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여름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달 3일 광주와 전남, 경남 등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밤사이 집중호우가 쏟아져 주민 2500여명이 긴급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전남 무안군에는 1시간동안 142.1㎜의 비가 퍼붓는 등 200년에 한번 내릴 수준의 '괴물폭우'가 쏟아졌다. 7월 중순에도 산청에 5일간 793.5㎜의 폭우가 내렸고, 가평에는 하루밤에 197.5㎜의 비가 내려 마을이 물에 잠기고 산사태가 발생했다.
'괴물폭우'는 대만도 강타했다. 대만 기상청(CWA)에 따르면 대만 남부지역에는 지난달 28일부터 일주일 내내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졌다. 특히 가오슝시 산간 지방 마오린에서는 일주일 동안 2800㎜ 이상의 비가 내렸다. 대만 연평균 강우량이 2500㎜인 걸 감안하면 1년동안 내릴 비가 7일만에 쏟아졌다. 대만 기상예보 센터장은 "대만에서 7일 연속으로 200㎜ 넘는 비가 내린 건 1998년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역대급 폭우를 만들어낸 원인은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폭염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달초 극한폭우가 쏟아지기전 우리나라는 보름동안 35℃ 안팎의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고, 대만도 39.2℃에 달하는 폭염에 시달렸다. 폭염은 육지만 달구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도 뜨겁게 달궜다. 뜨거워진 바다는 다량의 수증기를 발생시켰고, 이 수증기가 육지로 이동하면서 폭우를 뿌렸다.
이번에 대만과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8호 태풍 '꼬마이'의 간접적인 영향이 컸다. 지난 7월 24일 필리핀 마닐라 근해에서 생겨난 태풍 '꼬마이'는 북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세력을 키우다가 북태평양고기압에 밀려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중국 상하이 인근에 상륙했다. 경로상 우리나라와 대만은 태풍의 직접 영향권이 아니지만 '꼬마이'가 끌고 온 바람과 저기압이 비구름대를 형성하는 기폭제가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태풍이 끌고 올라온 습한 공기가 북쪽의 찬 공기와 서해 상공에서 충돌하면서 강한 비구름을 형성했고, 전남 서해안에는 소규모 저기압들이 발생해 무안과 함평 지역에 수증기가 집중되면서 국지성 호우로 이어졌다.
대만의 경우도 비슷하다. 태풍이 북상하는 과정에서 남서풍을 함께 끌어올려 남중국해의 습한 공기가 대만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온난화에 의해 대기 중에 가득 차있던 수증기가 대만으로 밀고 들어갔고, 태풍에 의해 유입된 북쪽 대륙의 찬 공기와 만나 일주일 내내 비를 쏟아내는 이례적인 비구름을 형성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구름을 형성하는 계기가 된 건 태풍이었지만, 애초에 이처럼 이례적인 우천이 나타날 수 있던 건 온난화와 폭염으로 만들어진 수증기가 극한폭우의 조건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올 6월 때이른 폭염이 나타났다가 7월 중순 폭우가 내렸고, 다시 보름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다가 8월초 극한호우가 발생했다. 올 6월 기준 동해 바닷물 온도는 평년 대비 1.3℃ 올랐을 정도다.
문제는 시소처럼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발생하는 일이 앞으로 빈번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5일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면 바다에서 많은 양의 수증기가 발생해 대기중 수증기량이 증가하게 된다"며 "옛날보다 훨씬 많은 양의 수증기가 공급되면서 폭우성 강수가 내릴 가능성이 훨씬 커졌고, 이로 인해 폭염과 폭우가 동시에 발생하기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7월 11일 도쿄 일대에 시간당 100㎜ 이상의 기습폭우 피해를 입었던 일본도 130년 만에 가장 더운 '6월 폭염'을 겪었다. 폭우 뒤에는 어김없이 폭염이 시작됐다. 일본 교토부는 지난달 30일 관측 사상 처음으로 낮 최고기온이 4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속되는 폭염으로 후쿠오카의 한 식당에서는 진열대 위에 플라스틱 음식모형이 녹아내리기도 했다.
몬순 기후대인 태국과 인도 등 동남아 국가들도 때이른 폭염을 겪은 뒤 엄청난 양의 폭우로 대홍수가 발생했다. 유럽 역시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북유럽의 기온도 30℃가 넘는 이상기온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도 폭염 뒤 기습호우로 열차가 탈선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이 억제되지 않으면 폭염과 폭우가 교차되는 이상기후 현상이 매년 반복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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