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가 기후대응정책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가장 먼저 기후재정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재정포럼(2020재단·녹색전환연구소)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새 정부 기후재정 방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기후대응과 에너지전환 정책이 원활하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안정적 재정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제 막 출범한 이재명 정부를 향해 8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8대 정책은 △기후재정계획 수립 △기후대응기금 2030년까지 20조 원으로 확대 △온실가스 인지예산제도 실효성 강화 △기후예산 거버넌스 확립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로드맵 수립 △신규 화석연료 보조금 편성 제한 원칙 도입 △2030년까지 기후재정 20조원 확보 △기후대응 세액공제 등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 △기후에너지부 설립 △탄소중립 산업전환 지원 △중소기업 탄소중립 지원법 제정 △산업단지 RE100 지원 △에너지고속도로 설치 등을 추진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 선임연구원은 "재정 규모, 연도별 투자계획, 조달방식 등이 포함된 기후재정계획을 가장 먼저 수립해야 한다"면서 "현행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탄소중립기본계획)에서 기후대응 재정 투자계획은 달랑 1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마저도 사업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고, 윤석열 정부에서 20% 이상 예산이 삭감돼 투자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고 짚었다.
제대로 된 기후대응을 하려면 2030년까지 기후대응기금 20조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최 연구원은 "현재 기후대응기금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수입을 주요 재원으로 삼고 있다"면서 "문제는 과잉배출권 할당으로 인한 배출권 가격 급락과 낮은 유상할당 비중으로 인해 기금 규모가 4년째 2조4000억원에 머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2026~2030년)에서 발전부문 유상할당 비율을 연도별로 20%씩 상향해야 한다"면서 "총량규제를 통해 배출권 가격이 2030년 6만원까지 높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기후재정의 효과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온실가스 인지예산 제도'의 실효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온실가스 인지예산 제도는 온실가스 감축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만 분석하고 있다"며 "배출 사업까지 확대하지 않으면 '그린워싱'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지방정부의 경우 예산 작성이 의무화되지 않았다"며 "현재 환경부와 기재부가 관리하는 예산제 관리권한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에게 부여해서 기후예산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현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로드맵'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사회는 이미 화석연료 보조금을 폐지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의 화석연료 보조금은 12조9000억원에 달했다"면서 "이는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 보조금 대비 10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요 7개국(G7)은 2025년까지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를 선언했다. 유럽연합(EU)·프랑스·영국 등은 석탄채굴 보조금이나 화석연료 난방 보조금 지원을 중단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시 203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10%까지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임현지 연구위원은 "정부는 현행 화석연료 보조금의 80% 이상을 폐지하거나 개편해야 한다"면서 "가장 큰 화석연료 보조금인 유류세 한시적 인하와 개별 소비세 감면 규모는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국가재정법과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등을 개선해 모든 형태의 화석연료 보조금을 집계하고 체계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이배 2020재단 상임이사는 기후대응기금 20조원 확보방안에 대해 "배출권 거래제 유상할당 강화로 2030년까지 연간 13조원을 확보하고,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 15조원 중 환경개선 특별회계에 투입되는 예산을 조정해 6조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기후대응 세액공제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채 이사는 "현재 정부가 신성장·원천기술 및 국가전략기술을 대상으로 세액공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히트펌프) △배터리 저장장치(ESS) △탄소포집·저장(CCS) 기술 등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이들 기후대응 기술을 조속히 세액공제 대상으로 포함시켜 기술개발과 시설 투자를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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