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188조 필요한데…정책금융 투자액은 여전히 안갯속"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9-18 19: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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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열린 '녹색금융 시대 해상풍력으로 열자:정책금융의 역할과 과제' 세미나 ⓒnewstree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설비에 188조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정책금융 대부분은 재생에너지보다 화석연료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녹색금융 시대 해상풍력으로 열자:정책금융의 역할과 과제' 세미나에서 '녹색금융 확대를 위한 정책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맞춰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선 약 188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특히 사업규모가 큰 해상풍력의 경우 111조60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상풍력은 육상풍력이나 태양광 등 다른 재생에너지와 달리 설치 부지 부족, 경관 훼손 등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규모 발전단지 조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탐라, 영광, 서남해 단지 등 총 124.5메가와트(MW) 규모로 운영되고 있으며, 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량을 14.3기가와트(GW)로 늘릴 계획이다.

최 팀장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해 정책금융을 녹색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5대 정책금융 기관들은 이미 매년 36조원씩 투자해왔다"며 "금융위원회는 이에 더해 68조원을 더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녹색 정책금융으로 편성된 자금 가운데 절반 이상이 화석연료 기반 산업과 관련 기업에게 투자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2024년 발전분야 녹색채권 부문별 발행액을 살펴보면 액화천연가스(LNG)에 2조8268억원, 그레이수소에 1조6191억원이 발행된 반면, 태양광과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에는 겨우 2조원 투자됐다. 특히 수출입은행의 기후금융 대부분이 LNG 선박건조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채권 외에 녹색투자도 재생에너지 확보에 직접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기업투자로 돌아갔다. 2024년 기준 산업은행의 녹색투자 비중을 보면 발전 및 에너지 분야는 약 5.8%에 불과하다. 게다가 금융위가 2023년 발표한 재생에너지 증설을 위한 모험자본 공급용 '미래에너지펀드'는 발표 이후 현재까지 해상풍력 투자 및 대출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다.

최 팀장은 "현재 정책금융 기관들은 모험적인 투자보다 안정적인 대출을 중심으로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이미 시장이 형성된 분야에 투자하는 편향성 때문에 제대로 된 녹색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면서 "전통적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정치 환경에도 흔들림 없는 지속적인 ESG 투자를 할 수 있는 새로운 기관, '기후투자공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번째 발제자로 참가한 마상현 한국산업은행 PF 2실 팀장은 현재 금융기관들의 해상풍력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원인으로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이 금융지원을 요청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 팀장은 "산업은행은 이미 해외에서 21건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노하우를 쌓았고, 국내 프로젝트에도 금융을 활용할 준비를 해왔다"며 "문제는 다수의 프로젝트들이 PF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해 투자단계까지 닿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프로젝트들이 PF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마 팀장은 국내 해상풍력 발전 비용 개선도 사업확대를 위한 과제로 지목했다. 국내 해상풍력의 '균등화 발전 비용'(LCOE) 다른 국가들에 비해 너무 높다는 것이다. LCOE란 한 발전설비가 수명 기간 동안 생산하는 전기량 대비 들어간 비용을 측정한 지표로 경제성 비교나 투자 계획 수립에 활용된다. 한국 해상풍력의 LCOE는 평균 195로 해상풍력 선진국인 영국(59), 덴마크(48)의 4배 수준이다.

마 팀장은 "한국의 해상풍력 발전 이용률은 30% 초반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다른 국가 이용률의 6할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투자비가 동일하더라도 발전량이 부족해 LCOE가 높아지기 때문에 투자 수요가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아일린 리퍼트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해외의 녹색금융 사례를 들며, 국내 공적금융의 역할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영국의 녹색투자은행(GIB)과 인프라은행(UKIB)은 화석연료 제외 정책을 시행했고, 독일의 KfW는 2019년부터 이미 포트폴리오에서 석탄을 제외했다"며 "그러나 한국의 투자 구조는 여전히 화석연료에 집중된 상황으로 경제적, 기후적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공적금융은 재생에너지 확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영호 마쉬코리아보험중개 부장은 "해상풍력이 대규모 PF 사업이고 보험이 필수적인 사업인 만큼, 사업 초기단계에서 프로젝트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이에 대응할 방안이 중요하다"며 "지금도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데이터의 취합은 미흡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 시장처럼 해상풍력 사업이 확장되기 위해선 철저한 위험성 조사와 안전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보험사를 통한 금융 지원을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마상현 산업은행 팀장이 지적했던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PF단계까지 닿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이 낮은 주민수용성으로 좌초된다"며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6~12년 가량 건설이 지연되기도 해 비용은 계속 늘어나고 자금 안정성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햇빛바람연금'과 같은 주민 참여형 펀드 표준모델을 개발해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재훈 금융위 과장은 정부가 해상풍력만이 아니라 녹색 분야 전체를 향한 정책금융 투자가 강화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정부는 녹색 전환 사업이라는 것이 민간금융만으로는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정책금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해상풍력과 관련해 말하자면 속도감있게 진행되지 못한 부분은 있었으나 다행히 이번 정부 들어 산업통상자원부 쪽에서 이 부분과 관련된 개선을 대단히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다양한 부서들과 협의돼야 하는 부분이 있고 새로운 공사 설립과 관련해서도 우리 단독 결정 사항은 아니나 정책금융의 녹색투자가 강화돼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무엇이 효과적인 전략인가에 관해 다양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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