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개에 북극곰까지...'조류독감'에 죽어나간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1-11 17: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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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조류독감) 'H5N1' 바이러스가 북극부터 대서양까지 퍼지면서 북극곰과 물개 등이 집단폐사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동식물보건국(APHA)의 바이러스연구팀은 남극지역 코끼리물범과 물개류 사체에서 'H5N1' 감염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얼마전 북극곰도 조류독감으로 폐사한 것이 처음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조류독감 확산이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중순 연구팀은 남대서양 사우스조지아 사우스샌드위치 제도에 서식하는 일부 물개 및 코끼리물범에서 조류독감 증상이 의심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사우스조지아에서 H5N1이 처음 보고된 시기는 지난해 10월 버드아일랜드의 갈색도둑갈매기에서였다. 이후 12월 버드아일랜드의 코끼리물범 수백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고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물개, 남방큰제갈매기, 갈색도둑갈매기의 폐사율이 증가했다.

APHA 바이러스팀 소속 과학자 마르코 팔치에리(Marco Falchieri)는 사우스조지아섬에서 폐사한 개체만 약 100마리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약 20마리의 코끼리물범이 죽은 것을 목격했으며 다른 물개들도 기침, 재채기, 안구 분비물, 콧물, 머리떨림 등 조류독감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고 전했다.

영국 남극조사국의 바닷새 생태학자 노먼 래트클리프(Norman Ratcliffe)는 전세계 물개 개체수의 약 98%가 사우스조지아에 집중돼있는 만큼 "세계적으로 중요한 코끼리물범과 물개 개체군이 큰 위험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래트클리프는 대부분의 물개류가 바다에서 죽기 때문에 전체 폐사율을 알 방법은 없지만 "실제 사망률은 우리가 보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이 시기 정상 사망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일 것"으로 보았다.

H5N1은 남극의 반대편인 북극 알래스카에도 퍼져 지난해 대머리독수리, 여우 등 야생동물들이 폐사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알래스카에서 북극곰 1마리가 H5N1에 감염돼 죽었다. 북극곰이 조류독감으로 폐사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북미에서는 H5N1 감염 신고가 수천 건에 이르렀으며, 2023년엔 칠레, 페루 등 남미에서 바다사자 2만여 마리와 바닷새 50만여 마리가 집단폐사했다. 생태의 보고로 알려진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도 H5N1가 발견됐다.

H5N1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며 포유류에게도 전염될 수 있는 조류인플루엔자다. 팔치에리는 "바이러스가 포유류에 적응해 변이하면 인간에게도 위험해질 수 있다"며 바이러스의 동향을 계속 감시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APHA 바이러스학자인 애슐리 반야드(Ashley Banyard)는 아직까지 바이러스가 다른 종으로 퍼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년 전 제기된 우려와 달리 펭귄에까지 H5N1이 확산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조류독감이 남극 전역에 계속 확산될 경우 "취약한 생태계를 크게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에도 지난해 12월 H5N1, H5N6을 포함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입됐다. 지난 9일 기준 전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은 가금농장 28건, 야생조류 12건이다. 국내에서 H5N6 발생은 지난 2018년 3월 이후 5년여만이다. H5N6이 전국에 확산됐던 2017~2018년 겨울에는 3000만여수가 살처분되는 등 큰 피해를 낳았다.

H5N1도 야생조류에서 검출되고 있다. 앞서 일본에서도 H5N1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산란계 농장 특별방역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농장에 차량·사람 출입을 최소화하고 허용 차량에 한해 2단계로 소독하며, 농장 간 차량 중복출입을 제한하기 위한 차량관제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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