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1개가 부른 대형참사...'리튬 일차전지' 안전기준이 없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6-25 10:34:33
  • -
  • +
  • 인쇄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돼 대응 매뉴얼 부재
발화위험 적지만 파손되면 폭발력 높아져
▲화성 일차전지 제조 업체 화재 현장 (사진=연합뉴스)


화성시 배터리 제조공장 참사로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일차전지와 리튬에 대한 안전기준 부재가 피해를 키웠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의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이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화재 발생 직후 배터리 부분에서 흰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한 뒤 연기가 급격히 퍼지며 15초만에 작업실 공간 전체를 뒤덮은 것으로 나타났다.

3동은 리튬 배터리 완제품 검수 및 포장 작업 등이 이뤄지는 곳으로, 원통형의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5000여개가 보관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화재 당시 리튬 배터리의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났다.

화재는 배터리 1개에 불이 붙으면서 급속도로 확산했으며, 대량의 화염과 연기가 발생하고 폭발도 연달아 발생한 탓에 안에 있던 다수의 작업자가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화재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초당 수차례의 폭발음이 들리고, 섬광탄이 터지는 것처럼 하얀 불빛이 일어났다.

이날 아리셀 공장 근무자는 총 102명으로, 문제의 3동에서는 67명(1층 15명, 2층 52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2층 근로자 다수가 현장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사망자 22명, 중경상자 8명, 실종자 1명이다.

이처럼 공장 내부에 있던 배터리셀에서 폭발적인 연소가 일어난 이후 연쇄폭발 사고가 나며 불이 급속히 확산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안전관리 소홀 등에 따른 '인재'(人災)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아리셀이 제조하는 리튬 배터리는 한번 사용된 뒤 재충전 없이 폐기되는 '일차전지'로, 이차전지와 달리 상대적으로 화재의 위험성이 작다고 여겨진다. 또 불산가스와 같은 독성물질을 내뿜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대응 매뉴얼이나 안전기준 등이 마련된 것도 없다. 리튬 역시 불에 넣거나 고의로 분해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는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유해화학물질이 아닌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된다. 화학사고 위기대응 매뉴얼은 '유해화학물질' 위주여서 사실상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하지만 리튬은 반응성이 매우 높아 고온이나 수증기와 접촉하면 폭발과 함께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발화 위험은 적더라도 한번 불이 붙으면 내부 분리막이 파손되면서 가스 생성 및 인접 셀이 연쇄 반응을 하면서 '열 폭주' 현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일차전지는 화재시 이차전지에 비해 폭발력이 더 강하다. 일차전지는 완충된 상태로 제조되기 때문에 에너지가 가득 차 있어 화재 시 위험성이나 폭발의 가능성이 이차전지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또 리튬과 같은 알칼리 금속 등 가연성 금속이 원인인 '금속 화재'는 백색 섬광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으로, 진압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1000℃ 이상의 고온을 보여 매우 물로 진화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보통의 화재처럼 소방차에서 물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마른 모래와 팽창 질소로 불을 꺼야 하는 특수유형의 화재로, 진압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에 따라 리튬에 대한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하성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리튬은 충격을 받으면 폭발할 수 있고, 물과 반응해 수소와 같은 가연성 가스를 만들 수 있다"며 "가연성 가스가 만들어지면 작은 마찰에도 폭발이 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이차전지에 대해서는 화재 가능성에 관심도 많고 보호장치도 많이 적용되지만, 일차전지는 그간 화재가 자주 발생하지 않아 안전기준 등이 마련된 것이 없다"며 "관련 안전기준과 안전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