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태평양 적도 부근에서 주로 발생하던 태풍이 점점 북쪽으로 발생 위치가 변화하는 원인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는 6~8월 대서양의 바닷물 온도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연구진은 대서양 적도 해역 수온이 상승하는 이른바 '대서양니뇨'가 발생하면 여름철(6~8월) 한국과 일본에 상륙하는 태풍의 수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대서양 동부 적도 해역(ATL3)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면 서태평양에서는 대기 상층 수렴과 하층 소용돌이 구조변화가 발생해 태풍이 북위 22.5~40도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태풍은 대부분 일본과 한반도를 향한다.
이번 연구는 1979년~2022년까지 44년간의 북서태평양(WNP) 태풍 활동과 대서양 해수면 온도, 대기순환 자료를 종합분석했다.
실제 '대서양니뇨'가 발생한 해에는 북위 22.5~40도 지역에서 발생한 태풍은 연평균 4.57개에 달했다. 반대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대서양니냐'가 발생한 해에 태풍의 수는 3개에 불과했다. '대서양니뇨'가 발생한 해에는 적도에서 북위 22.5도 지역의 태풍이 줄었다.
대서양 바닷물의 온도변화 영향은 태풍이 생성되는 위치에 그치지 않았다. '대서양니뇨'가 발생한 해에는 한국과 일본에 상륙한 태풍의 수가 평균 2.0개였지만 '대서양니냐'가 발생한 해의 태풍 상륙 건수는 1.57개였다.
2018년이 대표적인 사례다. ENSO와 북대서양 해수온 모두 중립이었던 당시 여름에 북위 22.5~40도 지역에서 태풍이 대거 발생했는데, 이 해에 '대서양니뇨'가 강하게 발생했다. 이는 대서양-태평양간 해양·대기 상호작용을 통한 원거리 영향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ENSO(엘니뇨·라니냐)가 중립적인 해에도 북위 22.5 이상에서 태풍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을 기존 변수로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대서양니뇨가 그 해답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대서양니뇨'의 특징은 6~8월, 즉 태풍 조기 시즌에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 시기 서태평양 열대 해역에는 강수 억제, 습도 저하, 하층 소용돌이 약화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적도 부근 태풍 발생을 억제한다. 반면 북위 15~30도 지역에서는 상승기류와 함께 태풍 발생 환경이 만들어진다.
ENSO 역시 북서태평양 태풍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지만, 이번 연구는 ENSO의 영향이 약한 조기 시즌(6~8월)에는 대서양니뇨가 보다 효과적인 예측 신호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ENSO와 대서양니뇨가 서로 상반된 위상일 경우, 북상 경향이 더 강해지는 상호작용 효과도 함께 확인됐다.
연구진은 "ENSO보다 대서양니뇨의 계절 예측 정확도는 아직 낮지만, 일부 모델에서는 3~4개월 전부터 예측 가능하다는 연구도 있다"며 "봄철 대서양 수온 정보를 바탕으로 한반도 여름 태풍 예측을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김동민 NOAA 박사는 "대서양니뇨는 그동안 간과돼 왔던 요인으로, 한반도와 일본에 영향을 주는 태풍 경로 예측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며 "향후 조기 경보 체계 고도화를 위해 대서양 해역 수온 변화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 6월 23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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