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부정론자'의 퇴장…세계은행 총재 사실상 경질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2-16 11:56:18
  • -
  • +
  • 인쇄
맬패스 총재 임기 1년 남기고 중도 하차
최대지분 美 "기후대응 적극적 인물 추천"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 (사진=밀큰연구소)


세계은행 총재가 기후위기 대응 미흡을 이유로 사실상 경질된다.

15일 (현지시간)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트위터를 통해 "오늘 오후 세계은행 이사회와 만났다"며 "6월 30일까지 일하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정식 임기보다 1년가량 빠른 조기 퇴임이다.


맬패스 총재는 "많은 생각 끝에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다"며 "여러 차례 글로벌 위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한 만큼 내 뜻대로 떠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의 조기 퇴임 배경에는 기후위기 책임론으로부터 받은 압박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제2차세계대전 후 각국의 재건자금 지원을 위해 설립된 세계은행은 전세계 빈곤 퇴치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최근 들어 빈도와 강도를 더해가는 기후위기는 세계 곳곳에 무지막지한 피해를 끼치며 빈곤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은행은 줄곧 기후위기 피해국에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았고, 되레 빈곤국의 부채를 가중시키는 대출을 진행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맬패스 총재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힌다. 5년 임기로 연임이 가능한 세계은행 총재는 이사회 의결권 지분 16%를 가진 미국이 선임한다. 2019년 한국계 김용 총재 사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재무부 차관으로 재직중인 맬패스를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이라며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했다.

게다가 맬패스 총재는 대표적인 기후위기 부정론자다. 2019년 4월 취임 당시 기후문제에 대한 인식 부족을 지적받아온 그는 '화석연료가 지구 기온을 상승시킨다'는 과학자들의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과학자가 아니다"고 답한 이후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오해가 있었다"며 입장을 번복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시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맬패스 총재의 기후변화 관련 답변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세계은행이 기후대응의 글로벌 리더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빈곤 퇴치와 공동 번영 촉진 등에 대한 세계은행의 오랜 노력을 토대로 세계은행이 21세기 도전에 더 잘 대응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을 이끌 후보자를 추천할 것"이라면서 "여기에는 기후변화 대처, 공중보건 개선, 빈곤 종식 및 번영 증진을 위한 갈등 등에 대한 대응 능력 확장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이어 "세계은행 이사회가 투명하면서도 능력에 기반한 신속한 후보 지명 절차를 운영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도 '유심' 무상교체 시행...김영섭 대표는 연임포기

KT는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다시한번 사과하고, 고객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5일부터 교체를 희망하는 전 고

노동부 칼 빼들었다...'런베뮤' 지점과 계열사도 근로감독

고용노동부가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모든 지점과 운영사인 엘비엠의 계열사까지 근로감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런던베이글

SPC 허진수-허희수 형제 '나란히 승진'...경영승계 '속도낸다'

SPC그룹은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면서 3세 경영승계 작업을 가속화했다.4일 SPC그룹은 이같은 인사단행

英자산운용사, HLB에 2069억 투자…"신약허가 모멘텀 탄력 기대"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LMR파트너스가 HLB그룹에 1억4500만달러(약 2069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진행한다. HLB의 간암신약 재신청과 담관암 신약허가

인적분할 완료한 삼성바이오...'순수CDMO' 도약 발판 마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절차를 마치고, 본연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순수(Pure-play) CDMO'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다고 3일 밝

[ESG;NOW] 재생에너지 12% 롯데칠성...목표달성 가능할까?

우리나라 대표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5년을 두달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

기후/환경

+

[단독] 정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률 '61%안'으로 가닥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가 '61%안'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4일 정부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5

국제기후기금 97%는 기술에 '몰빵'...사회적 지원은 '찔끔'

국제적으로 조성된 기후기금의 97%는 기술투자에 투입됐고, 사람과 지역사회를 위한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3일(현지시간) 영국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IPCC 보고서 개요에 韓 입장 반영

2027년 발간될 'IPCC 기후변화 보고서'에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 포함된다.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27년 발간할 '이산화탄소 제거와

두달새 8㎞ 사라졌다...10배 빨리 녹고있는 남극 빙하

남극반도 동부의 헥토리아 빙하(Hektoria Glacier)가 기존에 관측된 최고 속도보다 10배 빠르게 녹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4일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 나

엑손모빌, 기후변화 부정여론 확산에 금전 살포 '발각'

석유대기업 엑손모빌이 라틴아메리카 단체들에게 금전을 살포하면서 기후변화 부정 여론을 퍼뜨린 사실이 발각됐다.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익

기후리더십 美→中으로 전환?...10일 개막 'COP30' 관전포인트

이달 10일~21일 브라질 베렘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올해 회의의 핵심 아젠다는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