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짓고, 고쳐쓰고, 수명늘린다"...日원전 11년만에 '유턴'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2-23 13:42:20
  • -
  • +
  • 인쇄
전력난·탄소감축 앞세워 '원전 제로' 전면 백지화
"폐기물 처리 10조원...재가동 효율떨어져" 비판도
▲일본 미하마 원자력발전소 제3호기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전력난을 이유로 11년만에 원자력발전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유턴'을 감행한다.

23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실현을 향한 기본 방침안'을 전날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새로운 방침에는 "원자력을 활용하기 위해 건설에 힘쓴다"는 문구가 실려있다.

이에 따라 폐로를 결정한 원전을 보수해 가동하고, 원전 신설과 증설도 검토하기로 했다.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인 개량형 원전 도입도 모색한다.

일본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를 계기로 원전 신설과 개축을 사실상 포기한 바 있다. 본래 없었던 원전 운전기간 관련 규정도 추가해 최장 60년으로 상한선을 그었다.

동일본 대지진 이전까지 일본은 54개 원자로에서 전체 전력의 3분의 1가량을 충당했다. 사고 직후 원전 일본의 모든 원전은 한동안 정지됐고, 당시 민주당 정권은 원전을 전부 폐로한다는 정책을 내걸었다. 발전비중은 대폭 감소해 7%에 불과한 수준이며, 남아 있는 33기 원자로 가운데 10기가 가동 중이다.

하지만 2012년 12월 재집권한 자민당은 원전 제로 정책을 백지화하고 재가동을 시작했다. 게다가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전력난 해결과 탄소 배출 감축을 내세우며 원전 정책 선회를 추진해 왔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8월 원전 건설 등에 관한 새로운 방침을 연내에 정해 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아사히는 "불과 4개월 만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견지해 온 정부 방침이 크게 바뀌었다"며 "일본이 원전에 계속해서 의존하겠다면 국민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방사성 폐기물 처리, 약 1조엔(약 9조7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원전 건설 비용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폐기물과 안정성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에너지효율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 정부 방침대로 2030년까지 원전 발전비중을 20~22%까지 끌어올리려면 17개 원자로를 재가동해야 한다. 시설을 보수하고, 안정성 평가를 통해 실제 전력 생산에 들어가기까지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에너지 전문가인 일본국제대학 경제학과의 키카와 타케오 교수는 "새 계획에 따라 전력 회사들은 신기술이나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대신 기존 시설을 쓰려고 할 것이고, 기존 원자로 수명 연장으로 차세대 원자로 신규 건설 시점이 뒤로 밀려날 것 "이라며 "원자로 수명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움직임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환경경제학과 에너지 정책을 연구하는 오시마 켄이치 일본 류큐대학 교수는 "정부가 말하는 이른바 '차세대 혁신 원자로'란 기존 기술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며 "핵융합이나 차세대 원자로에 대한 전망은 극히 불확실하고 언제 구현될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후쿠시마 사고 생존자 무토 루이코 씨는 일본 정부의 새로운 방침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후쿠시마 재앙은 끝나지 않았지만, 정부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잊은 듯 하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정부는 새로운 원전 정책을 내년에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하고, 관련 법안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농심 조용철 부사장,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

농심은 조용철(63)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12월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신임 조용철 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

KT, 악성코드 감염 알고도 '미보고'…"심각성 인지 못했다"

KT가 지난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악성코드 'BPF도어'에 감염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당국은 물론 대표이사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은폐한 사실

삼성전자,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쇄신보다 '안정'에 방점

삼성전자 조직이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두톱' 체제로 강화된다.2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의 전영현 부회장을 유임하고, 모바일(MX)·

대한항공, 삼성E&A와 손잡고 美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진출한다.대한항공과 삼성E&A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ESG;스코어] 스코프2에서 멈춘 금융사들…공시품질 '신한 1위·KB 2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 기후공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최하위로 나타났다.20일 뉴스트리는 신한·KB·하나·우리

수퍼빈·아로마티카·커뮤니코, 순환경제 모델 구축 '맞손'

AI 기후테크 기업 수퍼빈과 아로마테라피 기반 스칼프&스킨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 교육혁신 비영리단체 커뮤니코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체계 구

기후/환경

+

전쟁 복구에 탄소시장 도입?…우크라 재건에 기후금융 활용 논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 탄소시장과 기후금융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20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

인제군 산불 17시간만에 꺼졌다...산림 36ha '잿더미'

강원 인제군 기린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17시간만에 진화됐다.21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동이 트자마자 소방헬기 29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한 결과

亞 탄소시장, 글로벌 자본이 주목하는 새 투자 무대로 급부상

아시아 탄소시장이 국가별 규칙이 제각각인 초기단계에서 벗어나 국제자본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20일(현지시간) 기후

"해양 CCUS는 검증안된 기술...성능·영향 모니터링해야"

해양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은 적절한 모니터링과 검증없이 성급히 도입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20일(현지시간) 유럽 해양위원

2100년 美 5500개 유독시설 해안 침수로 위기 직면

2100년에 이르면 미국의 5500개 유독시설들이 해안 침수로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유독성 폐기물 저장소나 석유·가스 저장시설, 오

먹이로 착각하고 '꿀꺽'...바닷새·거북, 소량의 플라스틱에도 폐사

생각보다 적은 양의 플라스틱만으로도 다양한 해양생물이 죽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미국 해양보호단체 '오션 컨저번시'(Ocean Conservancy) 연구팀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