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증원 2000명' 쐐기...'강공전략' 약일까? 독일까?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03-20 18:55:03
  • -
  • +
  • 인쇄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확정지었다(사진=연합뉴스)


한달 넘게 이어지는 '의료공백 사태'가 수습은커녕 더 악화될 조짐이다. 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2025학년도 대학입시의 의과대학별 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확정발표하면서 의료계의 집단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어, 정부의 강공전략이 의료공백 사태의 약이 될지, 독일 될지 알 수 없게 됐다. 

20일 정부는 내년 대학입시부터 비수도권 27개 의과대학에 1639명, 경기·인천권 5개 의과대학에 361명 등 의대생 총 2000명을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지역 의대에는 1명도 배정되지 않았다.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현재 2023명으로, 전국 의대 정원 3058명의 66.2% 비중이다. 여기에 1639명이 추가되면 총 3662명으로 늘어나 72.4%로 비중이 늘어난다. 

교육부는 수도권·비수도권 의료격차 해소,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과 경인지역 의료여건 편차를 극복하는 것을 주요 기준으로 삼아 정원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지역거점 국립의과대학은 총정원을 200명 수준으로 확보하도록 했고, 정원 50명 미만의 의과대학은 적정규모를 갖출 수 있도록 정원을 100명 수준으로 늘렸다. 

정부가 전공의 이탈과 의대생 집단휴학 그리고 의대교수들의 집단사직 예고에도 불구하고 2000명 증원을 확정짓자, 의사단체들은 "교육여건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연세대학교 의대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의대증원 졸속정책은 우리나라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흑역사의 서막을 열 것"이라며 "사직서를 내고 휴학계를 제출한 (전공의·의대생 등) 후속세대 1만5000명을 포기하며 진행하는 의대 증원은 아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특히 비수도권에 82%, 수도권에 18%를 증원하는 정책은 교육여건을 철저히 무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이는 앞으로 의학 교육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독선적 결정일 뿐이며, 총선을 앞두고 교육 생태계를 교란하는 정치적 카드"라고 꼬집었다.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도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없는 독단적 결정을 정의와 의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며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체계를 마비시킬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대한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도 "증원이 이뤄진다면 학생들은 부족한 카데바(해부용 시신)로 해부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실습을 돌면서 강제 진급으로 의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학에 휴학계 수리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며, 휴학계를 반려할 경우에 대비해 행정소송에 대한 법률 검토도 마쳤다"고 강조했다.

의대생들의 집단휴학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전국 의대 재학생의 32.2%인 6051명이 휴학계를 제출한데 이어, 최근 일주일 사이에 추가로 2926명의 의대생이 휴학계를 제출해 총 8977명의 재학생들이 휴학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저녁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의대협, 의협,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등 4개 단체가 온라인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총회에서 의대교수들이 예정대로 오는 25일 집단사직서를 제출할지의 여부가 주목된다. 16곳이 넘는 의대교수들은 정부의 전공의 면허정지에 반발하며 오는 25일 집단사직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달 19일부터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는 93%에 달하는데, 이 빈자리를 메웠던 의대교수들마저 이탈하게 되면 대형병원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출구를 봉쇄당한 의료계는 '대정부 투쟁'으로 싸움을 확산시킬 가능성도 높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14만 의사의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갈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정치권과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 70년' 나눔과 봉사 실천..."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삼천리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면서 나눔상생을 실천하고 있다.20일 삼

네이버, 2024년 재생에너지 사용 통해 온실가스 9144톤 감축

네이버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3만925톤(tCO2eq) 절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감축한 온실가스가 9144톤에 달했다.네이버는 20일 발간한 '2024 통합보

사외이사 안건 찬성률 95.3%...상장사 이사회는 '거수기'로 전락?

사외이사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95.3%에 달하는 등 올 상반기 국내 상장사들의 이사회 기능과 감사 독립성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손기원의 ESG인사이드] 보여주기식 'ESG공시' 벗어나려면?

ESG 공시는 더이상 선택이 아니다. 지속가능성 정보가 자본과 규제의 흐름을 결정짓는 시대,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수준을 점검하고 공시 역량을 평가

노동자 사망사고·압수수색 이후...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 출범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로 압수수색을 받았던 SPC그룹이 윤리·준법 체계를 감독하는 상설독립기구인 '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구성하고 19일 출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기후/환경

+

비 오면 벽체 내려앉아...세계문화유산 무령왕릉 5호분 보존처리 시급

단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극한호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주 무령왕릉 5호분이 장마철 등 강우량이 많은 시기에 토양에 수분이 증가하면서 벽체

지구 기온 4℃ 오르면...2100년 식량 생산량 절반으로 '뚝'

지구온난화로 인해 2100년에 이르면 식량 생산량이 절반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솔로몬 샹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지구 평균기온

항공권에 '비행세' 부과하면...기후기금 167조원 확보 가능

항공권에 '비행세'를 부과하면 기후피해 회복기금으로 연간 1060억유로, 우리돈 167조2000억원 이상을 모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19일(현지시간)

올해도 미국은 '열돔'에 갇혔다...다음주까지 폭염 시달려

올해도 미국의 폭염은 더 뜨겁고 길어질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번 주말 중서부에서 동부 연안에 이르는 지역에 열돔 현

환경공익사업 지원금을 로비에 활용?...EU, NGO 자금조사 착수

환경 등 공익사업을 수행하라고 지급된 유럽연합(EU)의 보조금이 NGO들의 정치적 로비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EU가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

퍼붓다 그쳤다 반복...수도권 '국지성 폭우'로 피해 속출

인천 등 수도권 곳곳에 강한 비가 쏟아졌다 그쳤다는 반복하는 국지성 호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인천 전역과 경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