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 위한 첫 국제기금 '손실 및 피해기금' 전격 합의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1-06 13:59:59
  • -
  • +
  • 인쇄
전환위에서 논의 후 COP28에서 정식 채택
수천억불 규모...세계은행이 자금관리 담당


전세계 각국이 기후위기로 인한 '손실 및 피해기금'을 마련하는데 동의했다.

'손실 및 피해기금'이란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저개발국의 취약계층을 위해 부유국들이 지원하는 기후적응 자금이다. 이번 합의 내용은 오는 11일~12일(현지시간) 열릴 유엔기후변화협약 전환위원회에서 논의된 후 이달말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최될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정식 채택될 예정이다. 

'손실 및 피해기금'은 그동안 국제기후회담에서 '뜨거운 감자' 였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가난한 국가들이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지만 다람쥐 챗바퀴 돌듯 논의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지난해 11월 열린 COP27에서도 각국은 '손실 및 피해기금' 마련에 합의했지만, 이후 열린 과도위원회에서 기금 관리기관 선정, 분담금 배분 및 수혜국 선발 문제 등으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손실 및 피해기금' 논의에 참여한 국가들은 아부다비에서 열린 COP28 사전회의에서 이틀간의 토론 끝에 해당 문제에 관해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도상국들은 자금을 세계은행이 관리하는 것에, 부유국들은 자국이 주요 기부국이 되는 것에 난색을 표하며 합의까지 난항이 있었지만 극적으로 타결했다는 후문이다. 

합의된 내용은 우선 '손실 및 피해기금' 관리는 세계은행(World Bank)이 맡고,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부유국을 중심으로 상위권 개발도상국이 주 자금원이 될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자금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후전문가들은 수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바베이도스 기후특사 겸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전환위원 아비나쉬 페르소드(Avinash Persaud)는 "이것은 도전적이지만 중요한 결과"라며 "우리는 처음으로 기상이변 대응자금뿐만 아니라 장기적 기후변화 대비를 위한 국제기금을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합의는 중요한 진전이며 다른 기후행동에도 긍정적 변화의 동기기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기후운동가들은 "취약한 국가에서 필요한 자금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실효성 있는 기후대응을 위해서는 연간 수조 달러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 International)의 하짓 싱(Harjeet Singh) 기후정치 담당자는 "부유국들이 취약한 지역사회에 등을 돌리는 것은 기후정의에 있어 암울한 일"이라며 "이번 기금으로는 취약한 지역사회가 기후 영향에 대처하고 삶을 재건하는 데 필요한 재정적 필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같은 비판에 미 국무부 관계자는 "어떤 정부들도 취약한 국가가 필요한 자금을 충족시킬만큼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우리는 이번 협상을 통해 '손실 및 피해기금'이 탄소시장, 공공보조금 및 민간 양허성 대출 등 기존의 기후자금을 보완하는 자금마련에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COP28 의장인 알 자베르(Al Jaber)는 "손실 및 피해기금과 기금 마련을 운영하라는 이 명확하고 강력한 메시지는 COP28이 나아갈 길이 되어준다"며 "기후변화의 영향에 취약한 수십억 명의 사람들과 생명, 생계가 COP28에서 이 권고안을 채택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석유 생산국들은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기준에 따라 이번 손실 및 피해기금 분담에서는 면제 대상으로 선정됐다. 다만 UAE 정치권 관계자는 외신 인터뷰에서 "내부에서 자발적 분담금 납부에 대한 논의가 긍정적으로 진행중이다"고 밝혔다. 

한편 COP28 회담에서 손실 및 피해기금 확대에 관한 논의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COP28의 한 관계자는 "어떤 국가나 기후단체가 지원 규모 확대를 시도한다면 협상을 빨리 마무리짓기 원하는 다른 국가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 이번 COP28에서는 화석연료 퇴출이 제일 중요한 이슈다"고 귀띔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하나금융 'ESG스타트업' 15곳 선정...후속투자도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지원하는 '2025 하나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에 선정된 스타트업 15곳이 후속투자에 나섰다.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동대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후보 4명으로 좁혀졌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으로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및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다고 2일

[최남수의 ESG풍향계] 조정기간 거친 ESG...내년 향방은?

올 한 해 ESG는 제도적으로 조정기간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SEC(증

기후/환경

+

껌은 '미세플라스틱 폭탄'...플라스틱 성분인데 규제 사각

껌이 플라스틱 성분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때문에 껌을 씹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미세·나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사람잡는 '칠레 연어'...항생제 범벅에 열악한 노동환경까지

칠레의 주요 수출품인 연어가 양식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

'청정호수'인줄 알았는데...50년간 미세플라스틱 쌓였다

인간의 접근이 거의 없어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인도의 호수에서 50년간 미세플라스틱이 차곡차곡 쌓여왔던 것으로 확인됐다.카사라고드와 마니팔 지

[날씨] 첫눈부터 10㎝ '펑펑'...한파에 빙판길 '조심'

올해 첫눈부터 최대 10㎝가 넘는 많은 눈이 쌓이겠다.3일 서해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리겠다. 이날 낮부터 밤 사이에는 충남 남부 내륙과

올해 모기 개체수 28%나 줄었다...이유는?

올해 우리나라 모기 개체수가 지난해에 비해 28%나 줄었다. 원인은 모기도 견디기 힘들만큼 폭염이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질병관리청은 모기 발생시

동남아 홍수·산사태로 1100여명 희생...원인은 '기후변화·난개발'

우기에 접어든 동남아시아가 역대급 폭우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현재까지 1100명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앞으로 희생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