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겠다길래"...경복궁 담벼락 '낙서테러' 10대들 '쇠고랑'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12-20 10:39:07
  • -
  • +
  • 인쇄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쓰인 낙서(사진=연합뉴스)

문화재인 경복궁 담벼락에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 이름을 스프레이로 낙서한 10대들이 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19일 오후 7시쯤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임모군(17)과 연인이자 공범인 김모양(16)이 각자 주거지에서 검거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6일 새벽 1시42분께 서울 종로구 경복궁 고궁박물관과 영추문(서문) 앞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 이름 등을 낙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해당 사이트 낙서를 쓰면 돈을 주겠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은 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범행을 제안한 인물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들의 범행을 모방해 지난 17일 오후 10시 20분쯤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을 적은 사람은 20대 남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남성은 20일 오전 블로그 게시물에서 "미스치프가 말하는 짓궂은 장난을 치고 싶었다"며 "죄송합니다. 아니 안죄송해요. 전 예술을 한 것 뿐이에요"라고 주장했다. '미스치프'는 2019년 결성된 미국 아티스트 그룹이다. 이 남성은 범행 직후 '인증 사진'까지 블로그에 올린 뒤, 지난 18일 경찰에 자진출두해 '관심을 받고 싶어서 낙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소셜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경복궁 담벼락이 최근 '낙서 테러'로 얼룩져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심장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데다 해외 관광객이 꼭 방문하는 곳이기에 더욱더 뼈아픈 상황"이라며 강력하게 처벌해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없는 사람들의 문화재 낙서 테러로 수많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보존처리 전문가 20여명이 16일부터 스팀 세척기와 레이저 장비 등 보존처리 장비와 약품 등으로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구 작업은 약물 등을 이용해 물리적인 방법으로 오염 물질을 제거한 뒤 레이저 장비로 표면을 미세하게 태워 남아 있는 흔적들을 최대한 지우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영하의 날씨여서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고 스프레이를 제거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이를 복원하는데 1주일 이상 걸릴 전망이다.

서경덕 교수는 "이번 일을 통해 지난 2008년 숭례문 방화 사건이 떠올랐다"며 "숭례문부터 경복궁까지 '문화재 테러'가 자행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사례를 봤을 때 '솜방망이 처벌'로는 문화재를 절대로 지켜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번 훼손된 문화재는 복원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모든 국민이 반드시 깨달아야만 한다"며 "해외에 문화재를 널리 알리려면 우리 스스로 먼저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도 하나같이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국가 재산을 손실시킨 엄연한 테러 행위다", "이번 처벌이 제대로 된 본보기가 돼야 문화재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을 것", "낙서도 문제지만 이런 걸 돈주고 시킨 놈이야말로 문제" 등 분노에 찬 반응을 보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 HLB사이언스 흡수합병..."글로벌 신약개발 역량 고도화"

글로벌 항암제 개발기업 'HLB'와 펩타이드 기반 신약개발 기업인 'HLB사이언스'가 합병한다.HLB와 HLB사이언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

[르포] 플라스틱을 바이오가스로?...'2025 그린에너텍' 가보니

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2025 그린에너텍(GreenEnerTEC)'의 주요 테마는 '바이오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었다.올해 4회를 맞이하는 그린에너텍

현대이지웰, 글로벌ESG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 인증획득

현대이지웰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을 인증하는 '브론즈' 메달을 받았다.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

[궁금;이슈] 경찰 출두한 방시혁...투자자에게 IPO계획 숨겼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기

해군 입대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해군 통역장교로 복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해군 장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기후/환경

+

규제에 꽉 막혔던 '영농형 태양광' 숨통 트이나

인구소멸과 에너지전환 해법으로 제시됐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혔던 영농형 태양광이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영

방글라데시, 폭염에 年 17억달러 손실…"국제 재정지원 시급"

방글라데시가 폭염으로 연간 17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세계은행(World Bank)이 16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북극 '오존 파괴의 비밀' 풀었다...얼음 속 '브롬 가스'가 단서

얼음이 얼 때 발생하는 브롬가스가 북극 오존층을 파괴하는 원인으로 밝혀졌다.극지연구소는 북극 대기 경계층의 오존을 파괴하는 '브롬 가스'의 새로

'가뭄에 단비' 내리는 강릉...저수율 16.7%로 상승

지난 주말 내린 비로 최악의 사태는 피해간 강릉에 또 비가 내리면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7일 오전 6시 기준 16.7%로 전일보다 0.1%포인트(p) 높아졌다

구글 DC 하나가 57만톤 배출?…AI로 英 탄소감축 '빨간불'

영국에 설립될 구글의 신규 데이터센터(DC)가 연간 57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되자, 환경단체와 기후전문가들이 환경 영향에 대해 강력히

인천 온실가스 49% 비중 영흥화력..."2030년 문 닫아야" 촉구

수도권 내 유일한 석탄발전소인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의 2030년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모였다.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과 전국 시민연대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