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노트] "올해도 생일선물 정중히 거절합니다"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4-08-20 08: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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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즈음에 문앞에 쌓이는 택배상자들 (사진=윤여진)

광복절에서 딱 1주일 지나면 내 생일이다. 내 생일 윗칸은 언제나 특별한 날이어서 내 생일이 더 특별해지는 것같다.

지난해부터 나는 생일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유는 하나,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우리는 랜선으로 너무 쉽게 선물을 보낼 수 있게 됐고, 이제 문화로 자리잡았다. 한달에 한번 정도는 기프티콘 유통기한과 관련된 메시지를 받을 정도다.

나는 30년 가까이 고향 주변에서 살다가, 지금은 시골쥐의 서울살이 3년차다. 그러다보니 고향의 주변 사람들이 나 혼자 쓸쓸하게 보낼까봐 걱정하며 수시로 선물을 보내준다. 서울생활을 시작한 2022년, 나는 생일 전후로 1주일동안 분리배출과 시름해야 했다. 분에 넘칠만큼 많은 선물을 받은 덕분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내준 선물에 긍정적인 에너지와 생일에 대한 축하를 잔뜩 받아서 너무 좋다. 하지만 한편으로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그마한 립스틱 하나를 담기 위해 몇 개의 상자와 뽁뽁이가 나에게 배달이 되는가. 소중한 지인들과 친구들이 주는 선물은 언제나 설레게 만들지만 나는 과대포장(?)으로 쓰레기를 양산하는 선물을 더이상 받지 않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그래서 작년부터 용기를 내어 인스타와 카톡 프로필에 생일전부터 선물을 받지 않겠다는 예고를 부지런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금은 되나요?'라고 되묻는 경우도 있고, 교환권으로 주며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하려는 어여쁜 노력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강경하게 모든 선물을 거절했다.

전 직장 상사가 보내준 카카오톡 선물하기 배송지 입력 요청을 거절로 눌렀을 때 내가 얼마나 'MZ 매운맛'이라는 생각이 들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 구구절절 이해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거절을 거듭하다, 끝내 치킨 기프티콘과 상품권을 받아버리긴 했지만 올해부터는 이마저도 단호하게 거절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엄마는 이런 나에게 '너는 타지에서 혼자 있는데 더 외롭게 왜 그러냐'면서 걱정하신다. '너는 생일 선물 주면서 나는 왜 못주게 하니?'라고 푸념하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내가 선물을 할 때는 비건, 업사이클링, 지속가능성을 우선에 두는 기업의 물품을 최대한 구매하려고 노력한다. 또 택배로 인한 탄소발자국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가급적 매장에서 직접 구매해서 직접 전달하려고 한다. 

사실 생일선물 안받기 프로젝트는 노노샵의 사장이자, 비정상회담 벨기에 대표였던 줄리안 퀸타르가 이미 수년전부터 진행하던 것이다. 평소 호감이 갔던 그가 이 프로젝트를 한다고 했을 때 매력지수가 100은 더 올라갔던 것 같다. 그의 선하고 지속가능한 영향력을 교육자료로 쓰며 '저도 언젠가는 이렇게 선물을 받지 않는 프로젝트를 해보려고요'라고 말만 하던 내가 서울살이를 시작하면서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올해도 나는 여전히 생일선물 안받기 프로젝트를 이어갈 것이다. 다니던 회사가 바뀌고, 주변 지인들의 무리가 달라지면서 다시 일일이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고 귀찮은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나의 프로젝트를 충분히 이해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올해도 생일선물은 정중히 거절합니다. 마음만으로도 충분하거든요."


글/ 윤여진(인스타그램 @yeojingrid)
거제에서 태어나 나무와 숲을 공부하였고, 배우고 싶은 건 아직 많습니다.
소소하지만,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데 보템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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