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워싱의 장'...퀴어축제 막아선 기후활동가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7-03 13:41:50
  • -
  • +
  • 인쇄
▲저스트 스톱 오일 활동가들이 프라이드 퍼레이드 행진에 난입해 행사 트럭을 막고 있다. (출처=저스트 스톱 오일)

기후위기 활동가들이 런던 프라이드 퍼레이드(London’s Pride Parade)가 '핑크워싱의 장'이라며 행진을 막아세웠다.

1일(현지시간) 기후위기 활동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활동가 9명은 런던 프라이드 행진이 열리는 거리에 난입해 코카콜라 차량 앞에 앉아 행진을 중단시켰다.

런던 광역경찰청은 "이날 오후 1시30분경 시위대가 피카딜리 거리의 도로 한가운데 앉아서 행사 트럭을 막아 행진을 중단시켰다"며 "이후 경찰이 시위대를 체포한 이후 다시 행진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일부 퍼레이드 참여자들은 활동가들이 연행될 당시 경찰에게 환호를 보내며 연행되는 활동가들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저스트 스톱 오일은 "런던 프라이드가 '고공해 산업' 기업의 후원금을 받는 것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일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들 단체는 런던 프라이드에 앞서 "고오염 후원사의 참여를 금지하고 석유와 가스, 석탄을 규탄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매년 6월에서 7월경 성소수자들의 자긍심 고취와 가시화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행사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일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려 주최측 추산 5만명이 모이기도 했다. 문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프라이드 퍼레이드의 규모가 커진 후 각종 대기업들이 이를 후원하면서 자사의 ESG 행보를 선전하는 '핑크워싱'의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주최측도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대기업 후원을 받아들이면서 "저항과 평등의 축제가 아니라 기업 홍보의 장이 됐다" "로고를 무지개색으로 바꾼 글로벌 기업 차량에 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 등의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서울퀴어문화축제 운영위가 HIV/AIDS 치료제로 잘 알려진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의 후원을 받자 "에이즈 감염인들에게 폭리를 취하는 제약회사가 퀴어축제에 부스를 내고 행진 트럭을 지원하는 것은 에이즈 감염인들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비판으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저스트 스톱 오일 제임스 스키트(James Skeet)는 "런던 프라이드는 지금까지 기후붕괴로부터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며 "한 손에는 무지개 깃발을 흔들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것은 결코 자부심(Pride)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오염 산업과 그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은행이 프라이드를 핑크워싱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은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라고 강조했다.

사디크 칸(Sadiq Khan) 런던 시장은 "멸종 반란과 저스트 스톱 오일 등은 기후위기의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정말 중요한 단체"라며 "나는 항의할 권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합법적이고 안전하며 평화로운 방식으로 시위를 하는 것에 동의한다"며 과격 집회를 자제해줄 것을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노동부 칼 빼들었다...'런베뮤' 지점과 계열사도 근로감독

고용노동부가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모든 지점과 운영사인 엘비엠의 계열사까지 근로감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런던베이글

SPC 허진수-허희수 형제 '나란히 승진'...경영승계 '속도낸다'

SPC그룹은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면서 3세 경영승계 작업을 가속화했다.4일 SPC그룹은 이같은 인사단행

英자산운용사, HLB에 2069억 투자…"신약허가 모멘텀 탄력 기대"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LMR파트너스가 HLB그룹에 1억4500만달러(약 2069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진행한다. HLB의 간암신약 재신청과 담관암 신약허가

인적분할 완료한 삼성바이오...'순수CDMO' 도약 발판 마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절차를 마치고, 본연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순수(Pure-play) CDMO'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다고 3일 밝

[ESG;NOW] 재생에너지 12% 롯데칠성...목표달성 가능할까?

우리나라 대표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5년을 두달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

CJ제일제당, 유럽 인조잔디에 '생분해 플라스틱' 공급

CJ제일제당이 유럽서 생산되는 인조잔디 충전재에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를 공급한다.CJ제일제당은 스웨덴 바이오소재 컴파운딩 기업 'BIQ머티리얼

기후/환경

+

국제기후기금 97%는 기술에 '몰빵'...사회적 지원은 '찔끔'

국제적으로 조성된 기후기금의 97%는 기술투자에 투입됐고, 사람과 지역사회를 위한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3일(현지시간) 영국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IPCC 보고서 개요에 韓 입장 반영

2027년 발간될 'IPCC 기후변화 보고서'에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 포함된다.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27년 발간할 '이산화탄소 제거와

두달새 8㎞ 사라졌다...10배 빨리 녹고있는 남극 빙하

남극반도 동부의 헥토리아 빙하(Hektoria Glacier)가 기존에 관측된 최고 속도보다 10배 빠르게 녹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4일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 나

엑손모빌, 기후변화 부정여론 확산에 금전 살포 '발각'

석유대기업 엑손모빌이 라틴아메리카 단체들에게 금전을 살포하면서 기후변화 부정 여론을 퍼뜨린 사실이 발각됐다.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익

기후리더십 美→中으로 전환?...10일 개막 'COP30' 관전포인트

이달 10일~21일 브라질 베렘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올해 회의의 핵심 아젠다는

또 새벽에 '흔들'...아프간 규모 6.3 지진에 주택 '와르르'

9월과 10월에 세차례에 걸쳐 지진이 발생했던 아프가니스탄에서 11월 초부터 또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했다.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3일(현지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