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벌만큼 벌었나?...석유기업들 에너지전환 '만지작'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7-31 11:21:27
  • -
  • +
  • 인쇄


석유기업들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호황이 줄어들면서 다시 감산 및 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엑손모빌(ExxonMobil), 셰브론(Chevron), 쉘(Shell),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에니(Eni) 등 주요 화석연료 기업들은 일제히 "올해 2분기 수익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약 5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와 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업계 수익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이에 해당 기업들은 탈탄소화보다 공급망 확충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화석연료 기업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엑손, 셰브론, 쉘, 토탈에너지, BP 등 5대 기업은 2022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5분기동안 총 2380억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이 수익은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으로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올 2분기 실적도 여전히 견조했다. 29일(현지시간) 엑손은 자사의 2분기 순이익을 79억달러로 발표했는데 이는 우-러 전쟁기를 제외한 2014년 9월부터 2021년 10월 사이에 가장 높은 수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주도한 이익 호황은 이제 막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클라우디오 데스칼지(Claudio Descalzi) 에니 회장은 파이넨셜타임즈(Financial Times)의 인터뷰에서 "2022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같지는 않다"며 "2021년말 각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서 수요가 반등했고,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시장의 혼란으로 인한 특수한 상황에 기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 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호황을 만들어냈지만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에너지 안보에 대한 당장의 우려가 사라지고 수익이 정상화되면 탈탄소화 계획에 대한 투자자와 정책입안자들의 관심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데스칼지 회장은 "생산량에서 가스 비중을 늘리고 재생 가능한 전력을 도입하는 데 초점을 맞춘 자사의 에너지전환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화석연료 기업들도 탄소중립 카드를 다시 만지작 거리고 있다. 이미 BP는 올 2월 "바이오연료, 재생에너지, 수소 등 자사의 주요 에너지전환 사업에 대한 지출을 2030년 50%로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탄소중립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유럽과 달리 엑손과 쉐브론을 필두로 한 미국 기업들은 아직 석유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실제 엑손과 셰브론의 주요 주주들은 올해 기후변화 제안을 전면적으로 거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엑손과 쉐브론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피하고 대신 수소 및 탄소포집과 같은 다른 저탄소 벤처에 대한 지출을 천천히 늘리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대런 우즈(Darren Woods) 엑손 CEO는 "우리는 처음부터 탄소포집과 수소 및 바이오 연료를 통한 전환에 집중했다"며 "이를 배터리에 사용할 리튬 생산으로 확장하는 것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워스(Mike Wirth) 셰브론 사장 역시  "우리의 고유한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 계속 집중할 것"이라며 "우리가 풍력 및 태양열 사업에 진출하지 않은 이유는 이미 수많은 기업이 있고 우리 회사만의 차별점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레이몬드 제임스(Raymond James)의 파벨 몰차노프(Pavel Molchanov) 수석 에널리스트는 "재생에너지 및 기타 저탄소 에너지 솔루션은 유럽 주요 에너지 기업의 총 자본 지출에서 약 30%를 차지하지만 미국에서는 10% 미만에 불과하다"며 "탄소중립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