% 비중 영흥화력..."2030년 문 닫아야" 촉구

수도권 내 유일한 석탄발전소인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의 2030년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모였다.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과 전국 시민연대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