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회 충·방전도 끄덕없다'...EV배터리 '단결정 양극소재' 개발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3-31 11:04:24
  • -
  • +
  • 인쇄
UNIST, 가공비 30% 줄인 신공정기술 개발
기존 다결정 대비 배터리 수명 12% 향상돼
▲윤문수 연구원(좌)과 조재필 교수 (사진=UNIST)


국내 연구진이 30% 싼값에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수명과 용량을 늘릴 수 있는 소재를 개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조재필 특훈교수팀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쥐 리 교수팀은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여러 번 충·방전할수록 수명과 용량이 떨어지는 문제를 대폭 개선한 '단결정 양극소재' 공정기술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대용량 배터리 양극소재로 과량의 니켈을 함유해 주행거리를 30% 이상 늘린 니켈리치양극소재 등 현재 상용화된 양극소재들은 수백나노미터 수준의 입자들이 뭉쳐진 '다결정 형태'다. 다결정 소재는 배터리를 제조할 때 쉽게 부서지며 배터리 내에서 불필요한 반응을 촉진한다. 충·방전이 반복되면 입자 내부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배터리 전해액과의 부반응으로 수명이 급격히 감소한다.

반대로 '단결정 형태'로 양극재를 제조하면 이런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다만 단결정 양극재는 다결정 소재에 비해 30% 이상 가공비가 높다. 전기자동차 1대에서 양극재의 가격 비중은 15% 내외이고, 가공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25% 정도다. 금속가격은 국제시세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결국 가공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갖는 데 가장 중요하다.

이번에 UNIST-MIT 공동연구팀은 단결정 소재 비용을 적어도 3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리튬수산염(LiOH)과 리튬질산염(LiNO3)을 액체 상태에서 완전히 녹여 섞이도록 하는 '공융조성'을 통해 전이금속 전구체를 일정한 비율로 합쳤다. 이후 공·자전 혼합기를 활용해 2000회/분의 속도로 12분간 섞었다.

접촉에서 발생되는 열로 녹은 분말들이 다결정입자들의 경계면에 침투(결정립계 침식 발현)해 들어가면서 액화 리튬염-전이금속 나노입자 복합체가 만들어진다. 이 복합체를 800℃ 미만에서 10시간 동안 가열해 수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완전히 결정화된 단결정 형태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 기술은 니켈리치 양극뿐 아니라 리튬·망간 리치 양극소재에도 적용 가능하다. 리튬·망간 리치 양극은 망간이 고함량(60% 이상)으로 포함된 물질이다. 또한 리튬의 함량이 전이금속의 함량보다 높아 4.5V 이상의 고전압에서 250 mAh/g 이상의 고용량을 발휘하는 소재다. 망간의 함량이 증가할수록 합성하기 위해 필요한 열처리온도 올라가는데, 특히 망간 함량이 60% 이상인 경우 900℃ 이상에서 12시간 이상 가열해도 단결정으로 합성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망간 함량이 60%이상에서도 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단결정형 입자로 합성이 가능해졌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개발된 기술을 적용시켜 일반적인 공정으로 합성한 다결정 소재(NCM811)와 같은 조성의 단결정 양극소재를 리튬 메탈전지에서 전지 성능을 측정한 결과, 단결정 양극소재는 200회 충·방전 후에도 기존 용량의 92%에 준하는 성능을 보였다. 또 같은 조성의 다결정 소재 대비 약 12% 향상된 수명 유지율을 보였다. 이밖에도 가스 발생량 및 저항 증가율이 30% 이상 개선된 결과를 보여 전기자동차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안전성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 1저자인 윤문수 UNIST 에너지공학과 박사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니켈리치 양극소재 뿐만 아니라 LFP대체 물질로 주목받는 리튬·망간리치 양극소재를 저렴하게 단결정으로 합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조재필 에너지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현재 상용화가 진행중인 니켈리치계 단결정 양극소재들은 여러 번의 가열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 문제가 있다"며 "신규 개발된 합성법을 적용한 양극재로 대량 합성공정 개발시 기존 단결정 대비 대비 적어도 30% 이상의 비용 절감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나 현재의 합성 규모는 랩수준으로 대량 생산하기까지 적어도 4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고 예상했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분야의 권위학술지인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30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아름다운가게, 사회혁신가 '뷰티풀펠로우' 15기 선발

아름다운가게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회혁신리더 뷰티풀펠로우 15기를 선발했다

두나무 품은 네이버 "K-핀테크로 글로벌로 간다...5년간 10조 투자"

두나무를 인수한 네이버가 앞으로 인공지능(AI)과 웹3간 융합이라는 글로벌 기술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K-핀테크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

두나무 인수한 네이버...AI와 블록체인 앞세워 '글로벌 금융' 노린다

세계 3위 가상자산거래소 두나무가 네이버 품에 안기면서 20조원 규모의 금융플랫폼이 탄생했다. 26일 네이버와 두나무 이사회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

'비상경영' 롯데 인적쇄신...부회장 전원 용퇴에 CEO 20명 '물갈이'

롯데그룹이 부회장단 전원 교체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명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롯데그룹은 2026년 임원인사에서 9

롯데케미칼-현대케미칼, 석화공장 합친다...울산과 여수도 통폐합 속도?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석유화학 사업이 합쳐진다. 지난 8월 20일 10개 석유화학 기업이 사업재편을 위한 자율협약을 맺은 이후 첫번째 구조조정

엑손모빌 '화학적 재활용' 놓고 '그린워싱' 공방 격화

플라스틱 화학재활용을 둘러싼 엑손모빌과 환경단체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플라스틱 폐기물

기후/환경

+

플라스틱 문제 일으키는 '조화'...인천가족공원서 반입 금지될듯

인천가족공원에 플라스틱 조화(造花) 반입을 자제하도록 하는 조례 제정이 추진된다.26일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전날 산업경제위원회를 통과한 '인천시

'2.5°C' 상승한 우즈베키스탄…극심한 가뭄에 이미 위기상태

우즈베키스탄 일부 지역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대비 2.5°C까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온난화로 인한 가뭄과 물부족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

엑손모빌 '화학적 재활용' 놓고 '그린워싱' 공방 격화

플라스틱 화학재활용을 둘러싼 엑손모빌과 환경단체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플라스틱 폐기물

태평양 참치에서 검출된 '수은' 오염경로 추적해봤더니...

참치 등 태평양에서 서식하는 해양어류 몸속에 수은이 어떻게 축적되는지 그 경로가 밝혀졌다.포항공대(POSTECH) 환경공학부 권세윤 교수연구팀과 한국

알프스·안데스·히말라야가 위험하다...기후변화로 곳곳이 '흔들'

험준한 산악지대로 유명한 히말라야를 비롯해 알프스, 안데스산맥이 기후변화가 불러온 기온과 강수패턴 변화로 인해 무너져내리고 있다. 25일(현지시

폭염에 열받은 젖소들...우유 생산량 줄고 있다

젖소들이 폭염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우유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낙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25일(현지시간) 푸드앤와인(Food & Wi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