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에너지 '초비상'...석탄 늘리고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4-02 16: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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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한달 넘어가면서 에너지 위기
각국 에너지 절감과 수급 마련에 총력전
▲네팔 카트만두의 LPG 판매소에 쌓인 빈 가스통 (사진=EPA연합뉴스)

중동 전쟁이 한달째 이어지면서 원유 확보가 어려워진 국가들이 석탄발전 확대부터 재생에너지 전환, 에너지 절감까지 다각적인 방법으로 에너지 위기를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공기관 차량을 대상으로 오는 8일부터 2부제(홀짝제)를 강제하고 공공주차장 5부제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절감에 나서고 있다. 또 민간 차량은 5부제를 자율로 하고 있지만 에너지 수급이 위기상황에 이르면 민간 차량도 5부제를 강제할 가능성이 크다. 또 정부는 원유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석탄발전 폐쇄를 연기하는 긴급조치도 마련중이다. 

동남아와 남아시아, 유럽국가들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확보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석탄발전을 다시 늘리고 있다.

인도는 석탄발전소 출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인도는 전체 전력의 약 75%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어 이번 조치로 석탄 비중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방글라데시도 석탄발전을 확대하기 위해 3월에 석탄 수입량을 늘렸다. 필리핀은 현재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전력요금 억제를 위해 일시적으로 석탄발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일본도 노후된 석탄발전소 가동을 폐쇄하지 않고 1년간 더 가동하는 것을 허용하도록 방침을 바꿨다. 당초 탈석탄 기조를 유지해왔던 일본이지만 LNG 가격 급등과 공급 차질이 발생하자 궁여지책으로 석탄발전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유럽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이탈리아 하원은 지난 3월 말 석탄발전소 폐쇄 시점을 기존 2025년에서 2038년으로 연기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2024년 주요 7개국(G7)이 합의한 '2035년 탈석탄' 목표에서 벗어나는 것이지만, 비상 상황에서 석탄발전이라도 가동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기적으로 에너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석탄발전을 확대하는 국가들이 많지만, 이번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탈(脫) 화석연료를 가속화하려는 국가들도 적지않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은 북부 하이퐁에서 추진하던 4.8GW 규모 LNG 발전소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태양광·풍력·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결합 프로젝트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전소는 연간 약 500만톤의 LNG를 소비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지만, 전쟁 이후 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제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빈그룹은 "수입 연료 의존은 비용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도 큰 위험"이라며 LNG 발전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뉴질랜드 역시 LNG 터미널 프로젝트에 대해 "사업성이 입증될 경우에만 추진하겠다"며 재검토에 들어갔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바이오연료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태국은 팜유 20%를 혼합한 B20 바이오디젤 보조금을 확대했고, 인도네시아는 2026년 도입을 목표로 B50(팜유 50%) 정책을 추진 중이다. 베트남도 바이오에탄올 10% 혼합 연료(E10) 도입 시기를 4월로 앞당겼다.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는 수요관리 정책도 확산되고 있다. 스리랑카는 4월 초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공무원들에게는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민간에도 동일한 조치를 요청했다. 방글라데시는 3월 말 대학 방학을 앞당기고 계획 정전을 실시했으며, 파키스탄은 학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필리핀 역시 공공기관의 전력 사용을 10~20% 줄이도록 지시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무료 버스와 현금 지원 정책까지 시행하고 있다.

특히 필리핀은 대중교통 종사자에게 현금 지원을 제공하고, 유류세 인하까지 검토하는 등 사회적 충격 완화에 집중하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은 공무원 해외출장을 제한하고 냉방 온도를 26~27℃로 유지하도록 권고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광판 밝기 제한, 주유소 운영 제한까지 검토중이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봉쇄에 대응해 공급망 우회를 모색하고 있다. 사우디는 하루 1000만 배럴 생산량 중 약 700만 배럴을 홍해 연안으로 보내는 송유관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확대해 해상 운송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비용이 최대 200억달러(약 30조원)에 달하고, 중동 지역 특성상 보안리스크도 커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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