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리했다. 지난 계절에 입었던 옷들 가운데 사이즈가 작아진 것이 꽤 나왔다. '몇 개월 사이에 이렇게 살이 많이 쪘다고?'라며 혼자 궁시렁궁시렁 나를 탓했다. 옷이 너무 멀쩡해서 버리기 아까워서였다.
버리기 아까운 옷을 주섬주섬 쇼핑백에 담았다. 계절이 바뀔 때면 늘 '아름다운가게'를 찾아 옷을 기부하고 있었기에, 이번에도 옷을 한보따리 들고 가기로 했다. 생활에서 나눔과 순환을 실천하려는 나름의 노력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옷을 기부하러 가는김에 매장에서 옷도 좀 사야겠다 싶었다. 지난번에 7500원을 주고 산 청바지가 나의 애착템이 됐기에 이번에도 '매의 눈'으로 좋은 상품을 고를 생각을 하니 기분도 들떴다.
옷을 한아름 안고 매장에 들어섰다. 기부코너로 먼저 향했다. 회원번호를 알려주니 매장 직원이 기부한 옷가지 수를 셌다. 10개가 넘는 옷을 기부한 다음, 냉큼 매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바지와 티셔츠, 스웨터, 아우터, 신발 등 종류도 다양했다. 심지어 도자기류 식기와 냄비류, 장식품까지 즐비했다. 지난번보다 상품 종류가 더 많아진 듯 보였다.
우선 옷부터 꼼꼼하게 하나씩 살펴보고, 입어봤다. 마침 꼭 맞는 바지를 찾았다. 이번에도 가격표에 '7500원'이라고 쓰여있다. 흡족했다. 내친김에 시간도 널널한데 겉옷까지 고르기로 했다. 이것저것 입어본 끝에 마음에 드는 겉옷을 하나 찾아냈다. 가격표에 '13000원'이라고 써있다. 새 제품으로 구입하려면 최소 15만원 이상일 것같은 좋은 제품이었다. 8000원짜리 브라우스까지 챙겼다. 다 합쳐도 2만8500원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구입하면 오늘 옷은 공짜로 사는 거다'라는 생각에 흡족했다. 구입하려는 옷을 들고 계산대로 가서 소비쿠폰을 내밀었다. 그런데 직원이 난색을 표했다. "저희 매장은 소비쿠폰이 안돼요"라고 말하면서. "왜 안되죠?"라고 물으니 "연매출이 30억원을 넘어서 소비쿠폰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라고 답했다.
아름다운가게는 재단법인이어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곳인데 연매출 적용을 받는 것이 좀 어이가 없었다. 게다가 수익의 대부분은 다시 나눔으로 환원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소비쿠폰이 사용 가능할 줄 알았다. 1차 소비쿠폰을 지급할 때와 달리, 2차 소비쿠폰은 연매출 30억원을 초과해도 공익적 목적으로 하는 협동조합 등으로 사용처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살림 등에서는 사용 가능한데 왜 아름다운가게는 안되는 것인지.
그래서 아름다운가게 측에 문의했다. 담당자는 "전국 103개 매장을 통해 기부받은 물품을 재사용, 재순환하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고, 판매 수익을 지역사회 복지나 환경을 위해 사용하는 비영리재단인데 서울만 소비쿠폰이 가능하고 지역은 불가능하다"며 아쉬워했다. 내가 방문한 매장이 경기지역이어서 안됐다는 거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목적이 소상공인 매출을 늘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목적이 있는만큼, 모든 아름다운가게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싶다. 왜 서울은 되고 지방은 안되는지 이해가 안됐다. 이에 아름다운가게 관계자는 "소비쿠폰이 11월말까지 유효한만큼 사용처가 확대될 수 있도록 당국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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