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로 홍수가 잦아지면서 미국에 이어 영국의 주택보험 시장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영국 보험업계 분석을 인용해 이상기후로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지역들이 늘어나면서 영국의 주택 수백만 채, 나아가 도시가 통째로 버려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홍수 대비체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런던, 맨체스터, 잉글랜드 북동부 등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의 대형 주택과 상업 부동산일수록 위험도가 크며, 특히 폭풍과 해수면 상승으로 타격을 자주 입는 지역은 대응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아예 도시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이미 잉글랜드 우스터셔주의 텐베리 웰스 마을은 영국 최초로 공공건물의 보험가입에 제한이 걸렸다. 이 마을이 홍수로 피해를 입는 주기는 10년에 한번꼴이었지만, 최근 6년간 홍수 피해 빈도가 4번으로 증가했다.
보험회사 아비바(Aviva)는 보고서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악천후의 영향을 두고 보험업계 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의 모든 의회 선거구를 분석한 결과, 2050년까지 홍수에 취약한 부동산이 630만~800만건으로 약 27% 늘고 돌발홍수 위험이 큰 지역의 부동산은 66%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특히 런던을 포함해 잉글랜드 동부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런던의 버몬지와 올드 서더크, 링컨셔의 보스턴과 스케그니스는 2050년까지 약 90%의 주택이 홍수 위험에 처할 것으로 예상되며,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또 밀집된 도심일수록 지표수에 의한 홍수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10년간 홍수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에 지어진 신규 주택은 11만채로, 13채 중 1채 꼴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영국 정부가 계획한 신규 주택 가운데 11만5000채도 홍수 피해에서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계산했다.
제이슨 스토라 아비바 영국 일반 보험부문 CEO는 "기온 상승, 도시화, 배수시설 부족으로 인해 수백만 채의 부동산이 홍수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보험 사업은 이러한 환경변화와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 업계는 기후변화로부터 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자주 침수되는 지역 가구를 대상으로 복구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는 사업장이나 상업용 부동산이 아닌 개인 주택에만 적용되며 2039년에 만료될 예정이다. 정작 종료 시기가 되면 기후위기로 홍수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렇게 되면 제도 만료 이후 시장에 의해 보험료가 크게 뛰면서 소득별 기후불평등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따라서 기후적응 전문가들은 홍수 보험을 개별 부동산 차원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보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스 노이만 레딩대학 수문학 부교수는 홍수로부터 사람과 기업을 보호하는 정부의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며 방파제 등 기술적·물리적 대응책에 더해 자연 기반 솔루션으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이만 박사는 "홍수 방어시설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강을 범람원에 다시 연결하고, 습지를 복원하고, 나무를 심어 빗물을 흡수하는 등 자연의 이치를 활용하면 홍수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자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자연 홍수 관리에 중점을 두고 향후 100년간 홍수 대비 체계를 개선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날 당국은 105억파운드를 투입해 영국 부동산 90만채를 보호할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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