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중국 등 동북아 전역이 북극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 동쪽 끝에 있는 캄차카 지방은 계속된 폭설로 적설량이 2m가 넘으면서 도시 전체가 영화 '설국열차'와 같은 풍경을 방불케하고 있고, 중국도 -47.4℃의 극단적인 한파가 발생하는 지역이 적지않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타임즈, 중국 신화통신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러시아 극동에 위치한 캄차카 반도 전역에 폭설을 동반한 강력한 겨울폭풍이 몰아쳐 2.5m 이상 눈이 쌓여 도시 전체가 마비된 상태다. 캄차카 주도인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에는 지난해 12월 3.7m가량 내린 눈에 또다시 겨울폭풍이 몰아치면서 도시 전체가 눈에 파묻혔다. 심지어 아파트 3~4층까지 눈이 쌓인 지역들도 많다.
소셜서비스(SNS)에는 눈밭에서 길을 뚫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눈으로 꽉 막힌 현관과 창문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잇달아 올라왔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10층 높이까지 눈더미가 쌓여 주민들이 눈썰매나 스키를 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워낙 비현실적인 장면인 탓에 일부 사람들이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영상이나 사진이라고 지적하자, 현지인으로 보이는 누리꾼들은 "AI가 아닌 현실"이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기록적인 눈폭탄으로 도시 기능은 전면 마비됐다. 제설차들이 도로에 쌓인 눈을 계속해서 양 옆으로 치우다보니 쌓인 눈이 눈벽을 형성했고, 이는 마치 깊은 계곡처럼 보였다. 일부 주택들은 입구가 눈으로 막히자, 창문을 출입구처럼 사용했다. 항공편과 대중교통도 대부분 중단되거나 지연 운행되고 있고, 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됐다. 지난 15일에는 아파트 지붕에서 떨어진 눈더미에 60대 남성 2명이 매몰돼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베라 폴랴코바 캄차카 수문기상센터장은 "이런 극단적인 폭설은 1960년대 후반 이후 처음"이라며 "60년 만에 최악의 겨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지독한 한파를 겪고 있다. 베이징과 허베이 등 북부지역은 강추위와 강풍에 시달리면서 최저기온이 -10℃ 아래로 떨어졌고, 몽골에 인접한 신장 아러타이는 무려 -47.4℃까지 기온이 내려갔다. 네이멍구도 -38℃의 살인적 한파를 겪고 있다. SNS에는 김이 나는 라면이 순식간에 얼어붙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평소 눈이 거의 안내리는 상하이에도 눈이 내렸다.
이번 동북아 한파는 약해진 극성과 제트기류의 비정상 흐름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북극 해빙 감소와 따뜻한 대기·해수가 제트기류를 약화시켰고, 이로 인해 극지방 찬 공기가 중위도권까지 남하하면서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극강한파는 기후변화가 초래한 것으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기상현상이 될 것으로 기상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기후분석단체 케이클라이밋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제트기류의 약화는 10여년 전부터 매년 나타나고 있다"며 "북극의 찬 공기를 막아주던 방파제가 무너지면서 지금과 같은 한파가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뉴노멀이 될 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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