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가뭄 동반한 '엘니뇨' 온다…밥상물가 안전할까?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1-11 08: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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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기류 '라니냐' 상태에도 지구온도 상승
'엘니뇨' 덮치면 가뭄으로 곡창지대 직격탄
▲8일 오후 서울 청량리 종합시장에서 시민들이 각종 제수용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년만에 라니냐가 물러가고 올해 폭염과 가뭄을 동반하는 '엘니뇨'가 닥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겨우 진정됐던 곡물가격이 또 다시 밥상물가를 뒤흔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영국 국립기상청을 비롯한 기상전문가들은 올해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엘니뇨는 적도 무역풍이 평년보다 약해지면서 서태평양의 해수면과 온도가 올라가는 이상현상을 말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지구 평균기온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폭염과 가뭄, 산불 위험이 커지고, 이같은 이상고온 여파로 곡물 수확량은 크게 떨어진다.


◇엘니뇨로 밀 생산량 '뚝'?···밀값 폭등 예고

남재철 서울대학교 특임교수는 "극지방의 온도차로 해류가 힘을 얻으면서 기후가 순환하는데, 최근 극지방이 따뜻해지면서 해류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며 "해류가 약해지면 기후가 갇히면서 기후 양극화가 나타나고, 이는 곧 작황 불황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밀 생산량 세계 2위 인도는 2022년 3월 중순부터 45~50℃의 '살인폭염'이 이어지면서 밀 생산량이 급감했다. 이에 인도는 밀 수출을 금지시켜버렸고, 인도의 밀 금수조처 결정 이틀만에 국제 밀가격은 6% 폭등하면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3년간 라니냐가 지속된 '트리플 딥 라니냐' 기간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다. 엘니뇨와는 정반대의 현상인 라니냐는 지구 평균기온을 저하시킨다. 라니냐의 냉각효과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지구 평균기온은 계속해서 상승하면서 기상이변을 촉발한 것이다.

전세계가 전례없는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던 지난 2022년 식량가격지수(FFPI)는 전년대비 14.3% 상승한 143.7포인트를 기록했다. FFPI는 곡물·육류·유제품·식물성 기름·설탕류의 2014~2016년 수출가격 평균치를 100으로 삼아 산출한 지수로, 이번 수치는 지난 1961년 지수가 처음 도입된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에 각국은 올해 엘니뇨가 닥치면 억제기제 없이 이상고온이 심해지면서 작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도 기상청은 엘니뇨로 인한 극심한 폭염이 몬순기후에 영향을 끼치면서 여름철 강수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인도 유력 경제매체 라이브민트(Live Mint)는 "엘니뇨로 인한 강수량 부족에 인도 농업계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당국의 대응을 촉구했다.


◇라면·빵·축산···밥상물가와 밀접해진 '밀'

우리나라는 쌀을 주식으로 삼고 있지만 밀이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않다. 1인당 연간 곡물 소비량 123.9kg 가운데 밀이 차지하는 비중은 36.9kg으로 30%를 차지한다. 이미 밀은 제2의 주식으로 지위가 격상된 것이다. 반면 밀의 곡물자급률은 0.7%에 불과하다. 100명 중 1명이 먹을 것조차 우리 땅에서 키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육류 소비량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가축의 사료용 곡물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육류 소비가 늘면 그만큼 국제 곡물가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21년 우리나라가 수입한 사료용 옥수수는 1169만톤, 밀은 443만5000톤에 달했다. 전국한우협회는 올해 1인당 육류 소비량을 56.5kg 수준으로 예상하며, 2023년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육류 소비량이 1인당 쌀 소비량을 넘어서는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곡물가격이 치솟으면 빵과 라면, 스낵 등 가공식품 가격뿐만 아니라, 사료값 인상으로 축산물 가격도 오르는 연쇄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농심 신라면 5개입 묶음봉지는 1월 4015원에서 12월 4440원으로 10.6% 올랐다. 자장면 가격도 1월에 5769원에서 12월에 6569원으로 13.8% 인상됐다. 테라 맥주 가격은 1년 사이에 무려 30%나 껑충 뛰었다. 삼겹살, 삼계탕, 한우도 크게 올랐다.


◇이미 고삐 풀린 물가···"장보기 무섭다"

이처럼 올해 '엘니뇨'로 전세계 곡창지대가 폭염과 가뭄으로 수확량이 감소하면 결국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롯데제과, CJ제일제당, SPC, 롯데칠성음료, 하이트진로 등 거의 모든 식음료업체들은 지난해 원자재 가격인상을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작황이 나빠져 곡물가격이 또다시 오르게 된다면 국내 식품업계는 큰 타격을 받고, 그 여파는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지난해와 비슷한 5%대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기요금과 대중교통요금 등의 인상을 반영한 것일뿐 식료품이나 외식물가 등은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만약 올해 '엘니뇨' 현상으로 지난해보다 더 심각한 폭염과 가뭄이 발생한다면 곡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5%대를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관세청이 지난 6일 내놓은 설맞이 농축수산물 수입가격 현황을 보면 설 연휴 3주전인 지난달 23일~29일 농축수산물 79개 품목 중 45개 품목(57%)의 평균 가격이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 3주전인 지난해 1월 첫째주 농축수산물 평균 가격과 비교한 결과로 운임보험료 포함 가격(CIF)에 관세 등을 더한 금액이다.

이에 통계청은 9~20일 설 명절 일일 물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훈 통계청장은 "통계청은 설 성수품 수급안정과 관련 물가정책 추진에 기초가 되는 정확하고 신속한 물가통계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정부의 증거기반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정보 생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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