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 위해 원주민 자원 침탈...'녹색 식민주의' 비판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4-24 15:03:37
  • -
  • +
  • 인쇄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서방국가들의 기후전략이 원주민들의 영토와 자원 그리고 사람들을 착취하는 '녹색 식민주의'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28일(현지시간) 펜데믹 이후 처음으로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제22차 유엔 원주민 상설포럼에 참석한 각 국 원주민 지도자들은 "녹색경제로의 전환이 되레 원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흔히 '아무도 뒤에 남겨두지 앓겠다'고 하지만 과연 선두에 선 서방국가들이 바른 길로 앞장서고는 있는 것인지 돌아볼 때"라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광물 채굴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발전소 건설 등이 원주민들의 터전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원주민 옹호단체 문화적 생존(Cultural Survival)은 "전기차 생산을 위해 니켈, 리튬, 코발트 등의 광물을 채굴하는 것이 많은 원주민들로 하여금 부족 내 갈등과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며 "많은 국가들이 2030 탄소중립을 외침과 동시에 정부와 기업이 원주민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환경 비즈니스'에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네바다의 인디언 부족인 쇼쇼니-파이우테(Shoshone-Paiute) 지도자 브라이언 메이슨(Brian Mason)은 "파이우테족의 땅에서 진행되고 있는 70개 정도의 리튬 채굴사업은 사전정보 제공이나 동의없이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유엔의 원주민 권리선언에 따르면, 원주민들은 거주지에서 행해지는 개발사업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메이슨은 "미국 내 전기차 생산 확대는 바이든 행정부의 탄소중립 전략을 지원하는 '패스트 트랙'이다"며 "문제는 이것이 원주민을 희생시키고 우리의 몫을 짓밟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보존을 명목으로 원주민들을 강제이주시키는 나라들도 있다. 원주민 비정부기구(Pastoralists Indigenous Non-Governmental Organization)의 에드워드 파록와(Edward Parokwa) 전무는 "수천명의 마사이족이 강제로 탄자니아에 있는 그들의 고향을 떠나야 했다"며 "COP28을 앞둔 시점에 탄자니아 정부는 이를 '보존'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호화 사냥구역을 만들기 위한 속셈"이라고 꼬집었다. 파록와 이사는 "아랍에미리트 국적의 한 대기업이 이를 주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마사이족 원주민들이 아랍에미리트 정부로부터 휴대전화 감시까지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문제는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다. 노르웨이 정부는 토착 부족인 사미족의 목축 구역에 그들의 동의없이 풍력발전소를 건설했다. 일전에 노르웨이 대법원이 "사미족의 터전을 지켜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강행한 것이다. 사미족 위원회(Saami Counci)의 군 브릿 레터(Gunn-Britt Retter)는 "사미족 등 원주민의 고향에서 유해한 '지속가능성'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녹색식민주의와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은 우리가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지기를 바란다"며 "이산화탄소(CO₂) 배출저감과 대체에너지 생산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이것은 토착민과 문화를 존중하는 가운데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주민 당사자들과 권리옹호단체는 일제히 "기후변화를 위한 사업에 원주민들의 목소리가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콜롬비아 제누(Zenú)족의 몬탈보(Montalvo)는 "기후회의가 원주민을 포함하지 않았지만 기후위기를 해결할 방법은 원주민의 지혜에서 나온다"며 "특히 생물다양성 문제는 토착민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참여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등이 주도하는 기후변화회의에 원주민들의 자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원주민을 평등하게 대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지난해 열린 COP27도 원주민을 소외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들이 원주민의 중요성을 언급했지만 정작 '손실 및 피해' 기금에서는 원주민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이 없었다. 물론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기본협약(UNFCCC)에서 원주민 대표단이 공식적으로 참여하거나 이번 포럼에 안토니오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과 원주민 출신 미국 내무부 장관 데브 할런드(Deb Haaland)가 최초로 기조연설을 하는 등 진전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많은 원주민들은 "아직 갈길이 먼 실정"고 말했다.

국제원주민 청년협회(Global Indigenous Youth Caucus)와 하와이 원주민 권리단체 모두를 위한 하와이(Ka'Lāhui Hawai'i)는 유엔이 원주민 여성과 청년의 안전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한 포괄적인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들은 "우리 대지의 어머니에 대한 파괴와 폭력은 지속되고 있다"며 "토착민, 특히 생명의 보호자이자 운반자인 토착 여성에 대한 폭력이 지속된다"고 말했다. 원주민 여성에 대한 환경 폭력은 최근 유엔 인권조약기구에서 처음 언급된 개념이다. 몬탈보는 "우리는 기후가 어머니 지구의 언어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HLB에너지,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

HLB생명과학의 자회사 HLB에너지가 부산광역시 사하구에서 친환경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18일 열린 준공식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올해 폐기물 30.6톤 재활용

경기도는 올해 '자원순환마을' 18개를 운영해 폐기물 30.6톤을 재활용했다고 19일 밝혔다.자원순환마을은 주민 공동체의 주도로 마을 내 생활쓰레기 문

올해만 몇 번째야?...포스코이앤씨 또 사망사고에 ESG경영 '무색'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0분께 서울 여

기후/환경

+

"매일 사용하는데"…드라이기·에어프라이어 나노미세먼지 '뿜뿜'

드라이어, 토스트기, 에어프라이어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가전제품에서 다량의 나노미세먼지(UFP)가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쓰레기산으로 변하는 히말라야...네팔 '등반객 제한' 초강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네팔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반객 수를 제한하는 초

올해 AI가 내뿜은 온실가스 8000만톤..."뉴욕시 배출량과 맞먹어"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뉴욕시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나왔다.18일(현지시간) 데이터 분석업체 '디지코노미

27년간 청둥오리 20만마리 사라져...가마우지는 늘었다

국내 청둥오리가 27년에 걸쳐 20만마리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민물가마우지는 200여마리에서 무려 3만마리에 가깝게 폭증했다.국립생물자원관

무역센터에 '수열에너지' 도입...에어컨 7000대 대체효과

한국무역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열에너지가 도입된다.한국무역센터에 도입되는 수열에너지는 단일건물 기준 최대 규모인 7000RT(냉동톤)에 달한다.

[주말날씨] 토요일 또 '비소식'...비 그치면 기온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일본 남쪽 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온난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경남권부터 비가 내리겠다. 이 지역에서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