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으로 태양광 발전을?...차세대 반투명 태양전지 개발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9-23 09: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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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GIST 강홍규 책임연구원, 신소재공학과 이광희 교수, 오주희 석박통합과정생, 김주현 박사 (사진=지스트)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반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이 태양전지는 저비용·대면적 제작이 가능해 창호뿐 아니라 건물 외장재, 차량,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차세대에너지연구소 강홍규 책임연구원과 신소재공학과 이광희 교수 공동연구팀은 차세대 '반투명 유기태양전지'(ST-OPVs)의 투명도와 발전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기존처럼 복잡한 다층 구조에 의존하지 않고, 단순한 소자 설계로 투명도와 발전 효율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반투명 유기태양전지가 실제 응용 가능한 차세대 에너지 기술임을 입증했다.

'반투명 유기태양전지'(Semitransparent Organic Photovoltaics)는 빛을 받아 전기를 생산하는 유기태양전지(OPVs)의 한 형태로, 가시광선의 일부를 투과시키는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창문이나 건물 외장재처럼 투명성이 요구되는 곳에 적용할 수 있으며,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차량용 태양광(VIPV), 휴대형 전자기기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태양광을 전기로 변환하는 태양전지의 한 형태인 '유기태양전지'는 가볍고 유연하며 용액 공정을 통한 대량 생산이 가능해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BIPV), 차량용 태양광(VIPV), 휴대용 전자기기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반투명 유기태양전지는 가시광선을 투과시키고 근적외선 영역만을 선택적으로 흡수해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태양광 창문'처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반투명 구조의 특성상 투명도(AVT)를 높이면 발전 효율(PCE)이 떨어지고, 발전 효율을 높이면 투명도가 줄어드는 상충 관계(trade-off) 때문에 두 성능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즉, 빛을 많이 투과시킬수록 흡수되는 빛이 줄어들어 발전 효율이 낮아지고, 반대로 발전 효율을 높이려면 빛을 최대한 많이 흡수해야 하는데, 이 경우 투명도가 떨어져 창문 등 활용도가 떨어진다.

이에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시광선을 흡수하는 소재인 전자주개 함량을 줄여 투명도를 높이고, 대신 전기 흐름이 원활히 이어지도록 돕는 정공 수송 첨가제(Me-4PACz)를 도입했다.

이 첨가제(Me-4PACz)는 태양전지의 광활성층 내부에 고르게 퍼져 있으면서 동시에 전극 표면에 전류가 잘 흐를 수 있는 얇은 층인 홀 전송층(HTL)을 스스로 형성하는 특성이 있다. 이를 통해 전기가 이동하는 길(전하 이동 경로)이 최적화되고 불필요한 손실이 줄어들어, 높은 투명도와 발전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전자주개(Donor)는 유기태양전지 광활성층을 구성하는 물질로, 밴드갭 이상의 태양광을 흡수하면 전자와 정공이 쌍으로 생성된다. 생성된 전자와 정공은 전자주개와 전자받개(Acceptor) 계면에서 분리되어 전자는 전자받개로, 정공은 전자주개 쪽으로 이동한다. 일반적으로 전자주개는 가시광선을 강하게 흡수하기 때문에 반투명 유기태양전지를 만들 때는 함량을 줄여야 하지만, 이 경우 전자와 정공의 이동 균형이 깨져 전하 손실이 증가하고 효율이 낮아지는 한계가 있다.

정공(Hole)은 전자가 빠져나가 생긴 빈자리로, 양전하처럼 움직이는 전하 단위. 태양전지에서는 전자와 정공이 균형 있게 이동해야 전하 손실을 줄이고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홀 전송층(HTL, Hole Transport Layer)은 태양전지에서 생성된 정공(Hole)을 효율적으로 전극 쪽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층. 전자와 정공의 이동 경로를 분리하고, 전하 재결합을 줄여 태양전지의 전하 수송 효율과 전체 발전 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가는 평균 가시광 투과율과 광 이용 효율 그래프이고, 나는 반투명 유기태양전지를 건물에 구현한 모습 (자료=지스트)

연구팀은 핀란드 아보아카데미대학교(Åbo Akademi University) 오스카르 샌드버그(Oskar J. Sandberg) 박사 연구팀과 함께 전기·광학 시뮬레이션(Electro-optical Device Simulation)을 진행해, 첨가제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성능 향상에 기여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첨가제가 태양전지 내부의 계면(Interface)과 벌크(Bulk) 두 영역에서 모두 작용해, 전하가 다시 만나 소멸되는 재결합(recombination) 현상을 억제하는 것이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계면에서는 첨가제가 스스로 정공 수송층을 형성해 전극과의 접촉 저항을 낮추고 전하가 쉽게 빠져나가도록 했다. 벌크 영역에서는 빛을 흡수해 생긴 전자-정공 쌍(엑시톤)이 안정적으로 분리·이동하도록 도와 불필요한 손실을 막았다.

이러한 메커니즘 덕분에 전류 손실이 줄고 소자의 수명도 늘어나, 반투명 유기태양전지의 실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성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연구팀은 평균 가시광선 투과율(AVT) 37.53%, 전력변환 효율(PCE) 10.7%를 달성했다. 또한 두 지표를 종합 평가하는 광 이용 효율(LUE, Light Utilization Efficiency)에서도 최고 수준인 4.01%를 기록하며, 동일 조건 내 반투명 유기태양전지 중 최상의 성능을 구현했음을 입증했다.

강홍규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반투명 유기태양전지 분야의 오랜 숙제였던 투명도–효율 간 상충관계를 해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건축물 창호나 차량 유리 등 투명 구조물과 결합한다면, 도시의 친환경 에너지 자립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희 교수는 "이번 성과는 단순한 소재 개선을 넘어, 소자의 계면과 내부 영역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첨가제가 스스로 계면에 정공 수송층을 형성하고 동시에 광활성층 내부에서 전하 손실을 억제해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머티리얼즈 에이(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에 8월 21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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