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투명하던 '북극 호수' 갈색으로 바뀌고 있다...원인은?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3-04 17:07:55
  • -
  • +
  • 인쇄
▲그린란드 캉게를루수아크 지역 (사진=위키백과)

더위와 비가 잦아지면서 맑고 투명하던 북극의 호수들이 갈색으로 변질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10년간 그린란드 캉게를루수아크(Kangerlussuaq)의 북극 호수를 연구했던 재스민 사로스 미국 메인대학 호수생태학자는 2023년부터 호수의 물이 갈색으로 변한 것을 목격했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호수의 갈변은 주로 식물이 썩으면서 유기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발생한다. 철분 증가로도 발생할 수 있는데, 보통 철분이 풍부한 토양과 바위가 물에 풍화되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과 농업 유출수 및 산업배출물 등 인위적인 영향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있다.

북극 호수의 갈변 원인은 '대기의 강' 현상이 해당 지역에 더위와 폭우를 몰고온 때문이다. 유럽 중기기상예보센터(ERA)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9월과 10월 사이에 '대기의 강' 현상으로 인해 이 지역에 9차례의 큰 비가 쏟아졌다. 토양에 있는 풍부한 영양분이 수차례 내린 비로 인해 호수로 흘러들어가면서 호수의 색깔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기의 강'이 발생했던 2022년 9월은 서부 그린란드의 기상관측이 시작된 1940년 이후 가장 습하고 더웠던 9월로 기록됐다. 대기의 강은 수분과 더불어 따뜻한 공기를 운반하기도 한다.

실제로 2023년 7월 초 연구팀이 호수 물을 분석한 결과 용존 유기탄소 수치가 2013~2023년 평균보다 22% 상승했고, 철 농도는 무려 100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알루미늄, 코발트, 크롬, 구리 등 무기물 수치도 급증했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눈 대신 폭우가 내리고 영구동토층이 녹았으며, 유기물과 철분이 호수에 방출돼 갈색으로 변했다고 사로스 박사는 설명했다.

또 갈변으로 인해 호수의 빛 침투량이 50% 줄었다. 빛은 광합성을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에게 필수인데 빛이 줄면서 일부 종은 빛과 유기물을 모두 섭취하기 시작했다. 미생물 다양성도 감소하고 특정 종이 더 우세해지는 등 미생물 군집도 변화했다.

투명도가 낮아진 호수는 빛 투과량이 줄고 열 흡수량이 증가한다. 연구 공동저자인 바클라바 하즈코바 메인대학교 호수학자는 "빛이 깊숙이 침투하던 과거에는 대부분의 1차 생산이 호수 바닥에서 이뤄졌다면, 호수 투명도가 낮아지면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수면 가까이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얕은 물에서는 미생물이 더 높은 온도와 스트레스에 직면하기 때문에 성장과 전체 먹이사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호수의 갈변이 일시적인 것인지, 얼마나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연구팀은 "이렇게 갑작스럽게 변화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면서 "호수가 원래 맑은 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즈코바 박사는 "햇빛이 갈변 현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강수량이 호수 생태계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놀라운 점은 북극지역 호수들이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비슷한 규모로 갈변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HLB에너지,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

HLB생명과학의 자회사 HLB에너지가 부산광역시 사하구에서 친환경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18일 열린 준공식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올해 폐기물 30.6톤 재활용

경기도는 올해 '자원순환마을' 18개를 운영해 폐기물 30.6톤을 재활용했다고 19일 밝혔다.자원순환마을은 주민 공동체의 주도로 마을 내 생활쓰레기 문

올해만 몇 번째야?...포스코이앤씨 또 사망사고에 ESG경영 '무색'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0분께 서울 여

기후/환경

+

"매일 사용하는데"…드라이기·에어프라이어 나노미세먼지 '뿜뿜'

드라이어, 토스트기, 에어프라이어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가전제품에서 다량의 나노미세먼지(UFP)가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쓰레기산으로 변하는 히말라야...네팔 '등반객 제한' 초강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네팔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반객 수를 제한하는 초

올해 AI가 내뿜은 온실가스 8000만톤..."뉴욕시 배출량과 맞먹어"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뉴욕시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나왔다.18일(현지시간) 데이터 분석업체 '디지코노미

27년간 청둥오리 20만마리 사라져...가마우지는 늘었다

국내 청둥오리가 27년에 걸쳐 20만마리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민물가마우지는 200여마리에서 무려 3만마리에 가깝게 폭증했다.국립생물자원관

무역센터에 '수열에너지' 도입...에어컨 7000대 대체효과

한국무역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열에너지가 도입된다.한국무역센터에 도입되는 수열에너지는 단일건물 기준 최대 규모인 7000RT(냉동톤)에 달한다.

[주말날씨] 토요일 또 '비소식'...비 그치면 기온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일본 남쪽 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온난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경남권부터 비가 내리겠다. 이 지역에서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