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수요 부진(캐즘) 영향으로 불황을 겪던 배터리 업계가 4~5년 뒤에 상용화될 미래 기술보다 당장 1~2년 이내에 출시할 수 있는 실용적 기술들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는 등 반(反)전기차 행보를 보이면서 미국 시장 전반에 캐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선점을 위해 현지 완성차 업체들과 손잡고 생산 기반 확보에 투자해온 K배터리 사들은 뜻밖의 불황을 겪게 됐다. 실제로 삼성SDI,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K배터리 3사 모두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이다보니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에 참여한 기업들은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 내화성 강화 소재, 제조 원가를 낮추는 패키징 기술 등 당장 2027년 내외로 상용화 예정인 기술들을 뽐냈다.
현장에서 만난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 영향이 눈에 띄게 나타나면서 업계 전체가 새로운 시장 탐색에 나섰다"며 "재작년까지만 해도 모터쇼 수준으로 전기차와 관련 기술이 전시됐는데, 올해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피지컬 AI용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기술 '솔리드스택(SolidStack)'을 선보이고 2027년 하반기 양산계획을 밝혔다. 해당 제품은 향후 각종 로봇, 도심항공(UAM)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다.
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안정화를 위한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각형 배터리와 정전 발생 시 저장 대기 시간을 50% 이상 늘린 배터리 백업 유닛(BBU)용 초고출력 원통형 배터리 등도 함께 전시했다.
재생에너지 수요 증가로 주목받기 시작한 ESS용 통합솔루션 '삼성 배터리 박스(SBB)'도 전시했다. SBB는 복잡한 시공없이 현장에서 전력망에 연결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상용편의성을 극대화한 상품이다. 또 AI 기반으로 위험 요인을 사전에 감지하는 '삼성 배터리 인텔리전스(SBI)'를 탑재해 ESS에 가장 중요한 안정성을 높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휴머노이드, UAM, 자율주행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완성품 사례를 전시하며 상용성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에 화제를 모았던 LG전자 홈 로봇 '클로이드'가 관람객을 맞이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수요가 몰리고 있는 전력망용 ESS 통합솔루션의 차세대 버전인 'JF2 DC LINK 5.0'을 전시하고 오는 5월 1차 생산을 예고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 중 최초로 리튬인산철(LFP) ESS 배터리를 탑재해 화재 안전성과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또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겨냥한 UPS용 비상 배터리도 함께 전시했다. 정전 상황시 비상 배터리가 가동해 수밀리초의 가동 중단도 용납하지 않는 기술로 여러 분야로 시장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SK온은 기존 배터리 팩 조립 과정에서 모듈 단계를 생략하고 셀을 즉시 팩으로 만드는 '셀투팩(CTP)' 기술을 선보였다. 중간 조립 과정을 없애 생산 원가를 줄이고, 모듈용 패키지가 빠지면서 공간 효율도 높였다. SK온 관계자는 "배터리 수요 부진을 원가 절감으로 타파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또 SK엔무브와 협력해 배터리를 특수 냉매유에 직접 담가 온도를 조절하고 화재 위험을 원천 차단하는 '액침냉각' 기술도 소개했다. 이 기술은 배터리 패키지에 냉매를 위한 별도 통로를 둘 필요가 없어 팩 크기를 줄이는 등 공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배터리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기차 관련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자사 배터리가 탑재된 제네시스 'GV60 마그마'를 전시하고 그 옆에는 단 7분만에 충전량 10%에서 80%를 달성하는 초고속 충전 기술을 공개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배터리사 뿐만 아니라 소재 업계에서도 나타났다. 포스코퓨처엠은 고밀도 리튬인산철(LFP) 양극재와 코발트보다 저렴한 망간 비중을 높인 리튬망간리치(LMR) 양극재를 전시했다. 그동안 고출력을 위한 고가 소재 위주 제품을 공개한 것과 반대로 효율성과 단가 감축에 힘쓰는 모습이다. 에코프로비엠(ECOpro)과 엘앤에프(L&F)도 각각 저가형 '나트륨 이온 배터리' 양극재와 니켈 비중을 95%까지 끌어올린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 전시하며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대안을 제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인터배터리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갖고있던 고민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향후 시장동향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라며 "먼 미래보다 당장 눈 앞에 있는 시장공략을 위한 '실용주의'가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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