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유엔 정부간협상위원회(INC-5.2)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1주일째 이어지고 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회의장 안팎에서는 이대로는 최종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초조함이 흐르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각 실무협의그룹은 의장문안과 각국 제안서들을 토대로 논의에 나섰다. 제품 설계와 재사용, 폐기물 관리, 재정과 기술이전 등 모든 분야에서 큰 틀은 짰지만, 세부 내용은 대부분 합의되지 않은 채 빈칸으로 남겨져 있다. 이튿날인 9일 오전에는 이틀간의 진행 상황을 '통합본' 형태로 공개했지만, INC 의장 루이스 바야스는 "2년 반 협상에도 진전이 미흡하다"며 속도를 내 줄 것을 주문했다.
플라스틱 제품 설계와 재사용을 맡은 제1실무협의그룹에서는 단어 선택과 표현, 조항 의무 여부를 두고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유해화학물질 감축과 재활용 용이성을 문안에 넣자는 쪽과 빼자는 쪽이 맞서고 있고, 원주민·지역 지식을 반영할지에 대한 여부, 무역장벽 우려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합의를 못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절차 문제를 이유로 회의 지연을 요청했고, 전체적 구조와 기본 방향을 잡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다.
폐기물 관리를 다루는 제2실무협의그룹은 해양오염, 불법 투기, 고산지역 오염 문제 등을 놓고 대립했다. 일부 개도국은 공해상 기존 오염 정화를 전담할 독립기구를 만들자고 주장했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3일차에 이어 과거 책임을 명시하고 폐기물 수출·투기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자는 제안도 나왔으나, 반발은 여전히 거셌다.
재정과 기술이전을 담당한 제3실무협의그룹에서는 수혜국 범위를 두고 '경제 전환국'이나 '지리·생태 취약국'을 포함해야 한다는 새로운 의견이 나왔다. 기술이전을 의무화하자는 개도국과 특허·소유권 문제를 들어 신중해야 한다는 선진국의 주장들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일부 국가는 보상기금, 해양·순환경제 지원기금, 부담 분담 규칙 등을 새로 제안했지만 구체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행·준수, 국가계획, 평가 등을 맡은 제4실무협의그룹은 플라스틱 관련 국가계획을 법적 의무로 할지, 보고 주기를 어떻게 정할지, 평가 간격을 몇 년으로 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인권과 원주민 권리를, 건강·환경 안전정보 공개 의무, 지방정부 역할, 전통지식 접근 절차 등이 쟁점으로 논의됐다.
9일 오전 진행된 전체회의에서는 범도서개도국연합과 최빈국 그룹이 생산부터 미세플라스틱까지 전과정을 다루는 협약, 해양오염 정화, 재정·역량 지원, 특별상황 반영을 모든 협의그룹에 요구했다. 이란과 인도는 해당 조항에 대한 삭제를 주장했고, 스위스와 케냐는 합의 의사를 밝히며 대립했다.
회의장 밖에서는 "문서가 너무 방대해졌다"는 불만과 "당장 실행 가능한 수준의 합의를 우선 만들어야 한다"라는 현실론이 엇갈렸다. 원주민 대표들은 9일 국제 원주민의 날을 맞아 "원주민을 배제하지 말고, 협약 전 과정에 우리의 완전하고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며, 협약이 역사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야스 의장은 일요일에도 비공식 회의를 이어가고, 합의된 내용은 즉시 법률검토그룹으로 넘기자고 제안했다. 남은 공식 협상일은 나흘로, 각국 장관급 인사들이 합류하는 이번주까지 절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또 다시 최종 합의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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