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안하면 그만"…정부 법적조치에도 전공의 '묵묵부답'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03-04 11:17:54
  • -
  • +
  • 인쇄
▲전공의 집단이탈로 텅빈 병원(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와 사법절차를 예고했지만 9000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여전히 복귀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의료공백이 더 장기화될 조짐이다.

4일 정부는 이날까지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예고한대로 행정처분·형사고발을 하겠다고 경고하면서 현장점검을 통한 면허정지 절차에 착수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 원칙은 변함이 없다"며 "오늘부터 미복귀한 전공의 확인을 위한 현장점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귀한 전공의들은 정상을 참작할 것"이라며 "의료현장으로 조속히 복귀해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9438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7854명에게는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징구한 바 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진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할 경우 업무개시명령이 가능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정지,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또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받으면 면허취소가 가능하다. 정부는 "구제절차는 없을 것이며, 1심 판결만으로 면허 취소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복귀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100개 수련병원에 복귀한 전공의는 565명으로,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의 6%만 돌아왔다.

오히려 정부의 강공에 의사단체와 이탈 전공의들은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맞대응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또 소셜서비스(SNS) 등에 의사의 비하 표현인 '의새'를 풍자하기 위해 의사와 새를 합성한 이미지를 게시하거나 프로필 사진을 교체하는 '의새 챌린지'가 유행하는 등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탈 전공의들 사이에선 "처벌이 무서워 복귀할 거였으면 애초에 사직하지도 않았다", "의사 안하면 그만"이라는 반응 일색이다. 정부 처벌에도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공의 집단행동 교사 및 방조 혐의로 경찰 압수수색을 받은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SNS에 "소아과 선생 중 한 분은 이런 나라에서 더 살기 싫다며 용접을 배우고 있다"라며 자의로 사직한 전공의들 가운데 생활고를 겪는 이들을 돕겠다는 취지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만약 전공의들이 면허정지·취소를 포함해 법적처분을 받더라도 개의치 않고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최대 4~5년간 우리나라는 전공의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이번 사태가 종료된 후에도 전공의들이 아예 수련을 포기하고 일반의로 전향할 수 있어, 의대정원 2000명을 늘리려다 이보다 몇 배 많은 전공의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진행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전공의들은 이득을 얻기 위해 파업하는 게 아니어서 정부가 원점으로 돌려도 상당수가 안돌아올 수 있다"며 "이미 뇌관을 건드린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집단행동이 계속될 경우 현장 불편이 커질 것에 대비해 상급종합병원이 응급과 중증 진료 기능을 대폭 강화할 수 있도록 인력을 추가 채용하거나 교수·전임의가 당직근무를 서는 경우 예비비를 통해 지원할 계획을 밝혔지만 미봉책일뿐 근본적인 대책은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한편 지역대학들은 의과대학 증원 신청을 마지막까지 고심하는 모양새다.

앞서 교육부는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전국 40개 대학에 공문을 보내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조정을 희망할 경우 오는 4일까지 신청서를 내야 수용할 수 있다고 못 박은 바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아직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고 마감일까지 임시 학무회의 등을 열고 내부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 70년' 나눔과 봉사 실천..."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삼천리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면서 나눔상생을 실천하고 있다.20일 삼

네이버, 2024년 재생에너지 사용 통해 온실가스 9144톤 감축

네이버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3만925톤(tCO2eq) 절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감축한 온실가스가 9144톤에 달했다.네이버는 20일 발간한 '2024 통합보

사외이사 안건 찬성률 95.3%...상장사 이사회는 '거수기'로 전락?

사외이사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95.3%에 달하는 등 올 상반기 국내 상장사들의 이사회 기능과 감사 독립성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손기원의 ESG인사이드] 보여주기식 'ESG공시' 벗어나려면?

ESG 공시는 더이상 선택이 아니다. 지속가능성 정보가 자본과 규제의 흐름을 결정짓는 시대,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수준을 점검하고 공시 역량을 평가

노동자 사망사고·압수수색 이후...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 출범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로 압수수색을 받았던 SPC그룹이 윤리·준법 체계를 감독하는 상설독립기구인 '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구성하고 19일 출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기후/환경

+

비 오면 벽체 내려앉아...세계문화유산 무령왕릉 5호분 보존처리 시급

단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극한호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주 무령왕릉 5호분이 장마철 등 강우량이 많은 시기에 토양에 수분이 증가하면서 벽체

지구 기온 4℃ 오르면...2100년 식량 생산량 절반으로 '뚝'

지구온난화로 인해 2100년에 이르면 식량 생산량이 절반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솔로몬 샹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지구 평균기온

항공권에 '비행세' 부과하면...기후기금 167조원 확보 가능

항공권에 '비행세'를 부과하면 기후피해 회복기금으로 연간 1060억유로, 우리돈 167조2000억원 이상을 모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19일(현지시간)

올해도 미국은 '열돔'에 갇혔다...다음주까지 폭염 시달려

올해도 미국의 폭염은 더 뜨겁고 길어질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번 주말 중서부에서 동부 연안에 이르는 지역에 열돔 현

환경공익사업 지원금을 로비에 활용?...EU, NGO 자금조사 착수

환경 등 공익사업을 수행하라고 지급된 유럽연합(EU)의 보조금이 NGO들의 정치적 로비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EU가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

퍼붓다 그쳤다 반복...수도권 '국지성 폭우'로 피해 속출

인천 등 수도권 곳곳에 강한 비가 쏟아졌다 그쳤다는 반복하는 국지성 호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인천 전역과 경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